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人제주] (1) '제주위클리' 트레이시 베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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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 '제주위클리' 트레이시 베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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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베럿. <헤드라인제주>
한국이, 제주가 그리워 2년전 떠났던 제주를 다시 찾은 뉴질랜드인 트레이시 베럿(46).

휴가철에 잠시 들러 제주의 풍경과 낭만을 느꼈던 관광객이 이제는 제주의 기사 아이템과 좋은 사진 한 장을 쫓는 신문사 편집장이 됐다.

제주 유일의 영어신문 '제주위클리(The Jeju Weekly, 발행인 송정희)'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트레이시를 만나봤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2월 31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제주위클리' 사무실.

'제주위클리'의 새로운 판이 발간된 날과 겹쳐 사무실은 발송작업 준비로 분주했다.

한창 바쁜 와중에 찾아간 것은 아닌지 미안해 하며 도와주겠다는 기자의 호의에 괜찮다며 손사레 친 트레이시와의 인터뷰는 그의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서 시작됐다.

#"제주의 아름다움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어요"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1년여간 중앙일보 영문판에서 편집을 맡아 했던 그는 불현듯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라크로 떠났다.

그 뒤 한국을 방문한 그는 오래전 휴가때 들렀던 제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을 좇아 제주를 다시 찾았다.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간 제주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그는 "영어를 가르치는 것, 특히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너무 지루했어요. 변화가 필요했죠" 그렇게 그는 학원을 그만두고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인도네시아에서 1년여간 신문 관련 일을 하다가 제주로 돌아왔을 때 마침 '제주위클리'에서 편집일을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주위클리'는 사람이 필요했고 나는 언론 관련 일을 하고 싶었고...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죠."

제주의 아름다움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는 그는 현재 영어 일간지 '제주위클리' 편집장의 자리에서 편집, 기사작성, 사진촬영 등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두가지 지향점이 있어요. '정보 제공'과 '징검다리'요"

트레이시 베럿. <헤드라인제주>
아직 3주차 편집장으로 '제주위클리'를 2번 밖에 발행해 보지 않은 그는 "그마저도 내 손을 탄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색이 너무 짙었어요"라며 "앞으로 나만의 색깔이 들어간 '제주위클리'를 발행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지만 아직 어리죠. 갓난아기처럼 어린 신문이 우리 '제주위클리'에요. 하지만 지금도 제주 사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차지하는 부분은 더욱 커질거에요."

그가 이처럼 자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두 가지 지향점이 있거든요. 정보 제공과 징검다리요."

제주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제주위클리'를 통해 제주의 정보.소식을 제공하고, 외국 50여개국의 대사관 등에 배포돼 홍보역을 맡아 제주와 외국을 잇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제주위클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제주위클리'가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어 "더 잘되기 위해 일단, 나만의 팀을 꾸리고 싶어요. 지금 '제주위클리'에서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모두 프리랜서로 언론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제주에 있는 외국인들은 쉽게 왔다가 쉽게 가요. 그래서 나는 우리 팀을 꾸려 우리 기자들을 가르치고 키워서 '제주위클리'에 양질의 콘텐츠를 싣고 싶어요"라며 '편집장'으로서의 욕심을 내보였다.

제주에 있는 외국인 친구 몇몇에게 '제주위클리'에 대해 "우리 신문 어때?"라고 물어봤더니 좋고 싫음이 극명히 갈려서 의외의 반응이었다는 트레이시.

그들이 왜 싫어할까하고 짓궃게 묻자 "글쎄요. 하지만 싫어하는 친구들이 바라는 점은 바꿔나가고, 좋아하는 친구들의 의견은 살려서 잘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라고 소망했다.

#트레이시가 생각하는 '독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신문 만들기'

기자 개개인의 능력 함양, 기획력 향상, 기사 작성과 탈고에 있어 충분한 시간 할애, 이 세 가지를 중요시한다는 그는 "이 외에도 기자라면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해 '언론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독자들의 눈이 빠지게, 애가 타게 만들 정도의 신문을 만들고 싶어요. 다음 이슈는 뭐지? 언제 나오지? 이렇게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신문을 기다리게 할거에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딱딱한 사실과 정보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이것이 트레이시가 생각하는 '독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신문' 만들기 비법이다.

그는 "정보를 그냥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같은 정보라도 재미있게, 흥미있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죠. 그렇지만 나는, '제주위클리'는 할 수 있어요"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분위기를 바꿔,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새해를 맞는 느낌에 대해 묻자 트레이시는 "우리나라인 뉴질랜드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게 9~10년전 쯤 이었나...기억도 잘 안나요. 이젠 제주가 내 집 같아요"라며 아쉬움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몇달 후엔, 달라진 '제주위클리' 모습 보여드릴께요"

트레이시 베럿. <헤드라인제주>
새해소망을 묻자 거창한 소망대신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을 털어놓는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인생은 배워가는 것이니까요. '제주위클리'도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인도네시아에 살다와서 아직 추위에 적응이 안됐다는 그는 "새해 첫 날 성산일출봉에 가고 싶지만 너무 추울 것 같아서 생각을 바꿨어요"라며 실내에서도 바람이 차게 느껴졌는지 옷깃을 여몄다.

그는 "성산일출봉 대신 이번에 새로 생긴 올레 15코스에 가서 새해 첫 날, 새 코스를 돌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날씨가 좋으면요."라면서 작은 불만을 털어놨다.

올레 15코스 길이 열렸는데 제주올레 홈페이지의 영어 정보는 12코스에서 길이 멈춰버린 것.

이와 관련해 그는 "아무것도 모른채 새로 생긴 올레에 가서 고생하고 싶지 않아요. 제주에 있는 외국인들 중에도 올레길을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영어로 된 정보가 없어 갈 수가 없어요."라며 제주올레 홈페이지의 영어 정보 업데이트를 희망했다.

제주대학교 정문 앞에 서있는 돌하르방을 보고 너무 귀엽다며 달려가 함께 사진을 찍는 트레이시는 요새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쁘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활동적인 일은 커녕 친구 만나는 것도 힘들다는 그에게 외국에 있는 친구, 가족과는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전화는 잘 안해요. 인터넷이 있는걸요"라며 개인간 교류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이용한다고 했다.

부모를 여의고 결혼도 하지 않아 혼자인 그에게 인터넷은 단순한 인터넷이 아니다. 외국에 있는 형제, 친구를 이어주는 중요한 도구였다.

"대부분의 형제, 친구들이 호주에 있어 인터넷, 특히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요. 인도네시아에 있었을 때는 전화를 자주 했지만, 제주에는 인터넷을 편하게 쓸 수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무엇을 했고, 할 것인지 다 알 수 있는 세상...참 편한 세상이죠."

3주차 편집장 트레이시는 "몇달 후에 달라진 '제주위클리'를 보여주겠어요"며 묵은해를 보내는 시점에서 새해의 새로운 약속을 했다.

제주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데 온 정신이 팔려있는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또 다른 인터뷰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열정적인 그의 모습만큼이나 '제주위클리'의 더 흥미롭고, 더 따뜻한 다음호가 기다려진다.

#제주위클리, 세계 50여개국에 배포되면서 '제주 알림이' 역할 톡톡

한편 '제주위클리(The Jeju Weekly)'는 지난 5월 14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창간된 영자신문으로, 타블로이드판형을 갖추고 2주에 한번 발간되고 있다. 

제주 사회, 문화, 관광, 경제 등 제주의 소식를 담은 '제주위클리'는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세계 50여개국 주요 기관에 배포되면서 제주를 알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세계人제주] 연재는...
 

   
조승원 기자
[세계人제주] 연재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눈에 비친 제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영어 인터뷰에 서툰 면이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진솔하고 따뜻함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능수능란한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또 직업전선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끼를 발휘하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외국인 분들을 알고 있는 독자여러분의 추천을 바랍니다.

기획연재 담당기자 조승원(사무실 064-727-1919, 010-239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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