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없는 제주들불축제 막 내리자 '존폐' 논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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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없는 제주들불축제 막 내리자 '존폐' 논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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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문화관광축제 위상불구, 개최시기.방법 두고 논란
"산불위험 시기, 왜 꼭 3월에?...탄소배출.기후변화 대응 역행"
'오름 불놓기' 빠지자 방문객도 확 줄어...제주시 "시민의견 듣겠다"
2023 제주들불축제 개막 행사.
2023 제주들불축제 개막 행사. 이번 제주들불축제는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되면서 관람객들은 예년 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가 막을 내리자 존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불' 없는 들불축제가 반복되면서, 개최 취지가 점차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개막해 12일까지 나흘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펼쳐졌던 '2023 제주들불축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당초 4년 만에 정상적 대면 행사로 개최되면서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나흘간 방문객은 잠정 7만9000명에 그쳤다. 30만명에서 40만명을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참여나 축제장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이유는 산불재난 국가위기상황에 따라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를 비롯해 횃불 대행진과 달집 태우기 등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첫날 축제 일정이 모두 끝난 9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불' 관련 행사의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연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된데다, 정부에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이 발표하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각종 공연 및 줄다리기, 듬돌들기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불'이 빠진 '반쪽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종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에도 육지부 산불 재난상황으로 인해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1997년 처음 축제가 시작된 후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축제 존폐 논란의 한 축은 '개최 시기'와 관련된 문제이다. 매해 3월 경칩이 속한 주말에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3월부터는 봄철 산불대책이 추진되는 기간인데다 실제 산불 발생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월 축제'를 다시 원래 취지에 맞게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제주 최대의 노동력이던 말과 소의 건강한 양축을 위해 방목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와 새해 첫 정월대보름 액막이와 소원기원 의례를 관광·문화적 측면에서 재현한 축제로, 1997년부터 열렸다. 

개최시기도 당초에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열렸다. 장소도 애월읍과 구좌읍 동.서 지역을 오가며 하다가 2000년부터 새별오름을 공식 축제장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는 축제 명을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개최시기도 3월로 변경했다. 정월대보름 시기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우 춥거나, 축제장이 중산간 지역이다 보니 쌓인 눈이 제때 녹지 않아 불놓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변경된 3월은 불 놓기에는 용이한 점이 있나, '산불'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은 축제라는 점도 존폐 논란의 주요한 논제가 되고 있다.

불 놓는 면적만 축구장 40여개 면적인 38만㎡에 이르고, 불을 지피는 과정에서 쏟아붙는 기름 양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오름 불놓기를 위해 연출되는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약도 수천 kg에 달하는 실정이다.

제주녹색당을 비롯해 환경단체는 "들불축제의 경우 석유를 쏟아붓거나 화약을 터트려 오름에 불을 지르고, 단 10 여분의 불꽃놀이를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오름 사면을 훼손하는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축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모임도 등장했다. 이들은 이번 들불축제 개최에 즈음해 "제주시는 모두에게 위험한 들불축제를 당장 폐지하고, 안전하고 유익한 축제를 고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들불 축제의 슬로건을 '친환경'이라고 둘러대고 인화물질로 불 태운 후 묘목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는 저급한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는다"며 "법으로 금지되어 생활 쓰레기도 못태우는데 공권력이 하면 산불을 내도, 엄청난 양의 휘발유 부어서 불을 내도 그냥 축제가 되는것인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들불축제는 갈수록 반대에 직면할 것이며,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 기후 재난 시대의 요청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주시 당국은 여전히 축제의 당위성에만 매몰된 채 방향성 논의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지난 10일 연 들불축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존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탄소배출 등의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지만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힘들 정도로 제주들불축제는 시민들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이어 "(존폐 문제는)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며, 축제가 끝난 뒤 축제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중재를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 해당부서에서는 축제에 대한 종합적 평가 계획 등에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한편, 오영훈 지사는 13일 존폐논란과 관련해 축제 방향성에 대한 검토를 지시해 주목된다.

오 지사는 이날 오전 간부공무원들과 티 타임을 갖는 자리에서 제주들불축제를 언급하며 "축제의 발전방향을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제주 날씨가 화창하고, 안전한 축제 준비로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후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산불·폭설·폭우·한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나 아시아, 세계적인 분위기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들불축제 만이 아니라 모든 사안에 걸쳐 우리끼리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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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3-14 15:10:05 | 14.***.***.188
불놓기 축제할것이면
이왕 크게..
ㅡ.장소를 한라산 불놓기 축제로 변경하고..
ㅡ기간도 최소10일이상으로 해라
요정도로 안할거면 취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