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축산분뇨.악취 규제 '되돌리기' 시도, 가벼이 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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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축산분뇨.악취 규제 '되돌리기' 시도, 가벼이 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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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도의회에서 표출되는 '양돈장' 관련 이상한 조짐
뜬금없는 '형평성 논리' 주장...'현직 도의원 소송' 각인 발언은 왜?

제12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개원 후 처음으로 실시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일부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내 양돈장 관련 '가축분뇨 및 악취' 관련 규제를 철폐시키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수 의원의 주장 수준이나,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발언이라는 점, 이러한 목소리가 앞으로 조직적으로 분출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구설에 오른 양돈장 관련 발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태민 의원(국민의힘), 다른 하나는 현기종 의원(국민의힘)의 발언이다. 양돈업계를 두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이 중 고태민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고강도 규제'에 대한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시행하는 양돈장의 가축분뇨 배출 및 악취 발생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철폐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철폐해야 하는 이유로 제주도의 가축분뇨 기준이 상위법인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규제보다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상위법에서는 가축분뇨 배출 규정을 4회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반면, 제주도에서는 1회 위반에 영업정지, 2회 위반할 경우 허가 취소(폐쇄) 처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법을 뛰어넘는 규제를 농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조례 자체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그 권리구제의 수단으로 조례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얼핏보면, 법리 체계의 일관성 확보를 위한 차원의 문제제기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청정환경 유지 및 지역사회 공존보다는 양돈업계를 두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적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현재의 고강도 규제 조치가 시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위법'과의 단순 규제 강도 비교를 하며 단순 형평성 논리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시행 배경만 보더라도 고강도 규제의 타당성은 충분하다. 현행 제주도의 가축분뇨 및 축산악취 규제 정책은 대부분 지난 2017년 제주시 한림읍 지역의 일부 양돈농장에서 장기간 엄청난 양의 축산분뇨를 지하수 함양통로인 '숨골'에 무차별적으로 방류해온 사실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해 새롭게 마련된 것이다. 

도민의 생명수에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킨 이 사건은 당시 도민사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부 업체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업체들에서도 가축분뇨 배출규정 위반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공분을 샀다.

악취 문제도 심각했다. 양돈장이 밀집한 한림읍 지역 등에서는 주민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주면서 민원이 폭주했다. 주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했다. 

도민들은 강력한 규제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당시 도의회에서도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악취문제 해결을 위한 확실한 대책을 촉구했다. 

이 결과 조례 개정 및 대책을 통해 가축분뇨와 악취 관련 규제를 크게 강화됐다. 가축분뇨를 불법으로 배출하다 적발된 양돈장 및 축산 사육장에 대해서는 바로 영업중단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바뀌었다. 종전에는 가축분뇨 처리 위반사항이 적발되더라도 가축분뇨법 규정에 따라 영업중단(사용중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해 행정처분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제주만의 강화된 대책이 시행된 후, 불법 배출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과징금 대체 없이 바로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사용중지 처분이 가능해졌다. 또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허가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악취와 관련한 규제도 강화됐다. 악취관리지역을 설정해 특별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준치를 초과한 악취가 발생할 경우 바로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개선명령을 내린 후 3개월이 경과한 후 다시 검사를 실시하고, 또 다시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개선명령 미이행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러한 규제는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감안해 제주만의 강화된 규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상 현재의 규제는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주민들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행감에서 이뤄진 고 의원의 주장에서는 이러한 시행 배경 및 '사회적 합의' 의미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두번째, '형평성 논리'도 동의하기 어렵다. 고 의원은 현행 제주도의 규제가 상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앙 의존적 사고이자, 지방자치단체의 자주권을 철저히 배제한 논리에 다름 없다. 더욱이 제주도의 '특별자치도' 지위를 감안할 때도 그의 주장은 적절치 못하다. '형평성'은 그동안 중앙정부가 제주도의 권한 이양 요구를 거부하고자 할 때 즐겨써 온 명분이기도 하다. 

정말 상위법과의 통일성 및 타 시.도와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제주특별법에서 명시하는 '제주만의' 특례규정을 모두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상위법보다 강화된 규제는 모두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다. 그동안 청정제주를 유지하기 위해 제주만의 강화된 환경정책을 시행한 것도,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제주형 방역체계'를 마련해 시행한 것도 모두 잘못됐다는 것인가. 논리적 모순이다.

헌법소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다. 제주도의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대해서는 이미 위헌 소송이 제기된 바 있는데, 2020년 12월 이뤄진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은 '합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 판례를 보면, 청구인들은 제주도지사가 축산시설에서 배출되는 악취를 규제해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악취관리지역을 지정한 것에 대해, '악취 민원 1년 이상 지속'이라는 부분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악취배출시설 운영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악취관리지역 지정은 예방적.관리적 조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므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를 감안할 때, 고 의원의 주장대로 가축분뇨에 대해 헌법소원을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2016년 일부 주민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해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금지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반입금지 가축 및 그 생산물 품목 변경고시, 반입금지품목 가축 중 돼지부분 등 위헌확인)을 제기할 때에는 도내 양돈업계가 일제히 강하게 비판해 왔다는 점이다. 

청구인 대리인(변호사)으로 강병삼 현 제주시장 등이 참여했던 당시 헌법소원의 가장 큰 이유로는 제주도민만 비싼 돼지고기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육지부에서 돼지고기를 반입하지 못하니 도내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비싼 돼지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고려할 때, 반입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된다는 논리이다. 

이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의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 이뤄지면서 청구기간 경과를 이유로 해 각하됐다. 그럼에도 당시 도민사회에서는 이 헌법소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컸다. 차별화된 제주산 돼지고기에 대한 평가, 양돈산업을 보호하고자 한 측면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에 고 의원의 주장하는 헌법소원은 그야말로 양돈업계의 집단적 이익만 고려한 것이다. 가축분뇨나 악취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짐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몫이다. 참으로 이기적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구설에 오른 현기종 의원의 발언도 문제로 꼽힌다.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고, 때와 장소가 매우 적절치 못했다. 

그는 양돈장을 운영하는 같은 당 소속의 양용만 의원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전날 제주시장에게 정책질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양 의원은 제주시장을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양돈장과 관련해 2회 연속 기준치를 초과한 악취발생으로 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데 따른 것이다. 최초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1월 패소했다. 그러자 올해 2월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의원은 왜 돌연 양 의원의 '소송 진행 중'임을 강조한 것일까. 전체적인 질문의 맥락을 보면, 제주시장도 이해충돌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유념해달라는 취지로 전해졌으나, 현직 도의원이 '소송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

단순히 동료 의원을 두둔 또는 옹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송과 관련한 일종의 '압력'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제주시장을 비롯해 관계공무원들이 증인으로 나와 있는 자리에서, 현직 도의원이 제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인시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피고측 지위에 있는 제주시장 및 관계부서 공무원 등으로 하여금 소송 대응을 위축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이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나타난 구설에 대해 심각성을 갖는 이유다. 비록 극히 일부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도의회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번 가축분뇨 및 악취관련 규제에 대한 '되돌리기' 시도는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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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6-29 11:03:16 | 14.***.***.188
바당엔 핵 오염수,,성산 땅엔 똥물이 넘친다 ,,
제주지하수는 생명수입니다..
..2공항 주변 150여개 숨골이있다
숨골하나면... 내창 하나와 같다
숨고의 가치를 생각해라
ㅡ도로가 물로 막히면
물이 도로에서 내려오는데 잘 빠져나간다
ㅡ어디로 빠저 나가냐...숨골이다
ㅡ성산 초딩이면 알고 있는.왜 몰라??
ㅡ2공항은 환경 파괴다

2공항 여론조사
ㅡ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찬성 44.1%-반대 47.0%로,
ㅡ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찬성 43.8%-반대 51.1%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