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먼나무' 자꾸 죽어 베면서도, 또다시 심는 제주시..."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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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먼나무' 자꾸 죽어 베면서도, 또다시 심는 제주시..."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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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뒷바람 사고 위험 예방조치로 죽은 먼나무 40그루 벌목
도심 먼나무 1300그루 이상 고사 위험...환경단체 "자랄 수 없는 환경"
그런데도 베고 다시 심길 반복 논란...제주시 "다른 종 식재 고려" 
ⓒ헤드라인제주
지난 6일 제주시 중앙로터리에 식재된 먼나무가 벌목돼 밑둥만 남은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헤드라인제주

제주 도심 곳곳에 식재된 '먼나무' 40그루가 하루아침에 베어진 것을 두고 논란이다. 행정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강한 뒷바람이 불자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고사한 나무들을 벤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도심의 환경이 이 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아 현재 수천 그루가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제주시는 이 나무를 베고 다시 심기를 반복하고 있단 점이다.

환경단체는 이번 사태는 관상용 수목을 심어야 한다는 행정의 고정관념, 뒤떨어진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한 나무들만 무차별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시는 지난 6일 오전 중앙로터리, 관덕정 등에서 고사한 먼나무 40그루를 베었다. 태풍 뒷바람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먼나무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에 주로 서식하며, 해안가나 통풍이 원활한 곳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빨간 열매를 맺어 관상용으로 적합해 도심 가로수로 종종 식재되곤 한다. 제주시내에도 총 4000그루가 심어져있는데, 이는 식재된 전체 나무의 10%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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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된 먼나무의 밑둥만 남은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헤드라인제주

하지만 높은 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서 바람 순환이 잘 안되고, 토양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이 나무들이 고사하는 상황이 매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제주시가 벌목한 나무들도 전부 고사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주시내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300그루의 먼나무들도 고사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환경단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먼나무가 죽어가는 상황이 수년 전부터 발생하고 있는데, 제주시가 또다시 이 나무를 심길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 승천로 한 도로가에는 워싱턴야자나무가 사라지고 대신 먼나무가 심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먼나무가 잘려나간 중앙로터리와 승천로의 거리는 불과 1km도 되지 않지만, 제주시는 그래도 지역과 환경이 다르다며 나무를 식재한 것이다.  

먼나무는 열섬현상 완화나 그늘 형성, 탄소 흡수, 미세먼지 흡수의 역할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도시숲 조성을 위한 도심 가로수용 나무로 식재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주 도심 곳곳에 이 나무가 무분별하게 심어지고 있는 이유는, 겨울철 맺는 빨간 열매가 미관상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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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덕정 인근에 식재된 먼나무가 벌목돼 밑둥만 남아 있다.<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헤드라인제주

제주참여환경연대 관계자는 7일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생육조건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단 심고 아니면 베는 행정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요즘 전국적인 화두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열섬현상을 저감시키는 도시숲 조성인데, 먼나무는 그런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플라타너스를 심고 있다. 하지만 제주는 그저 관상용 수종만 고려하고 있는데, 문제의식이 많이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먼나무가 곳곳에서 병들어 있는데 몰래 없애고 또 다시 심는 것은 범죄 은닉과도 같다"며 "제주시는 이번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먼나무가 고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같은 지역이더라도 작은 조건 하나에 따라서 나무가 살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며, 종을 바꾸기보단 식재하는 곳의 환경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나무가 어떤 병에 걸려서 죽은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건물의 높이, 토양 상태 등 어느 지역의 특정 상황에 따라 일부 나무들이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먼나무들은 오래전에 심어진 것인데, 그땐 미관상 보기 좋으면 일단 심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나무를 심을 때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그곳의 환경에 적절한지 검토한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가로수에 나무를 심을 때 미관을 고려안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이번에 먼나무를 벤 자리에 다시 같은 나무를 심을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진 그럴 계획은 없다"면서도 "무엇을 심을지 정해진 건 없다.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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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터리에 식재된 먼나무가 벌목돼 옮겨지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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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된 먼나무의 밑둥만 남은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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