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김치찌개' 청년밥상문간 확장 이문수 신부..."청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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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김치찌개' 청년밥상문간 확장 이문수 신부..."청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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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신부, 제주도에 4호점을 낸 이유는?
"굶주림으로 고독사, 고시원 청년 사연 듣고 결심"
"제주 청년들과 연결, 제주를 위한 식당으로 만들 것"
청년문간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헤드라인제주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헤드라인제주

'3000원 김치찌개'로 유명한 청년밥상문간이 지난 1월 30일 제주에 4호점을 오픈했다. 한 끼에 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 속에서도 청년밥상문간은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판매하고, 밥은 무한리필로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손님이 오면 올수록 적자 아니냐"며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는 이문수(가브리엘) 신부는 청년들이 배부르게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신부를 25일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에서 만났다.

이 신부는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을 위해 식당 뿐만 아니라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제주 식당을 계기로 해서 저희도 제주에 대해 알아가고 육지 청년들과 제주 청년을 연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밥상문간 4호점인 제주점은 제주 분들이 제주를 위해 운영하는 식당의 느낌을 주고 싶다"며 제주점 오픈 포부를 밝혔다.

이문수 신부가 25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신부가 25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청년밥상문간의 시작은 지난 2015년 여름 서울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한 청년이 굶주림과 지병으로 고독사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부터였다. 그 뉴스를 본 한 수녀님이 이 신부에게 청년들이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식당을 만들어 운영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12월 서울 정릉에 '청년밥상문간' 1호점이 문을 열게 됐다.

많은 지역 중 4호점 오픈 지역으로 제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신부는 "언젠가는 제주에도 식당을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많은 청년들이 오고 싶어하는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에 제주에 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주 식당을 계기로 해서 저희도 제주에 대해 알아가고 육지에 청년들과 제주 청년을 연결해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을 오픈하면서 제주 지역 청년들과 주민들을 위해 사용되는 계좌를 개설한 것과 관련해서는 "청년밥상문간 4호점은 제주도의 식당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서울에서 내려와서 식당을 한다라는 의미, 프랜차이즈 지점이라는 의미보다는 제주 분들이 제주를 위해 운영하는 식당으로 만들고 싶어 개설했다"고 말했다.

청년밥상문간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단 한가지 김치찌개다. 이 신부는 식당 메뉴를 고민하던 중 후배의 김치찌개 메뉴 제안을 듣고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김치찌개는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 그래서 김치찌개를 식당에서 사먹는다는 생각을 안해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후배의 손에 이끌려 간 식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을 보며 메뉴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이 신부는 "그 식당도 메뉴가 김치찌개 하나 뿐이었는데, 굉장히 손님이 많은 것을 보고 김치찌개도 괜찮은 메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식당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가난한 청년'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그는 "몇몇 대학생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무료라면 오히려 못올것 같다는 대답을 해주더라"며 "식당을 준비할 때 한 목사님께서 청소년들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거기에서 3000원을 받는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3000원을 받으니까 청년들에게도 3000원 정도면 부담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초창기에는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당 운영이 되냐?'라는 질문과 우려 섞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며 "저희 취지에 공감해서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4호점인 제주점까지 잘 운영을 할 수 있는거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문수 신부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신부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힘들고 지친 청년들이 청년밥상문간을 찾아 식사를 하고 이 신부에게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이 신부는 "식당 초창기에 노숙을 하던 한 청년이 저에 대한 기사를 보고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 청년이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러 온게 아니라 자기 진로 상담을 위해 와서 많이 놀랐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청년들이 노숙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도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무 놀랐었다"고 말했다. 또 "그 청년은 스님이 되고 싶다는 청년이었는데, 그런 고민을 스님이 아닌 천주교 신부인 저에게 와서 털어놓는다는 부분에서 더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청년세대의 어려운 점의 원인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청년들이 생기게 되고, 경쟁이 치열하고, 한국사회는 또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치열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밥상문간 뿐만 아니라 '2030 청년영화제', '청년희망로드' 등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 신부는 "결국은 청년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으로 만들어드리는 '세대공감 잇다'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 화두이니 청년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푸른문간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또 "조금 더 여력이 되면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청년들이 와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공간들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서도 그런 곳을 만들어서 육지에 있는 청년들도 내려오고 제주에 있는 청년들도 모여서 같이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육지 청년들이 제주에 와서 제일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물어봤을 때 워킹홀리데이였다"며 "제주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데 그만큼 비용이 드니까 소소하게 일을 하면서 제주에 있을 수 있도록 하려고 기획 중이고, 반대로 제주 청년들은 서울로 가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밥상문간을 통해 어떤 성취를 얻고 싶냐는 질문에 이 신부는 "사람들이 '청년들을 위한 단체.조직이 어디가 있지?'라고 물었을 때 '청년문간이 있잖아'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고 싶다"며 "청년들을 위해서 재미있는 일거리, 놀거리를 그런 것들을 잘 만들어보고 싶고, 필요하다면 식당도 계속해서 당연히 확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청년들에게 "생각을 조금만 바꾸고, 시야를 조금만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힘든 상황, 이유나 원인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설령 내가 원하던 꿈과 계획을 이루지 못해도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마치 나의 목표나 꿈을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 무의미한 인생처럼 느껴야만 되는듯한 어떤 분위기에 많이 젖어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아도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청년문간 제주점에 게시된 설립취지문 ⓒ헤드라인제주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에 게시된 설립취지문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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