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6) 미국인 브라이언 밀러의 '사진 이야기'
상태바
[세계人제주] (6) 미국인 브라이언 밀러의 '사진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미없는 사진은 없어요. 모든 사진에는 찍은 사람의 감정, 초점이 담겨 있죠."

학원 영어강사로 재직하면서 제주도내의 유일한 영자신문 '제주위클리'에서 사진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브라이언 밀러(31, 미국).

이역만리 미국에서 제주까지 와서 사진에 푹 빠지게 된 브라이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일 저녁 제주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학원에서 막 영어수업을 끝내고 돌아온지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도 잠시, 피곤에 지쳐 감겨가던 눈은 '사진'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초롱초롱 생기가 돌았다.

# 사진에 눈을 뜨게 해준 '내셔널 지오그래픽' 그리고 '제주라이프'

브라이언 밀러. <헤드라인제주>

처음 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아주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즐겨 읽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접한 뒤였다.

"잡지에 나온 이곳저곳의 사진들을 보며 언젠가 이 곳들을 여행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어요.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생 때쯤, 사진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카메라 사용법에 대해 배우게 됐죠."

하지만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는 대학에 진학해 아랍어를 전공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진로 앞에서 갈팡질팡하던 그는 대학시절 익혔던 아랍어와 어머니한테서 '훔친'(그의 표현에 따르면) 카메라를 들고 중동으로 향했다.

"3년여 간 이집트, 요르단 등을 여행하며 내가 본 것들을 사진에 담아냈어요. 그때부터 사진에 대한 관심이 싹 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사진에 미친 건 4년 전 제주에 온 뒤였어요."

2006년 제주에 발을 딛은 그는 영국에서 온 짐 샌더슨을 만나게 되고 그와 의기투합해 '제주라이프'라는 영문잡지를 발간하게 된다.

'제주라이프'에 실릴 글도 쓰고 사진도 찍던 그는 역동적인 스포츠 경기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내길 언제나 꿈꿨었다.

그러던 중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FC 경기의 사진촬영 기회를 얻은 그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의 참 맛에 빠져들었다.

"발렌타인 챔피언 쉽 골프대회에서 최경주를 비롯해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골퍼들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때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굉장했죠. 반기문 UN 사무총장, 미셸 위의 사진도 찍었어요. 미국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엄청난 일이었어요."

브라이언 밀러. <헤드라인제주>
미국 사진기자의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밑 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고 나서야 최경주, 반기문 사무총장, 미셸 위와 같은 인물들을 찍을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사진기자 경험도 전무했던, 제주에서 조그마한 잡지에 실을 사진을 찍던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같이 사진을 찍던 AP, 로이터 통신사의 사진기자들도 놀랐다고 한다.

1여년 전, '제주라이프'를 같이 만들던 짐 샌더슨이 제주를 떠나자 그는 새 갈 길을 찾아야 했고, 그렇게 그는 '제주위클리'에서 사진을 담당하게 됐다.

# '사진 욕심쟁이' 브라이언

학원 영어강사, '제주위클리' 사진기자 말고도 그는 무척이나 바쁘다.

"제주시청과 함께 사진첩 형식의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있어요. 'The Village Across The Sea'라는 제목의 책인데 제 사진 800여 장이 실려있고 제주 4.3, 해녀, 굿, 당과 같은 문화적 요소부터 관광지 정보 등을 담고 있어요. 제주사람들은 물론 제주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진짜 쓸모있는 그런 책이 될거라 믿어요."

하지만 요즘 재정지원 문제로 책 발간에 제동이 걸려 심난한 표정을 짓던 그는 "제주시청의 담당자, 디자인 업체와 아직 나눠야 할 얘기가 많지만 오는 8월에는 꼭 보여드릴수 있도록 노력할게요"라며 책에 대한 열의를 내보였다.

그의 사진에 대한 욕심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학원에 강의하러 가기 전이나 주말에도 틈틈이 짬을 내 좋은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런 그가 꼽는 제주 제일의 풍경은 어딜까?

제주에는 멋진 곳이 많지만 그가 최고로 꼽는 곳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용눈이오름'이다.

"날씨가 좋은 날 용눈이오름 정상에 올라서면 우도, 성산일출봉 등이 다 보여요. 그 풍경은 정말이지 끝내줘요. 본적이 없으면 아무리 말해도 모를걸요. 다랑쉬오름도 좋지만 용눈이오름이 오르기 훨씬 쉬워서 더 좋아요."

브라이언 밀러. <헤드라인제주>
아직도 사진을 배우는 중이라는 그는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육지의 프로 사진가를 찾아가 한 수 배울 계획도 갖고 있다.

"제 생각에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단 하나인 것 같아요. 훌륭한 사진가의 사진을 많이 보고 또 보는 것. 그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해 내는지, 어떤 각도로 찍는지 등등, 습작만이 발전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말로 또박또박 '혼자'라고 말한 그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인지 그의 곁에는 '카메라'라는 부인과 '사진'이라는 아들.딸이 보이는 듯 했다.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 조승원 기자

[세계人제주] 연재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