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1차례 하천정비 공사했는데...같은 곳에서 또 전면적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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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1차례 하천정비 공사했는데...같은 곳에서 또 전면적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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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천 하천정비사업 추진 논란...막대한 예산 투입 반복적 공사
2000년 이후 11차례 공사불구, 같은 구간 중복적 정비 추진...왜?
환경단체, 도의회에 가시천 정비사업 동의안 부동의 요구
"천편일률적인 정비 안돼" 오영훈 지사 입장에도, 관계부서 '감감'
가시천 전경.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가시천 전경.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특별자치도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가시천 하천정비공사를 또 다시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0번 넘게 하천 정비공사를 했음에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대적 공사를 다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하천 원형이 파괴될 우려가 크다며 이번 계획에 대해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하천정비사업 계획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민선 8기 도정 출범에 즈음해 "하천 원형을 훼손하는 천편일률적 정비사업은 안된다"는 원칙적 입장을 제시한 후 새롭게 추진되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가시천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이미 11차례나 하천정비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다시 같은 구간에 중복적인 사업이 추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천의 전체 길이 7.4km 중 6.5km가 정비사업 구간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구간이 정비 대상지로 편입돼 있다.

이 계획과 관련한 가시천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은 지난달 제주도의회에 제출됐으나,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일단 이의 심사를 보류했다. 이 사업이 찬환경적 정비계획이 아닐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설명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가시천 정비구간에 대한 현장조사를 한 결과, 다른 하천의 하류부와 가시천의 하류를 비교했을 때 하천 지형의 훼손도가 비교적 적고 구간마다 소(沼)가 형성되어 야생 조류가 머무는 등 하천의 생태적 기능이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하천변에는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된 구간도 많아 법종보호종의 출현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고, 상류부에는 하천 사면에 둘레 2.3m 이상의 보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주도가 이번 대대적 하천정비공사가 이뤄질 경우 주변 식생은 물론 하천 원형도 크게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4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가시천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구두리오름 인근 해발 100m지점에서 발원하여 세화리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으로, 하상은 암반과 큰 자갈로 이뤄져 있으며 건기에는 유량이 전혀 없고, 하천 안에 식생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면서 하천 파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번 정비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보전가치가 인정되는 가시천의 하천정비를 계획한 이유에 대해 제주도는 치수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해예방대책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100년 빈도 이상의 설계빈도를 기준으로 적용하면 도내 모든 하천은 정비사업의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수해예방의 여러 가지 대책 중에 유독 하천정비 공사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고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예방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조사 결과 가시천 하상의 깊이가 깊고, 하도의 하폭 역시 넓게 확보되고 있어 여기에 또다시 정비공사를 시행하는 방안보다 다른 대안으로 치수의 안정성 확보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가시천 상류 중산간 지역의 개발행위를 차단하고, 가시천 주변 비닐하우스 우수의 하천 유입을 분산하는 방안과 빗물 재이용 정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에 오랫동안 홍수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화산섬의 특성상,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공간이 많았기 때문인데,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불투수성 면적이 늘어나면서 모든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침수피해의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침수피해 해결을 위한 수해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지 무리하게 하천을 파괴하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하천 경관은 당연히 보전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하천정비 사업으로 인해 하천 원형이 파괴되어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며 "게다가 중요한 생태축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하천변의 숲지대도 함께 파괴되어 사라지고 있고, 반복된 정비사업으로 하천이 생태적 기능을 잃으면 오히려 더 큰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도의회는 가시천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을 즉각 부동의해야 한다"면서 "제주도정 역시 가시천 정비사업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재해예방대책을 새롭게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제주에서 2016년부터 하천정비 공사가 계획되어 있거나 공사 중인 하천은 총 24곳(제주시 15곳, 서귀포시 9곳)으로, 공사비만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오영훈 지사는 민선 8기 도정 출범에 즈음해 구좌읍 일대에서 진행되는 천미천 정비사업 현장을 둘러본 후, "재난 재해 예방을 위한다는 명목이라 할 지라도 하천 원형을 훼손하는 천편일률적인 정비사업은 더 이상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현행 정비사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오 지사는 “제주는 건천이 많고 지역별로 강우량 편차가 큰데도 전국적인 기준으로 설계홍수량을 산정해 하천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로인해 불필요한 도내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정비가 필요하다면 천편일률적으로 제방을 쌓거나 콘크리트 담벽을 만들 게 아니라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침수 피해 예방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하천 상류에 저류지를 조성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관계부서에 주문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하천정비사업 방향에 대한 관계부서의 후속 입장 내지 대책은 나오지 않은 채 이번 가시천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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