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견문> 후 '미래의 역사' 생각
[특별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독서모임 ‘사피엔스’에서 올해 2021년 들어 <유라시아 견문>을 읽었다. 6개월에 걸쳐. 7월 10일 토요일, 저자 이병한과 ‘줌(ZOOM)’을 통해서 좌담회'를 했다. “미래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맥락이 3일이 지난 지금도 맴돈다.
책의 내용은 ‘유라시아’라는 공간에 대한 내용이다. 각 나라, 각 도시들의 역사, 정치, 삶, 우리와 만날 수 있는 접점,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훈, 그동안 볼 수 없었고, 무시도 당해왔던 아시아와 만나는 경계 관련 내용이었다. 참고자료를 찾으면서 읽었다. 지난했지만 그때 그때 지적 지평이 확장됨을 느꼈다.
저자는 현지 언어를 배워서 인터뷰하는 노력을 했다. 감동이다. 현지를 공부하고, 현지에서 걸으면서 확인하고, 그 현지의 유지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서 글을 완성하고, '프레시안'이라는 신문에 3여년을 올린 내용이다. 그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의 얘기를 들으니 1895년 유길준의 <서유견문>의 시간 거리를 둔 후속편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 한반도의 ‘미래의 역사’를 생각하게 하려고 쓴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가 본 글을 쓰다보니 독후감이라기 보다는 훗날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에 대해 저자에 대해 알려주는 성격의 글이 되었다.
첫째, 저자는 현지 유지분들과 인터뷰할 때, ‘관점의 균형’을 지향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종교, 이념을 고려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순수 학자나 정치인이 아니라 실무를 경험한 학자나 정치인 등을 인터뷰하기를 원하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다른 관점을 가진 분들을 인터뷰하려고 노력했다고 하신다. 돌이켜 보매, 인터뷰한 내용을 읽은 것이 뿌듯하다.
둘째, ‘지구형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와 기후변화 시대에 한 점의 공간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다. 개체주의도 의미가 없다. 지구와 우주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면서 역사와 세계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와 역사는 하나다?
셋째, 미래의 역사는 과거를 살피는 ‘역사학’으로는 한계가 있고, 공학, 과학, 디지털 등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다시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서 미래를 연구하기 위한 박사과정을 다니고 계시단다. 보통사람이 결정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퇴직 후에나 가능할 일이다. 저자는 자유롭고, 그 뜻이 고귀했다.
넷째, 우리나라와 주변국가의 연계성을 살피기 위해 전공을 바꾸면서 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사회학, 지리지형학으로는 찾고자 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이를 아우룰 수 있는 주변국과 공간, 역사, 정치 등을 아우르는 틀을 찾아 공부했다는 것이다. 부러움이다.
다섯째, 산업화 세대에게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 민주화 세대의 공에 감사했다. 우리에게 산업성장과 민주화를 선물 해주셨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공부할 때는 싸이, 이세돌, BTS 등의 이미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의 국력과 이미지 구성에 한 몫을 해준 것이라는 평이다. 각 세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느꼈다.
여섯째, 조사와 공부, 글쓰기를 위해서 방학시기에는 외국생활의 루틴을 찾아떠난다고 한다. 저자는 새벽 글쓰기, 아침 명상과 공부, 오후 현지 조사, 저녁 운동의 루틴을 구성했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가족과 사회생활이 이러한 루틴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부하기는 쉽지않은 듯 하다. 저도 익히 많이 느끼고 있었다. 아이 키우기 까지.
일곱째, 글은 사유의 공간을 남기기 위해 하루에 A4 한 장 정도만을 쓰신다고 한다. 생각이 움직인다고 많이 쓰면, 다음 날 고민할 사유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쓰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는 것도 그 다음을 위한 에너지 비축을 위해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다.
여덟째, 외국에서 조사할 때는 ‘모국어 사용 욕구’가 충만해짐을 느낀다고 하신다. 그 현지 조사에 충실하고, 그 현지 언어를 배우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우리 국어를 쓸 기회가 작게된다고 한다. 일부러 우리 국어를 적게 쓰기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현지음식에 충실하고, 현지인 중심으로 만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집중과 몰입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국어를 더 쓰고 싶어지고, 더 감사하게 되는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홉째, 역사공부에서는 시간적 연결성도 중요하지만 공간적 해석과 연결해야 한다고 하신다. 자연지형, 주변국들과의 관계와 특성, 그 외 종교나 정치 등의 지형을 보면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구글지도를 펼쳐놓고 역사책을 읽으라는 조언이 특히 재미있다.
열 번째, IQ와 기억에 의지하는 교육과 평가체제는 이제 그만이라 하신다. 자료를 찾고, 의미있게 서사화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평가받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운 교수의 삶에 대한 편집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느꼈다.
열한 번째, 제주에 기후, 환경, 생명을 연결해서 지향하는 국제대학이 생겼으면 하는 제안을 하신다. 다음 방문지는 코스타리카였다. 생명, 과학, 공학을 연결시키는 ‘지구대학’(earth univ.)를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는 강원도를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그곳은 남한과 북한이 동시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치단체! 제주를 택해주셨으면 했는데!
뉴질랜드에는 “지구법”이라는 법이 있다고 한다. 자연, 즉 강, 산, 일정의 벌판 등에 법인격을 부여해서, 인권과 같은 천부적 기본권을 부여한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우리 한국의 미래는 자연을 품고 생명을 존중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프랑스의 마크롱, 프란시스코 교황과 미국,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생명존중 정신의 연결 등을 추가적으로 설명하신다. 미래의 지구가 연결될 정신으로써 생명존중이다.
열두 번째, 우리 조상들이 즐겨 읊으셨던 한시(漢詩) 감상하면서 나름 독창적 문체를 만들었다고 하신다. 운율, 같은 위치에 대조되는 단어를 넣어서 비교하는 기법을 쓴다. 같은 위치의 단어를 조금씩 변형하면서 반복하여 강조하는 기법 등 한자문화권에서 구사할 수 있는 문체를 사용한다. 이를 알아보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하신다.
저자와 만나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입체적으로 읽는 느낌이 들었다. 고생한 상황이 정리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적 내용이 저에게 다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은 후, 그 저자와 대담을 하는 것이 참 흐뭇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흐뭇하다.
이 <유라시아 견문>이 나중 읽을 젊은 후배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존을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국사 때문에 떨어져 사극을 보지도 않았던 저에게, <유라시아 견문>은 독서 제1순위에 ‘세계사’를 위치 시켜 놓았다. (*이병한 저자와 대담 후 그 느낌을 적으며 독후감을 대신하고자 한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