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당시 옥살이 숨기고 살아온 95살 할머니, 74년 만에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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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당시 옥살이 숨기고 살아온 95살 할머니, 74년 만에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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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박화춘 할머니 '무죄' 선고...희생자 신고없이 첫 직권재심 사례
박 할머니 "경찰이 거꾸로 매달고 닥달...창피해서 말하지 않았다"
검찰 "잘못한 것 없는데 고생"...재판부 "억울함 풀고 이젠 행복했으면"
재판에 임하고 있는 박화춘 어르신<br>
재판에 임하고 있는 박화춘 어르신

74년 전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육지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이후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던 박화춘 어르신(95)이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는 6일 오후 박 어르신에 대한 재심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어르신은 지난 1948년 12월 스물두 살 나이에 영문도 모르고 어린 딸과 함께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수형생활을 했다.

당시 군법회의에서 박 어르신은 남로당과 공모해 폭동을 일이키려 했다는 누명을 썼다.

박 어르신은 서대문 형무소로 끌려갔고, 딸은 전주형무소로 끌려갔는데, 출소 후 함께 목포를 거쳐 제주도로 돌아왔다.

제주도에 돌아온 박 어르신은 연좌제를 우려해 지난 74년간 피해 사실을 숨기며 살아왔다.

검찰은 최후변론에서 "4.3때 (박)어르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생하셨다"라며 "재판장님께 (박 어르신이)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안하게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면 된다"고 어르신을 위로했다.

변호인은 "제주4.3특별법에 따른 직권재심 대상이 되려면 4.3희생자로 신고해야 하는데, 희생자로 신고되지 않았아도 직권재심이 이뤄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어르신은 공소장을 받은 적도 없고, 재판을 받은 적도 없음에도 딸과 함께 전주(형무소)에서 생활했다"며 "피고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받았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70여년간 이를 숨겨왔다"고 토로했다.

변호인은 "박 어르신은 지금까지 희생자 신고도 하지 않은채 살아왔고, 지금 95세가 됐다"며 "평생의 한을 풀 수 있도록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어르신은 "경찰서에서 거꾸로 돌아매고 닥달했다. 한 일이 없는데 말만(자백)하라고..."라며 "이후 형무소에 가서 죽다가 살았다. 1년을 살다 나와서 죽지도 않고 나와서 100살이 나도록 살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동안)아이들 앞에서 창피해서 말하지 않았다"며 "큰 아들도 암으로 죽고, 작은 아들은 군인을 하며 30~40년 살다가 죽었는데도 (저는 지금까지) 살아졈수다"라고 말했다.

박화춘 어르신이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다.
박화춘 어르신이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다.
박춘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방청객들이 눈물을 흐리고 있다.

박 어르신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오늘 판결로, 옥살이 했던거, 억울했던거 다 풀어졌다"며 "어르신의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저에게도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 억울함과 한을 어떻게 견디셨을까...(생각하게 된다)"며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신 재판부와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 고맙다"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4.3으로 인해 단 한분의 억울함도 없어야 한다고 본다"며 "재판부의 노력에 저도 뒷받침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제주4·3 직권재심에서는 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써 현재까지 직권 재심 청구인 611명 중 521명이 무죄를 선고받아 억울함을 풀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법정에서 박화춘 어르신을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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