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가정 내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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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가정 내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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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여진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여진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여진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93년 유엔(UN)에서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5월 15일을‘세계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로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건강가정을 위한 개인ㆍ가정ㆍ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건강가정기본법’에 매년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5월을 가정의 달로 지정하였다. 5월에는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어버이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어, 가정의 달이란 이런 모든 날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황금연휴라는 올 5월, 과연 우리의 가족은 건강한지 의문이 든다. 가족은 사랑과 이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집단이지만, 우리는 신문에서 또 TV에서 심심치 않게 가족폭력과 갈등에 관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일부 가족학자들은 가족 안에는 갈등이 필연적으로 내포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가족 안에는 ‘성’과‘세대’라는 큰 갈등 요소가 무려 두 가지나 존재하기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은 성차에서 그리고 부모자녀간의 갈등은 세대차에서 항시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가장 큰 갈등은 바로 성별과 세대간에서 일어나는 갈등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족학자들은 건강가정(Healthy Famil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가족갈등에 대한 두 가지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바로 양성평등과 민주적인 관계이다. 부부관계에서는 남녀의 구별없이 부모로서 자녀돌봄을 함께 하고 살림도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고, 부모자녀관계에서는 연장자인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권위주위적인 방식이 아닌 민주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1년‘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당신이 선택한 삶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서 한국은 전체 148개국 중 128위로 거의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나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상인 자살률은 2002년 1위였던 일본을 제친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은 그 이유가 대부분 학업 스트레스이다. 이미 유엔은 우리나라 아동들의 지나친 사교육 학습시간을 학대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를 개선하기를 권고한 바 있다.
    
중.고교생 자녀를 학부모라면 이번 5월에 학교에서 보낸 중간고사 성적표 배부 알림 문자를 받았을 것이다. 필자도 올해 고등학생이 된 자녀의 학교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부모의 격려가 자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교가 부모님의 야단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려 애쓴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어딘가에서는 성적으로 한없이 초라해질 아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왔다.
   
부모교육의 대표적인 학자인 드라이커스는 민주적인 부모자녀관계란 부모와 자녀는 동등한 존재라는 평등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부모로서 우리가 자녀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정서적 안정성 뿐이라고 하였다. 사실 우리 사회는 복지예산은 낮고 경쟁은 높아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지키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필자는 가정에서부터 인권, 사랑,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의 건강성은 그 형태가 아니라 가족구성원이 기능을 잘 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우리 스스로 가정 내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5월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여진 /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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