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한라산 길 잃음 사고 예방 '중계기 설치' 제동...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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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한라산 길 잃음 사고 예방 '중계기 설치' 제동...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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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 한라산 인근 4개소에 난청지역 개선사업 중계기 설치 추진
이승악오름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천연보호구역' 훼손 우려로 보류
문화재청 "원형보존 우선"...경찰 "사고예방 위해 필요, 훼손 안되게 추진"
ⓒ헤드라인제주
한라산 내 설치될 예정인 중계기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제주 경찰이 한라산 둘레길 길 잃음 사고 예방 차원에서 추진 중인 중계기 설치 사업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일부 사업 지역의 문화재현상변경에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경관 훼손 우려뿐만 아니라 자연유산 보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반면 경찰은 한라산 둘레길은 매해 수십 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등 시민 안전에 매우 취약한 장소임에도, 통신 여건이 좋지 않아 112신고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연 훼손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내용을 변경해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입수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주변 이동통신 공용기지국 설치 및 전송로 설치'에 관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문화재청은 이승악 오름 인근 중계기 설치를 위한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에 대해 보류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8일 통신 3사와 함께 '한라산 둘레길 난청 지역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 중 약 25%가 한라산 둘레길에서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통신연결이 잘 되지 않아 112신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범죄예방진단을 통해 환경 개선이 시급한 수악길(11.5Km 돈내코-사려니오름 입구)을 사업 추진지로 지정했고, 통신 3사로부터 총 14억 원의 사업재원을 확보해 중계기 4개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중계기는 이승악 오름 주변 2개소, 돈내코 주변 1개소, 수악오름 주변 1개소에 설치된다. 돈내코와 수악오름 주변 중계기 2개소는 오는 11월, 나머지 2개소는 인.허가를 받고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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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내 설치될 예정인 중계기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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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기가 들어설 장소. ⓒ헤드라인제주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달 21일 전문가 현지조사를 실시한 후, 이달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진행해 이승악 오름 인근 중계기 설치를 위한 문화재현장변경 심사를 보류 했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공용기지국 형태, 재료 등을 고려하고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종합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동 사업으로 인해 주변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자연유산 보존  및 경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현지조사를 실시한 위원들은 "현 신청지역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지정구역에 연접한 1구역으로 원형의 보존이 우선되어야 하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ㄱ 통신사의 이동통신 기지국 설치지역은 한라산 둘레길 5코스 이승악 탐방로로서 등산객들의 다양한 탐방기록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기록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라며 "일반적으로 타 지역의 등산로에 비해 통신이 양호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더 나은 통신의 질 및 사업 확대를 위한 설비 증축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보존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행위로 간주되어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원들은 "설비의 지지를 위해 시공되는 터파기의 시멘트 콘크리트 타설의 화학물질이 주변 토량으로 유입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식생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동부경찰서는 천연보호구역의 훼손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내용을 변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한라산의 훼손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문화재청의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장소는 범죄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라 시민 안전을 위해서 해당 중계기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려하는 점을 최대한 반영해 통신사와 사업 내용을 재검토한 후, 정상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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