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2) 캐나다인 제이슨의 제주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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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2) 캐나다인 제이슨의 제주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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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고 한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제결혼은 전국에서 약 3만6000여 건, 제주도에서도 434건으로 나타나, 국경을 뛰어넘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이들을 보는 것은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그 중 지난 2008년 여름, 제주 여자와 부부의 연을 맺고 제주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캐나다 남자 제이슨 힐츠(37)에게 눈길이 끌렸다.

그가 캐나다 남동쪽 끝에 위치한 노바스코샤 주에서 제주도까지 날아와 신혼방을 차린 까닭이 궁금해 그를 만나봤다.

8일 오후 2시경 제주시청 부근에 위치한 '더 바'.

제이슨 힐츠 <헤드라인제주>

맘씨 좋은 옆집 큰 형 같이 푸근한 제이슨의 인상에 첫 만남인데도 왠지 정겹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의 박시헌 선수와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 간 주니어 미들급 권투경기를 통해 한국을 처음 알게 됐죠. 그 당시 박시헌 선수의 금메달 획득 과정에서 편파판정 논란이 일었거든요. 페어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올림픽에서 그런 일이 생겨 씁쓸했어요."

실제 박시헌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로이 존스는 오랜 기간 소송을 통해 금메달을 찾으려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결국 1997년 박시헌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가지고 그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999년.

그러던 중 친구를 만나러 제주도에 들렀다가 제주 영어학원가에 안착하게 된 제이슨은 5~6개의 학원을 거치면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제이슨은 현재 북초등학교에서 1~4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교사다.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맑아서 정말 사랑스러워요. 그런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흐뭇하죠."

그러던 중 제이슨은 "그런데 초등학교에서도 그렇고 나이든 사람들도 토익이다 뭐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정작 영어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아이러니 하죠.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국경을 초월한 결혼은 '대형 사고'?

제이슨 힐츠의 부인 부성미씨 <헤드라인제주>

제이슨과 '더 바'의 주인장 부성미(35)씨와의 인연은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바에 손님으로 왔다가 눈이 맞았죠.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어요"라며 그때를 회상하는 부성미씨.

제이슨과 부성미씨는 5년간의 연애를 통해 지난 2008년 결혼에 골인, 부부가 됐다.
 
"집안의 반대요? 전혀요. 제가 워낙 어릴때 말썽을 부렸더니 부모님께서는 '드디어 내 딸이 큰 사고 한번 치는구나'하고 허락하셨어요. 제이슨과 맺어질 운명이었나봐요."

부성미씨가 부부간의 금실을 자랑하자 제이슨도 "집안에서 전혀 반대하지 않았어요. 내가 하고싶다는 데 어쩌겠어요. 그래서 결국 캐나다로 데려가 그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죠"라며 거들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해 간단한 의사소통만 할 뿐이지만 마음으로, 눈빛으로 통하는 이들을 보며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애는 아직 없어요. 내년쯤 하나 낳을까 생각중이에요"라는 그의 말에 애가 나오면 꼭 보러오리라고 약속했다.

# "Lovely 제주도, 하지만 변해가는 모습에 안타까워요"

10여년간 살고 있는 제주도에 대해 묻자 제이슨은 "아름다운 광경, 아름다운 해변 등 제주도의 모든 것들이 너무 예뻐요"라며 제주도에 대해 연신 'lovely(사랑스러운)'를 내뱉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제주도의 관광지 개발을 지켜봐 왔는데 지금 그 곳을 다시 가보면 안쓰러워요. 특히 올레길을 만들면서 그 주변의 아름다웠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사라져서 안타까움을 느껴요"라던 제이슨은 제주 환경의 변화에 대해 쓴웃음을 지었다.

제이슨은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제주의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 요새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것중 하나는 바로 '쓰레기'.

"길 걷다가 툭, 차타고 가다가 툭, 아무나 아무데서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져요."

곁에 있던 그의 아내 부성미씨도 한마디 거든다.

"지난번에 갈비집을 지나가는데 어떤 가족이 후식으로 껌을 꺼내더니 껌을 입에 넣고 껌봉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길바닥에 버리는 걸 봤어요. 어린 아이였는데도 말이죠. 참 속상하죠."

제이슨도 감정이 격했는지 대화에 끼어든다.

"이러다가 제주도가 쓰레기 천지가 되고 말거에요. 상상도 하기 싫은데..."

제이슨은 '난폭운전'도 꾸짖었다.

"친구가 예전에 한국에서 운전을 하면 공격적으로 바뀔거라고 말했는데 왜 그런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경적을 빵빵 울려대고, 자기 먼저 가려고 끼어들고. 좀 천천히 가면 죽나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길거리에 쓰레기 몰래 버려봤고 난폭운전도 해봤던 필자는 속으로 뜨끔하며 얼른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 "외국인과 한국인 간의 균형, 서로 맞춰가며 즐겁게 지냈으면 해요"

캐나다-한국 부부인 제이슨과 부성미 부부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매일 밤이면 외국인 여럿이 짝을 지어 찾는다는 '더 바'.

그 곳에서 '주모'역할을 자청한 제이슨은 "솔직히 아직도 외국인과 한국인은 서로에게 있어 민감한 존재인 것 같아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나이, 국적 상관없이 서로 배워가고 알아가면서 모든 사람이 재미있게 즐겁게 지냈으면 해요"라고 소망했다.

새해에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제이슨에게 "당신 충분히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끝으로 제이슨과의 짧은 만남은 다음을 기약했다.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와 길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보고, 거리를 활보하는 연인들을 보며 제이슨의 '꾸지람'과 '사랑'이 떠올랐던 것은 왜일까.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 조승원 기자

[세계人제주] 연재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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