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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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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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환 / 제주시 세무과
김동환 / 제주시 세무과
김동환 / 제주시 세무과

누구에게는 로맨스 장르로, 누구에게는 스릴러 또는 느와르 장르로 다가올 수 있는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헤어질 결심』은, 다양하고 수준 높은 미장센이 빛나는 영화이다. 관객이 느끼기 힘든 냄새 같은 요소들도 시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게끔 구현했으며, 특히 이 영화는 산, 바다와 같은 공간적인 배경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출했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연출적 배경은 “안개”였다. 가상의 도시 이포는 지독한 안개가 자욱이 껴있어 모든 것이 그 안개 속에 묻힌 곳이다. 여기서 안개라는 상징은 인물들의 억압된 욕망, 어두운 충동, 강박관념 등이 잠복해 있음을 암시한다. 이포는 가장 위험한 사건이 자라 절도일 정도로 조용한 도시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안전하기도 하지만, 방사능 누출이라는 위험성이 상존하는 이중적인 장소인 것이다.

영화 속에서 안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이중성을 뜻하면서도, 나아가 인물들이 발생하는 감정, 사건 등 모든 것을 묻어버리는 속성을 띄고 있다. 누군가를 향한 향수도, 불륜도, 심지어 살인마저도. 그렇게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안개”라는 존재는, 멀찍이 안개 속에서 벗어나 바라볼 때에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안개 속에서의 안개는 다른 요소들을 흐리게 보이는 존재로 작용한다.

이러한 “안개”의 부정적인 속성은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맞닿아있다. 부정부패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누가 봐도 부정한 행위이다. 하지만 본인이 부정부패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면, 안개와 마찬가지로, 부정부패임을 인식할 수 없다. 부정부패 속에서 “청렴”은 흐리게만 보인다. 올바르고 곧은 공직자로서의 마음가짐은 점차 흐려지고, 부정부패는 폐부 속에 서서히 스며들게 된다. 결국 “청렴할 결심”이 없다면, 영원히 부정부패의 안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결심”이란, 무언가를 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어.”라는 말은, 살을 뺀다는 행위가 결심을 필요할 정도로 어렵고 고단한 길이지만 나의 의지로 살을 빼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청렴할 결심”이다. 청렴하다는 것은 그저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주어지지 않는다. 고난이 예상되지만 “청렴하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청렴한 길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공직자의 길 아닐까. <김동환 / 제주시 세무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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