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공판,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나

피고인측, 국민참여재판 신청...11월 초 결론

2021-10-06     홍창빈 기자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게된 50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6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심리로 열린 김모씨(55)에 대한 살인 및 협박 혐의 공판 준비기일에서 김씨는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서면 의견서를 통해 "증거에 입각한 사실관계가 명확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경우 배심원을 선정해 재판을 진행하는데, 배심원이 일반 국민이고 생업이 있어 한 기일을 열어 선고까지 마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며 "이번 사건은 쟁점이 2가지로, 공소시효 완성 여부부터 다퉈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기일로 속행하게 되면 배심원은 다음 기일에 또 법정에 나와야 해 부적절하다"라면서도 "재판부가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일반재판으로 진행하면 이상해 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법정에 출석해 국민의 눈과 상식으로 사건을 보고 판단하는 이점이 있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공소시효 정지 부분은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며 "다음 기일에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측에 "다음 기일 전 의견서를 내 달라"라며 "피고인이 충분히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게 검찰도 도와주길 바란다. 일방적으로 누가 좋고 나쁘고 그런 것은 없다"라며 피고인측에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다시 고민해 볼 것을 당부했다.

그러자 김씨는 "송환된 이후 절차를 봤을때, 법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이나(지켜지지 않고), 조사할때 (범인으로)확정 지어놓고 살인범 도장을 찍어놓고 수사를 받았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우려에 대해 "피고인이 염려하는 것처럼 수사기관에서는 수사를 하다보면 피고인을 범인으로 판단했으니 기소한 것"이라면서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승용이 1999년 살해됐다만 알고 있다"라며 "나머지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다. 확증편향을 갖지도 않는다"라며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공판 준비기일은 오는 11월 3일 오후 2시로 결정됐다.

한편,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98년 8월부터 9월까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ㄱ씨와 구체적인 범행방법을 상의하고,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ㄱ씨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범행을 실행에 옮긴 ㄱ씨는 지난 1999년 11월 5일 새벽 3시 15분쯤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의 상반신 등에 상해를 입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한 방송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를 했다는 결정적 제보 증언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자신을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조직원이었다고 소개한 그는 김 씨였다.

당시 김씨는 방송에서 살인교사와 관련해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폭력조직 두목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 중 한 명에게 시켜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사건의 전면 재수사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인터폴에 김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23일 김씨가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사건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범행에서 김모씨의 역할, 공범과의 관계, 범행방법, 범행도구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의 사람이 범죄를 공모해 이 가운데 한명이 공모 계획에 따라 범죄를 실행했을 때, 실행을 하지 않은 또 다른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이라 판단, 똑같이 주범으로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당초 2014년 11월 4일로 만료됐지만, 김씨가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지난 2014년 3월부터 13개월간 해외에 체류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2015년 12월까지로 연장된 것으로 판단했다.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출국한 경우'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기소중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소시효 연장 상태에서 2015년 7월 31일 시행된 일명 ‘태완이법(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이 적용됐다.
 
즉, 공소시효 폐지 시점까지 김씨가 해외에 출국하면서 공소시효가 연장됐고, 그 사이 시효가 폐지되면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살인을 공모한 공범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연장․폐지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