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8) '인력개발원 영어강사' 마크 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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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8) '인력개발원 영어강사' 마크 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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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힉스. <헤드라인제주>
'도민을 행복하게! 삶을 풍요롭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공직자와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외국어 및 정보화 교육을 제공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인력개발원(원장 김용구).

그 곳에는 제주와 계약을 맺고 제주의 녹을 먹으며 공무원외국어교육 영어강사인 영국 돈 캐스터 출신 마크 힉스(Mark Higgs, 38)가 있다.

제주에 살고 있는 영어권 외국인의 대부분은 영어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데에 반해 제주에 거의 없다시피한 계약직 근로자인 외국인 마크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5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인력개발원을 찾아가봤다.

지난 2002년 아시아 등지를 여행하던 마크는 "언젠가 아시아 국가 중 한 곳에서 살아봐야지"라는 생각을 품었다.

여행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 그는 전공이었던 역사학을 살려 중.고등학교에서 교단에 서기도 했다.

그러던 2006년, 그는 오래도록 품어왔던 꿈을 실현시키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통해 그가 살고 싶은 아시아 국가를 고르기 시작했다.

# "웹서핑으로 찾게 된 제주, 이제는 제2의 고향"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이곳저곳을 살폈어요. 그러던 중 제주를 알게 됐죠. 제가 살던 영국과는 너무나 다른 자연 환경, 기후 등이 제 흥미를 끌었어요. 그렇게 제주로 오게 됐어요."

그렇게 그가 제주를 찾은 것은 2006년 4월.

"1년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제주를 찾은 그에게 일단 시급했던 것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지금은 제주가 가진 섬문화, 음식, 언어 등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제2의 고향같다"고 말하는 그지만, 처음 제주에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 그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영어권 외국인들처럼 학원가를 전전하던 그에게 그가 가진 영국식 발음은 미국식 발음을 원하던 학원 원장과의 마찰을 가져왔다.

서너달 만에 학원을 나온 그는 다른 일을 찾아야 했고, 그해 8월 인력개발원의 공무원외국어교육 영어강사 구인 광고를 보게 됐다.

"광고 보자마자 신청했어요. 신청한 후에 서류 전형, 인적 조회, 범죄 경력 조회, 영국 대사관과의 인터뷰 등으로 3개월을 보냈어요. 꽤 오랜 시간이었죠. 그렇게 드디어 저는 공무원외국어교육 영어강사가 됐고, 1년만 살아보자던 마음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어요(웃음)."

마크 힉스. <헤드라인제주>
# "열린 마음이 국제자유도시 만들 수 있어요"

마크는 제주도청, 제주시.서귀포시, 제주도교육청 등의 기관에서 온 6~7급 공직자들에게 일상영어 및 비지니스 영어를 훈련(그의 표현에 따르면)시킨다.

"그들 대부분 문법이나 문장 읽는 것, 해석하는 것들은 잘해요. 그런데 문제는 영어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요. 그래서 말하기와 감정표현에 서툴고 특히, 발음은 정말이지..."

그가 말하는 '그들'은 6~7급 공직자로, 연령대가 대부분 4~50대다.

그들 대부분이 4~50년 간 제주에서만 살아왔고 외국에 나가본 적도, 외국인과 말을 섞어본 적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발음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자신감도 모자라다는 것.

"강의는 2월에 시작했고 지금이 3월, 처음이니까 그렇죠 뭐. 교육이 끝나는 연말쯤 되면 자신감이 늘어 영어를 편하게 느끼고 감정표현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 다 할 수 있게 만들겁니다. 학생들도 열심히 할거라 믿고요."

마크 힉스. <헤드라인제주>

평범한 학원 영어강사가 아닌 공무원 대상 영어강사인 마크. 그래서일까. 그가 가진 직업에 대한 그가 느끼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았다.

"전 제 일이 너무 좋아요. 특히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영어는 모두에게 중요한게 사실이잖아요. 제 영어 수업이 공직자들에게 영향을 줘서 그들이 제주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더 발전할 거에요. 그런 모습을 보는게 제 만족이죠."

하지만 국제자유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는 영어말고도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어야 한다는 마크.

"1953년 한국 전쟁 후 약 50년만에 세계 경제 11번째에 오른 한국은 정말이지 놀라워요. 제주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발전만 하다보니 구 세대와 신 세대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 예로 사람들의 마음이 좁게 닫혔어요. 할머니와 젊은이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생기기도 했고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 되려면 제주 사람 모두 Open mind(열린 마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어교육과 더불어 '열린 마음'을 강조하던 마크. 그는 그런 '열린 마음'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는 주말 오후면 학생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공무원들로 이뤄진 축구팀에서 축구도 같이 하며 '제주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가 만약 학원에서 일하며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과 어울렸다면 이런 경험을 갖지 못했을 겁니다. 외국인들끼리만 어울리는 외국인들은 절대 제주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 직업이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준거죠."

"나중에 언제 한번 소주 한잔 합시다"라는 한국인들의 특기인 '기약없는 약속'을 약속하던 마크.

그와의 '소주 약속'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약 5년간 훈련시킨 150여 명의 학생들, 그리고 조 기자와 같은 젊은이들이 제주를 바꿔놓을 것을 믿어요"라는 그의 말에는 왠지 손가락을 걸고 싶었다.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 조승원 기자

[세계人제주] 연재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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