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하면서 변함은 없는 칼리오페 

[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1-11-13     황경수

글을 준비하면서 ‘회고절정’(Reminiscence bump)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10세에서 30세의 추억을 제일 잘 기억한다는 개념이다. 이 시기에 음악과 함께한 추억은 음악을 들으면 다시 재생된다. 저에게 칼리오페(제주대학교 동아리, 그리이스 신화의 서사시의 여신)가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재생해주는 완벽한 아날로그 저장고이다. 
  
칼리오페가 어제 45회 하얀박꽃이라는 행사를 했다. 1964년 등록했으니 지금 나이로 적어도 58세, 감히 지금 남아있는 동아리 중 제주대학교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아리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하는 행사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45회가 된 것이다. 
  
제주대학교 고전음악을 들으면서 축제 전야를 담당했던 선배님들의 추억이 82학번인 우리 때에는 합창과 고전음악감상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중창, 피아노, 고전음악감상의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피아노 동아리라는 이미지로 변화한 모습은 시대성의 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피아노 하나 외상으로 구입해서 월부로 물어내던 저희들의 학창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젊음, 풋풋함, 숨겨질 낭만들을 보면서 우리도 저 때에는 부러움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동아리 아닌 과 친구들은 칼리오페를 부자 동아리로 오해하곤 했다. 고전음악감상 동아리라는 것과 행사를 풍요롭게 한다는 점, 팜플랫을 만들어도 귀티가 나고, 동아리 구성원들 자체가 격이 있게 놀고.... 호호호??? 어제 본 칼리오페는 행사나 회원들 모두 예전 칼리보다 훨씬 더 고급스럽고 진짜 진짜 쩔 정도였다. 

시대가 변하니 칼리오페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변함은 없었다. 칼리오페의 캐치프레이즈 “음악을 하는 마음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어제는 “음악을 하는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로 읽혔다. 선배들에 대한 메너도 좋았고,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영혼있는 예쁜 아마츄어의 자세였다. 열심히 하는 모습도 좋고, 프로를 긴장시킬 정도의 실력과 무대메너를 가진 회원도 있어서 멋있었다. 우리 때도 그랬던 듯 싶다. 다시 호호호!!!!

“음악은 칼리오페다”라는 말은 조금 나간 말이지만 “칼리오페는 음악이다”라는 말에는 누구도 돌을 던지지 못할 것이다. 어제는 간만에 음악을 향유했다. 추억도 향유했다. 선후배 관계도 맘껏 향유했다. 제주에서 나서 제주대학교를 다녔던 저로서는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음악향유의 시간이었다.           
  
어제 음악회를 보면서 ‘편한 음악’ ‘귀여운 음악’ ‘첫걸음임을 알리는 음악’ ‘예쁜 옷까지 입은 음악’ 등의 표현들이 생각났다. 그랜드 피아노에 앉은 후배들에게 피아노로 그랜드 페스티발을 만들어주길 마음으로 바랬다. 충분히 가능하게 할 후배들이다. 

황경수

후배걱정도 상팔자다. 이 세상을 마칠 때까지 후배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 칼리오페 동문들이다. 호호호 “이젠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것을 확인했습니다.” 
  
심리학도 변할 듯 하다. 90, 100세까지 살다 보면 ‘회고절정’ 시점과 추억이 60이 될 수도. 칼리오페의 60문턱이 금방이고, 필자의 60문턱도 올 겨울바람이 불면 넘어선다. 어제의 칼리오페는 저에게 ‘회고절정’의 순간이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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