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우려 속, '맹지' 공유지 매각 허용 조례안 통과

제주도의회, 의원발의 '공유재산관리 조례' 가결
"개발광풍의 또다른 시작" "공유지 훼손" 역작용 우려, 어떻게?

2019-12-24     홍창빈 기자

진입도로가 없는 농업용 토지, 즉 '맹지(盲地)'에 대해서는 통행로 확보 목적으로 공유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많은 우려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24일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4일 오후 제37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무소속 강연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공유재산 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정해 가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26명, 반대 5명, 기권 6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안은 15년 이상 농업에 사용된 맹지의 경우 통행로 확보를 목적으로 그 용도를 지정해 2000만원 한도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공유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농사를 짓는데 있어 통행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농가의 불편을 해소하고 토지의 이용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행자위 심의에서는 큰 이견없이 공유지 매각대상 토지의 조건에서 '2003년 이전부터'라는 농사에 사용돼 온 경과기간 부분만 '15년 이상'으로 수정해 가결 처리했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진입로 개설을 위해 공유지 분할 매각을 요청하는 맹지 소유자들의 민원이 이어질 전망이다.   

공유지에 연접한 토지(맹지) 소유자 입장에서 보면, 공유지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진입도로를 만들 수 있어 이번 조례 개정은 고무적인 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 조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공유지에 연접한 맹지 소유하고 있는 특정 토지주들에게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 특혜 시비가 이어질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공유지 매입을 통해 진입도로가 확보될 경우 해당 토지는 땅값 상승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통행로 확보 후 건축 등 각종 개발을 할 수 있게 돼 당초 의도한 '순수 영농'의 목적이 퇴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회에서는 투기 우려 등을 감안해 수의매각 대상 한도액을 최소한 범위로 한정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한번 물꼬가 트이면 앞으로는 한도액을 상향하는 개정안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순수 영농을 목적으로 한 진입로 개설이 필요하다면 매각이 아니라 임대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또 맹지 인접토지마다 공유지를 매각할 경우 공유지가 중구난방식으로 쪼개어지면서 공유지 가치 하락 등의 역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24일 성명을 통해 "이 조례안은 개발광풍의 또 다른 시작으로 도의회가 빗장을 열어서는 안된다"며 조례 부결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공유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정책의 추세가 더욱 엄격하게 이뤄지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임대도 아니고 매각을 전제로 한 이번 조례가 통과된다면 공유지 정책의 오점을 도의회 스스로 남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유지를 엄격히 관리해야 할 도의회가 의원발의로 이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통과시키면서, 오히려 공유지를 활용해 개발할 수 있도록 빗장을 스스로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