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페르소나의 모습을 보여준 제주레이디스콰이어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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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페르소나의 모습을 보여준 제주레이디스콰이어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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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휘자가 세계적이면 연출된 예술도 세계적이 된다. 거기에 그 지휘자가 속한 공동체의 정신과 영(靈)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세계적 수준으로 드러낸다. 단원들은 일정 싯점이 지나면 세계적인 합창단의 단원이 되었음을 느끼게 되고, 관객은 변방의 한 지방에서도 그 합창 감상을 통해 즐거움을 같이하여 세계속의 한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향유하게 된다. 2022년 9월 12일 제주 문예회관대극장, 제2회 제주레이디스콰이어 정기연주회에서 제주의 좋은 자연과 한(恨)을 화음과 리듬, 안무로 표현한 그 합창단과 김희철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제2회 정기공연에서 기획한 아름다움 표현의 스펙트럼은 합창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영역을 보여주었다. 작곡, 편곡, 기획, 성악의 다양한 장르를 조화롭게 연결시켰다. 다양함과 높은 수준의 연주가 만난 것이다. 오늘의 글은 다양한 느낌을 나열하면서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공연전체의 복선으로 서곡 역할의 무대를 별도로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얕은 파란 조명에 영적인 숭고미를 표현했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형을 그려, 얕은 조명을 받으면서 중세시대의 교회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단선율의 주고 받는 형식으로 미사를 안내하는 모습의 숭고미를 관조적으로 표현하는 모습같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입은 닫고 예술로 말하자”는 취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관중에게도 충분히 알려지는 상황이었다. 합창에서는 처음 접한 서곡이자 오래 기억남을 복선이었다.
  
둘째, 감각미에서 비탄미까지 아름다움이 표현코자 하는 큰 스펙트럼과 다양한 트랙을 보여주었다. 제주 한(恨)의 비탄, 카운테 테너 목소리에서의 비탄, 울게 하소서와 마왕이라는 노래가사와 상황이 주는 비탄에서 비탄미를 보여주었다. 희망을 노래하는 메들리, 사랑을 테마로 한 노래의 경우에는 노래와 안무에서의 감각적 미까지 보여주었다. 미의 트랙 전반을 보여주었다. 관중들은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셋째, 곡의 구성도 일반 합창에서 보기 힘든 제주관련 곡, 혹은 카운터 테너에게 어울리는 곡들이었다. 안현순 선생의 곡은 제주의 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형태로 우리의 혼을 제주의 산과 바다로 이끌었다. 이현철 선생의 해녀들의 삶을 표현하는 모습은 작곡자가 곧 해녀일까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카운터 테너 정민호 선생이 선곡한 곡들은 카운터 테너에 적합한 곡들로서 제주에서 들을 기회가 좀처럼 적은 그런 곡들이었다. 고마운 음악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넷째, 각각의 곡에 맞는 반주의 형태를 만들어내었다. 무반주, 피아노, 바이올린과 피아노, 첼로와 피아노, 현악4중주와 피아노 등, 다양한 조합으로 각각의 곡의 특성에 맞게, 그 곡의 내용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많은 관중들이 느꼈을 것이다. “반주의 형태가 합창의 효과를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 창조를 위해 모든 곡을 분해하고 수준 높은 ‘창조적 더하기 전략’이었다.   

다섯째, 합창단만을 하는 지휘가 아니라 반주에 참여해준 현악4중주를 리더하는 지휘의 모습에서 오케스트라나 기악을 합창과 연결시켜서 블랜딩 시키는 엄청난 소양을 가지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교향곡 속의 합창은 그 공연 담당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 담당한다. 합창에서 기악을 반주로 초대할 때는 합창단 지휘자가 반주를 한다. 두 경우 모두 잘 할 수 있기를 고대하지만 서로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이번 연주회에서 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상으로 현악4중주를 섬세하게, 자연스럽게, 구체적으로, 합창과 어울리게 잘 이끄는 모습을 보았다. 
  
여섯째, 합창이지만 오페라의 효과, 뮤지컬의 편안함, 순수 합창의 화음까지 다양한 장르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 한 분이 말씀하신다. “곡들 잘 모르고, 레파토리가 많아서 혹 집중이 안될까 걱정해신디(걱정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이건 뭐지? 하다 보니 음악회가 끝나부러신게(끝나버렸더라구요)!”라고. 다양함도 다양함이지만 제주에서 성인합창의 모습으로 보기 어려운 다양함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일곱째, 코로나 상황임에도 여건과 상황에 맞는 편성을 지향했다. 1부와 2부에서는 기존 단원에 덧붙여 합창단의 구성원들 중 트레이너 등도 함께 함으로서 예술성을 높이는 노력이 있었다. 3부의 경우는 순수 단원들로만 구성하여 평시 합창단의 정체성에 맞는 곡과 안무까지 곁들여진 공연을 베푼 것으로 보였다. 관객의 한 명으로서 눈과 귀가 모두 세계적 즐거움에 흐뭇하여 ‘베풀었다’는 표현을 쓰게 된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여덟째, 추석연휴의 시공간을 활용하여 음악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의지가 훌륭했다. 관중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단원들은 조금 힘들었을 듯했다. 단원들의 연령대도 추석이라는 축제에서는 여러 가지 바쁜 일에 주축이 되는 분들이었을 텐데. 어떻게 보면 엄중한 상황에서 이런 시간 계획을 수립하여 성공시켜내려면 웬만한 의지가 아니어서는 불가한 사항일 것이다. 이 부분 또한 여러 가지 긍정적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그래도 그 여러 감흥을 준 선율들은 지휘자 손의 움직임과 함께 지금도 머리의 어느 공간에 남아있다. 가진 여건에서 솔선수범하여 다양한 장르를 준비해주시는 제주레이디스콰이어 공연이 앞으로는 어떤 선물을 가지고 오실지 궁금하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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