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미군정 재판' 등 수형인 희생자 33명, 모두 '무죄'
4.3특별법 개정 후 첫 특별재심
일반재판 수형인 33명 무죄 선고...미군정 판결 포함
유족들 "살아온 세월 생각하면 눈물만...무죄 선고 감사"
제주4.3 당시 일반재판과 군사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했던 생존 수형인 또는 이미 사망한 수형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특히 이번 특별재심에서 4.3당시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있던 미군정에 의해 재판을 받은 수형인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제주4.3 당시 국가보안법, 내란죄, 포고령 위반 등의 혐의로 70여년 전 30건의 재판에 넘겨져 수형생활을 한 수형인 및 유족 34명에 대한 특별재심 청구 재판에서, 29건 33명의 수형인 희생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특별재심은 지난해 6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전부 개정 및 공표된 이후 처음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례다.
재심 대상자들은 모두 제주도민들로, 1947년 4월 12일부터 1950년 8월 1일까지 제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 육군점령재판소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희생자들이다.
이번 특별재심 청구인 가운데 故 이경천 할아버지는 4.3 당시 포고령 위반 혐의로 미군 판사에 의해 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판부는 70여년 전 미군정 당시 미군 판사가 내린 선고에 대해 우리나라 재판부가 재심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한 끝에, '재심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에서부터 선고까지 이뤄졌다.
검찰은 최종의견 진술에서 "이 사건은 최초의 특별재심사건으로 다양한 법리적 쟁점이 있었고, 지난 6개월동안 충분한 심리가 진행됐다"며 "유족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하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번 재심 대상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고태명 할아버지는 법정에서 "17살인 중학교 1학년 때, 야학을 한 죄밖에 없는데 두들겨 맞아서 억울하다"며 "어린 나이에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안한 것을 했다고 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피가 말라가지고 걷지도 못하고, 병원에서도 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먀 "현재 상황이 이렇다"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는 잠시 휴정을 하고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은 검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사건 피고인 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사실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제출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은 범죄의 증거가 없는 사실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각 무죄"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중 1명은 잔혹한 피해를 받았으나 요건 상 재판을 받지 못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고를 마친 장찬수 부장판사는 제주4.3을 배경으로한 시를 언급하며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처럼 삶이 아무리 험해도 살아있는 한 살기 마련이다"며 "그만큼 삶이 소중함에도 피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극심한 이념과 대립 속에 희생됐고 목숨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한다"며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지만"이라고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날 무죄가 선고된 故이경천 수형인의 동생 이승찬씨는 "거의 한 세기가 지나가고 있는데 이렇게나마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며 "살아온 세월 다 말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형인의 아들 오정구씨는 "재심 청구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저희 아버지가 죄가 없다는 것을 판단해주셔서 대단히 고맙다"고 전했다.
안덕면 동광리에서 희생된 수형인의 자녀인 문덕구씨는 "아버지가 잡혀가던 날이 저의 생일인데 첫 돌 지나고 아버지가 잡혀갔다"며 "저희는 어머니도 안계시고 아버지도 잃게 됐고, 초등학교밖에 못나왔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는 1947년도 8월 14일 공사일을 하다가 경찰에 잡혀갔다"며 "할아버지의 아들이 4명이 있는데 막내아들만 살아남고 두 형제는 광주와 목포형무소로, 셋째 아버지는 4.3사건때 갔다"고 말했다.
문 씨는 "18살때부터 한라산에서 나무를 지어서 현재 다리가 아파 행동을 잘 못한다"며 "안덕면에서 희생된 모든 사람의 안녕을 지켜주시고, 원한을 풀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10일 검찰이 제기한 일반재판 재심 결정에 대한 항고와 관련해 "특별재심에 심리를 해야될 의무가 없다"며 "국가기록원 등에 공문을 보내서 심사자료를 받아가라"고 밝혔다.
또 "이번 특별재심 대상자들은 희생자로 결정된 명예있는 사람들인데 왜 다시 심사자료를 받아서 본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심사자료를 요구하려면 사유를 완벽하게 요구하라, 그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마친 임재성 변호사는 제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특별법 조항으로 일반재판에 대한 특별재심이 이뤄져 무죄가 선고됐다"며 "기쁘고 보람차는 것은 저를 포함해 보시는 분들도 느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특별재심 청구인들은 '무죄' 구호를 외치며 명예를 회복한데 대해 기쁨을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이 청구한 제주4.3수형인 재심 대상 40명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