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시의 시정 홍보가 구설에 올랐다. 시민들을 위한 홍보보다는 직속상관인 부시장과 시장의 활동을 알리는 홍보자료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누리집의 '시정뉴스'를 보면, 이달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의 매일 올라오는 소식이 김완근 시장과 변영근 부시장의 동정이다.
물론 시장과 부시장의 동정도 공적 영역의 활동이고, 시정 방향을 시민들에게 알리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적절성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적정한 선을 넘게 되면 '오버'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홍보인지, 목적성을 의심 받을 수도 있다.
홍보에 있어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홍보의 초점, 즉 프레임이다.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메시지를 읽는 시민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를 테면, 시장이나 부시장의 동정에 초점을 뒀다면, 시민들은 시장의 부시장의 활동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활동의 배경이 되는 내용은 자연스럽게 2차적,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12일 구설을 빚은 제주시의 '신엄리 수박 직거래 장터' 관련 홍보자료는 뭔가 주객전도된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이 행사의 팩트는 제주의 수박 주산지인 애월읍 신엄리 수박의 판매촉진을 위해 수박 직거래 장터를 개장한다는 것이다.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직거래 장터가 성황리에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직거래 장터의 홍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매년 열리는 행사이기는 하나, 제주시가 이 내용과 관련해 홍보를 하고자 한다면, 초점은 당연히 '신엄리 수박 직거래 장터 개장'에 맞춰졌어야 했다.
그러나 제주시 농정부서는 이 내용에 대해 사전 어떤 홍보 자료도 탑재하지 않았다. 행사 당일인 12일 오전 제주시 누리집의 '시정뉴스' 코너에 "제주시 부시장, 개장식 참석"이라는 홍보자료를 올렸다.
담당부서는 직거래 장터 개장보다는 '부시장님 참석'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이 자료가 탑재된 후 관련 사진도 장터와 관련된 사진이 아니라 부시장의 얼굴에 초점을 맞춘 2장이 올라왔다.
뒤늦게 언론에서 문제제기를 받자, 황급히 장터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한경면 승격 68주년 기념식이나, 한림읍 승격 68주년 기념식과 같은 행사는 모두 '시장님 참석' 동정으로 누리집에 올랐다. 2024 애월읍 농수축박람회 개최 보도자료도, 행사의 내용보다는 '부시장님 참석'으로 올랐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공공 행사 여부 관계없이 최근 열리는 행사 대부분이 '시장님' 또는 '부시장님'으로 시작해서 '시장님'과 '부시장님'으로 끝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시는 분기별로 홍보 우수부서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시장님'과 '부시장님' 동정 쏟아내기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를 일이다.
제주시정 홍보, 누구를 위한 홍보인가.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