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일 지방기록 화첩 탐라순력도, 제주 첫 국보 승격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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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유일 지방기록 화첩 탐라순력도, 제주 첫 국보 승격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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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심의 결과, "희소성 인정하나 국보급 가치 미치지 못해" 
재신청해 국보 승격 사례 전무...문화재청 "재검토 여지는 있어"
▲ 이형상 목사가 순력하는 모습을 표현한 '탐라순력도'. 사진=국립제주박물관.ⓒ헤드라인제주
이형상 목사가 순력하는 모습을 표현한 탐라순력도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조선시대 지방관 순력을 그린 국내 유일 기록화첩인 제주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이 좌절됐다. 제주 첫 국보 승격을 위해 올해 초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이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직접 면담까지 했지만 문화재청 심의 결과 지정 가치가 미흡하단 이유로 끝내 승격이 무산됐다.

2일 오후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입수한 '2022년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제5차 회의록'을 살펴보면,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특히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큰 것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조형미나 제작기술이 특히 우수하여 그 유례가 적은 것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면서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을 '부결'했다.

탐라순력도는 조선 숙종 29년(1702년) 이형상 목사의 순력(巡歷)을 그린 국내 유일의 지방관 순력 기록화첩이다. 이 목사가 화공 김남길을 시켜 순력 과정을 기록한 화첩으로 1703년 봄에 완성됐다. 그림 41면과 서문 2면 등 총 43면으로 구성돼 있고,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려졌다.

탐라순력도는 희귀성뿐만 아니라 18세기 초 제주도의 사회상을 시각적으로 생생히 보여주는 등 역사적·회화사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79년 2월 8일 보물로 지정됐으며, 현재 국립제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9년 11월 27일 문화재청에 탐라순력도의 국보 지정을 처음 요청했다. 이후 올해 2월 24일 구만섭 도지사 권한대행은 문화재청을 찾아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면담을 갖고 탐라순력도 국보 승격 추진에 대한 지원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당시 김 청장은 "탐라순력도가 조선시대 지방관 순력을 그린 국내 유일의 기록화첩인 점 등을 감안할 때 그 가치가 인정된다"며 "국보 지정은 문화재위원들이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국보 지정조사 시 탐라순력도 가치 피력에 힘써주시길 바란다. 문화재청도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만남 이후 약 두 달 후인 4월 28일 문화재청 전문가가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위원회 검토사항으로 부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심의가 열렸고,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을 논의했다. 

결과는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지정 가치 미흡'을 이유로 '부결'됐다.

탐라순력도. <사진=문화재청>

우선, 위원들은 "1종 1첩이 제주도와 관련해 매우 귀중한 시각 자료라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보물 '이형상 수고본'의 하나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것만 별도 분리해서 국보로 승격 지정하는 것은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보물의 지정 가치와 의미가 퇴색하는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남길이라는 제주 지역 화사의 존재와 제주 지역의 특수한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적인 면에서 일정한 수준(국보 기준)에 미치지 못한 그의 그림 수준은 국보로 지정하기에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그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제주 지역의 역사와 순력 묘사라는 희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희소한 가치의 다양한 기록화들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어 이들 기록화를 발굴하여 국가문화재로 등록하는 것이 문화재 지정의 형평성에 비추어 우선하는 것이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위원들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탐라순력도첩은 분명히 이형상의 유교적 정치관이 투영되어 있는 산물로서, 현재도 이형상의 기록 유물들과의 연계성 속에서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탐라순력도첩 이형상의 기록 유물 안에서 더욱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형상의 다른 유물들과 별도로 분리하여 국보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탐라순력도. <사진=문화재청>

탐라순력도의 국보 승격이 영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부결된 사안을 다시 논의해서 승격 처리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차후 보완이 돼 달리 고려할 만한 점이 있다면 (국보 승격을 위한 문화재위원회 안건 상정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문화재적 가치가 금방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된 경우는 아쉽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탐라순력도의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은 인정하나 전반적으로 학술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 지역의 사례까지 고려돼야 한다"면서 "재신청이 들어오면 다시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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