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레이더 시설사업 '진퇴양난'...공사 그대로 강행되나

변호사 자문 결과 모두 '취소 불가', '취소시 배상' 의견
국토부 "이른 시일 내 결정 없으면 공사 진행"

2022-02-10     홍창빈 기자

법 규정 위반 논란이 제기됐던 한라산국립공원 1100고지 오름 정상에서 진행되는 국토교통부의 제주남부항공로 레이더 시설 설치사업 허가가 적법했다는 변호사 자문 결과가 나오면서, 국토부에 사업부지 이전을 요청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토부는 적법한 건축허가 취소 및 손실보상이 없으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결국 현재 부지에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자문변호사 3명에게 의뢰한 한라산 제주남부항공로 레이더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문 변호사들은 인허가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공공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적법한 허가를 취소할 수 없으며, 허가를 취소하는 경우 국토부에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경우 인허가와 관련된 공무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지난 7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적법한 허가 취소' 및 '손실보상' 여부에 대해 조속히 결정하지 않을 경우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국토부에 사업부지 이전을 요청한 제주도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사업부지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허가 취소가 선행돼야 하는데, 적법 절차에 따라 허가가 이뤄졌음으로 취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제주도는 2월 중 도정조정위원회를 통해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강성의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은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오름에 전파법에 따른 무선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라며 "인허가를 내 주기 전 오름 보전을 위해 국토부에 다른 부지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 시설' 구축사업은 제주 남부 지역 항공로에 대한 항공 감시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라산 1100고지 휴게소 인근 삼형제큰오름 149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내구연한(14년)이 도래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레이더를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더 시설로 교체해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 위치한 삼형제오름은 1100고지의 탐라각 휴게소 인근에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있는 크고 작은 3개의 오름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백록담과도 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국립공원의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오름 인근에는 람사르습지인 숨은물벵듸가 있다.

제주특별법 제355조(절대보전지역)에서는 절대보전지역내에서 개발행위를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도조례로 위임하고 있다.  

이 위임 규정에 따른 하위법규를 살펴보면 명확히 불가한 사업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절대보전지역 안에서의 행위허가 대상)에서는 "전파법 제2조제5호에 따른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증축. 다만, 보전지역 중 기생화산(오름)에서는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증축을 할 수 없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는 "절대보전지역은 일반적으로 개발할 수 없지만 제주특별법 355조에 보면 공공기능목적 시설은 허가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 시설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이후, 제주도의 절대보전지역 행위 허가를 받은 것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제기되자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이 사업 공사 중지를 요청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중순에는 오름 정상에 레이더를 건설하는 것은 도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국토부에 사업부지 이전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부지 이전을 위해서는 인허가권자인 제주도(서귀포시)가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용역 및 건축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 줘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주도 및 서귀포시에 회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희 입장에서는 현 부지가 가장 좋지만, 도민 정서 등을 고려 해 이전해 달라는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며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했던 만큼, 건축 인허가권자(서귀포시)가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손실을 보전해 줘야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손실보상이 이뤄져 다른 장소를 모색하는 경우, 용역을 통해 적합한 부지를 찾는 절차를 처음부터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