오영훈 지사 재판 공동 피고인 "협약식, 기자회견에 가까웠다"

제주지법, 오영훈 지사 선거법.정치자금법 6차 공판 진행
'공동 피고' 컨설팅업체 대표 대상 증인 신문

2023-06-14     함광렬.홍창빈 기자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 대한 재판에서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이뤄진 '상장기업 만들기 협약식'의 위법성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협약식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측이 증인으로 출석한 공동피고인을 상대로 치열한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제201호 법정에서 오 지사 등 5명에 대한 여섯번째 심리를 진행했다.

재판에는 ㄱ씨(현 제주도 개방형직위 본부장) 및 ㄴ씨(현 제주도지사 특보), 비영리법인으로 공적사업을 수행하는 사업단 대표인 ㄷ씨, 첫 공판에 출석해 혐의를 인정한 뒤 허가를 받아 그동안 불출석 했던 컨설팅업체 대표 ㄹ씨 등이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해 6.1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기간 전인 5월16일 당시 오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업무협약을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ㄷ씨측 업체가 지불한 것은 정치인인 오 지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대신 지불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선거 당시 오 후보 사무소측에서 '지지선언 관리팀을 기획.운영하면서 교직원 및 시민단체, 직능단체, 청년, 교수 등의 지지선언을 유도해 기자회견 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당내 경선운동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ㄹ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 "ㄷ의 전달사항, '후보자의 뜻'이라 생각하라고...자문은 '캠프' 위했던 것"

검찰측은 ㄹ씨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의 기본 토대를 만든 점, 오 지사의 선거 공약 내용에 대해 피드백 내용이 ㄷ씨를 통해 반영된점, 컨설팅 비용을 받은 이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며 탄원서를 제출한 내용 등에 대해 질의를 이어갔다.

ㄹ씨는 자신이 작성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서'의 기본 내용에 서명란이 있는 이유에 대해 "도지사 후보께서 참석하셔서 대중 앞에서 약속을 한다는 의미를 띄는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협약식이라는 것 자체가 공동의 내용에 대해서 다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명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ㄷ도 요청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협약식 분위기가 예상했던 것과 같았는가'라고 묻는 검찰의 질문에 "달랐다"며 "간담회가 확대된 형태로 생각했는데, 대형 테이블 정도에 기업들이 오고 후보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몇몇기자들이 촬영하는 구나 이해했는데, 그보다는 기자회견에 가깝게 되어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용역 대금을 ㄷ씨 업체로부터 받은 이유에 대해 "(저는)캠프에서 감당하는게 맞지 않냐고 이야기 했는데, ㄷ의 설명으로는 '캠프에서는 여력이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추진단에서 해야될 것 같다'는 답변 받았다"고 말했다.

ㄹ씨는 자신이 작성한 다른 문건이 ㄷ씨가 대표로 있는 '추진단'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인지 묻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할 수 없다"며 "제주도 차원 또는 제주도가 관장하는 기관 차원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캠프에서 ㄷ씨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었는가'라고 묻는 검찰의 질문에 "명확하게는 모르지만 ㄷ을 통해서 전달되는 결정사항들은 캠프, 후보자의 뜻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는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

자백을 하며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쉽고 억울한 마음이 있었지만, 변호사를 통해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죄에 대해 알게 됐고 무지와 상관 없이(잘못을 저질렀다), 자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00만원을 받은 것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라기 보다는, (제가)관여해서 일하는 캠프에서 좋은 결과가 되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 "협약식, 후보와 논의 안해...ㄷ씨와 인연으로 도와준 것"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측은 ㄹ씨에게 협약식 진행 과정에 오 지사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답변과, 협약식을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공모한 것이 아니라는 답변을 적극 유도했다.

또 문제의 '협약식'을 주도한 것은 ㄷ씨로, 오 지사와 ㄱ씨, ㄴ씨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이끌었다.

오 지사의 변호인은 "피고인들로부터 캠프를 도와달라는 등 요청을 받았나"라고 물었고, ㄹ씨는 "ㄷ씨로부터 그런 취지의 요청을 받았다"며 "다른 피고인들로부터는 그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ㄹ씨는 다만 "명시적으로 그런 표현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단 몇번의 대화를 통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캠프에서 그 취지가 아니라면 ㄷ에게 '하지마라'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ㄹ씨는 대가성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 것을 요구했는지, 또는 캠프에서 제시했는지 들은바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 당시에는 제주대학교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뒀다"며 "당시에는 제주도지사 후보를 통해 사업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ㄹ씨는 상장기업 유치 현실화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주문은 "ㄱ씨로부터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ㄹ씨가 제주대학교에 제안하려던 내용이 담긴 문건 내용에 오 후보가 관심을 가졌는지 묻는 질문에 "코멘트가 있었지만, 관심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ㄹ씨는 "ㄱ씨가 '자료를 번지르르하게 만드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라고 하니, 저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갖고 시간을 내서 왔는데 화가 났었다"라며 "오 후보측과 미팅하기 전 제주대학교측에서는 (같은 내용에 대해)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ㄱ씨의 발언에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ㄷ씨의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당시 오 후보의 정책을 정리했는가'라고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지금도 그렇고 그때 당시에 기브앤 테이크 계산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애초에 시작된 것이기에 빨리 마무리하는 게 맞고, 새롭게 던져진 것은 하나씩 풀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ㄹ씨가 스스로 해야 할 정책 업무를 넘긴다는 생각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했었고, 누구 지시인지 문자로 물어봤다"며 "ㄷ은 '그게 후보의 뜻'이라는 등의 코멘트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ㄷ의 영향력 때문에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나'라고 묻는 질문에는 "영향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1년가까이 인연이기도 했고, 논의했던 과제이기도 하고 생산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당시 경비를 선거캠프에서 지불할 것이라 예상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캠프에 도움되는 일이 있으니 캠프에서 돈을 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 파트너는 ㄷ씨였고, 그가 캠프 일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캠프와 ㄷ씨를 구분짓지는 않았다"며 "ㄷ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캠프에서 돈을 내는 부분에 대해 다른 언급 없었다"고 말했다.

'협약식' 당일 간담회에서 선거 홍보물이 놓여 있었는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협약식 행사와 관련해 '당시 오 후보 또는 ㄱ씨, ㄴ씨와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 '협약식'에 ㄷ씨 외에는 캠프에서 관여한 바 없다고 질문했고, ㄹ씨는 "후보자 관련 행사였기 때문에, 저희 회사가 했든 캠프가 했든, 주장하는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호인은 반복적으로 증인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ㄹ씨는 "(협약식이)누구의 뜻인지 등을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ㄷ씨는 '참 의심이 많네. 내가 하는 말은 후보의 뜻'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와 관련해 선거법 문제가 불거진 후 자문료를 받았나'라는 질문에 "선관위 조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돈을)못 받을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자문료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문료 받은 것이 선거법 위반 인것 알았나'라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불법 선거운동을)주도적으로 하기에는 무지했고 몰랐던 부분에 있어서 정상 참작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며 "법 위반에 대해서는 캠프나 ㄷ씨를 통해서라도 문제가 되서 안된다라고 이야기를 왜 안했는지, 서울 기업들을 다 데리고 와서 불법 선거운동에 동원된 것인가라는, 그런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는 사업단 대표인 ㄷ씨를 대상으로 하는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