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소원지 태우기', 왜 꼭 공개적 '관중 행사'로?

제주시, 새별오름서 '소원지 태우기' 공개행사로 개최 논란
"시민들 소원글, 이렇게 보여주기식 요란하게 해야 하나?" 

2023-05-03     윤철수 기자

제주시가 '불' 없는 축제가 반복되면서 존폐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해, 이번에는 시민들이 소원을 써놓은 '소원지'를 태우는 일을 공개적 관중행사로 개최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오는 21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광장에서 '소원지 태우기 행사'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태워지는 소원지는 지난 3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2023 제주들불축제 중 시민들이 자신의 소원을 담아 달집에 걸어놓았던 것이다. 당초 달집 태우기를 하면서 함께 태워질 예정이었으나, 국가적 산불 위기상황으로 인해 '불'을 주제로 한 행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소원지는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소원지 양은 5만여장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들불축제

제주시는 이번에 새별오름 광장에 특별 제작된 화구를 설치하고 소원지 태우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원지를 태우기 전에 소원 성취 기원 제례 의식으로 고사도 진행한다. 

시민들이 정성껏 작성한 소원지를 태우고 제례를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과정을 하나의 공개적 관중 행사로 가져나간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제주시는 시민들의 '소원'뿐만 아니라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2025 APEC 정상회의 제주 개최' 기원의 내용을 더해 행사의 외형적 구성을 크게 가져나간다는 계획이다. 

소원지의 의미와 내용보다는 요란한 보여주기식 외형적 행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직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한 공직자는 이날 발표된 내용과 관련해, "본래 소원지라는 것이 정성껏 기원하고 조용히 불사르는 것이 보통인데, 시민들의 소원지를 함께 태워 날려보내는 것까지는 좋으나, 마치 또 다른 행사를 기획한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들게 유도하고, 4.3기록물 등재와 APEC까지 섞어 놓으면서 본 목적이 뭔지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이번 행사는 강병삼 제주시장의 의지로 추진되면서, 들불축제의 개선방향 논의와는 별개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가정의 달인 5월, 도민과 관광객들의 개개인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며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태우게 됐다"면서 "정성으로 예를 갖추고 잘 준비하여 행사를 추진토록 하겠고,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2025 APEC 정상회의 제주개최를 함께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행사 개최일은 다음주까지 산불대책기간이어서 이 기간이 끝난 후로 잡은 것"이라며 "일부러 참가자들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을 맞아 새별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이 분들이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제주시는 4.3기록물 등재와 APEC 유치 기원을 핵심으로 한 '소원지 태우기' 행사를 개최하고, 시민 및 관광객들에 대한 안전조치를 준비하겠다는 행사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사실상 '관중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