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경단체 캠페인 표절 의혹 서울시에 항의 확산..."공식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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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환경단체 캠페인 표절 의혹 서울시에 항의 확산..."공식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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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오아시스 프로젝트', 제주서 시작된 '지구별약수터' 표절 논란
제주 JAGA 5차례 해명 요구에도, 서울시 "몰랐다"로만 일축
전국 14개 환경단체 공동 성명..."시민사회 발전에 악영향, 사과하라"
제주 환경단체 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구별약수터' 캠페인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 로고 ⓒ헤드라인제주
제주 환경단체 '작은것이아름답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구별약수터' 캠페인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 로고. ⓒ헤드라인제주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환경 프로젝트가 제주 한 시민단체에서 수년 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캠페인과 매우 흡사해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헤드라인제주>가 지난달 27일 보도한 가운데(서울서 인기 '오아시스 프로젝트', 제주 친환경 캠페인 '표절' 논란), 전국 환경단체들도 집단으로 반발하며 서울시에 공식 해명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스트다이빙, 디프다제주, 바다키퍼, 제주바당, 오션케어, 쓰담속초, 쓰레기 줍는 사람들, 작은 것이 아름답다(JAGA), 페셰, 프로젝트퀘스턴, 플로깅제주, 플로빙코리아, 레디 등 총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바다살리기네트워크(사무국장 최은원)'는 5일 오전 공동 성명을 내고 서울시에 책임 있는 사과와 해당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제주 환경단체 JAGA는 지난 2019년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 매장에 텀블러를 가져가면 식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지구별약수터'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생수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현재 도내 120여 곳의 카페와 식당이 약수터 협약을 맺고 동참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획기적인 기획력과 친환경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며 대전시, 울산시, 구미시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건, 서울시가 지난달 15일부터 폭염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부터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해당 프로젝트를 '서울시내 카페·식당을 도심 속 오아시스로 구축하여 텀블러를 가져오는 시민에게 음식, 음료 주문 없이도 무료로 식수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지역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 안내문. ⓒ헤드라인제주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오아시스 프로젝트 안내문. ⓒ헤드라인제주

현재 대형 프란차이즈 카페를 포함해 지역 내 1000여 곳 이상의 매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타이틀, 컨셉, 내용, 홍보 방식 등이 '지구별약수터'와 지나치게 흡사해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이용 방법이 '지구별약수터'와 매우 유사할 뿐만 아니라, 식수를 제공하는 매장의 수질검사, 약수터와 오아시스라는 용어가 상기시키는 이미지, 물방울 모양의 로고, 구글맵을 활용해 매장을 찾는 것, 가이드와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한 안내 사항까지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점이 유사하다.

더욱이, JAGA는 총 5번에 걸쳐 서울시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문서를 보냈는데, 서울시는 겨우 2번만 회신했으며, 그마저도 "'지구별캠페인'은 알지 못했다", "영국 'Refill' 캠페인에서 착안한 것이다"라고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 과정을 물었을 땐, "우리들과 같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낸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했다고 JAGA는 말했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정 기관이 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가 오랜 기간 공들여 일궈온 결실을 한순간에 앗아갈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해명과 대화에 나서지 않자, 전국 환경단체들이 집단으로 사과를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수질검사를 하는 세부적인 방안까지 유사한 '지구별 약수터'와 '오아시스 프로젝트' ⓒ헤드라인제주

바다살리기네트워크는 "JAGA와 같이 여러 시민단체들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들을 공공선을 위해 기획하고 실행한다"며 "시민단체가 도움과 참여를 이끌어나가며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정도의 고민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 서울시는 JAGA의 '지구별약수터' 캠페인과 타이틀, 컨셉, 내용, 홍보 등 다방면에서 이와 유사한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두 캠페인 모두 좋은 취지의 캠페인인데 이런 논란이 불거져서 안타깝다'고 해명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이와 같은 서울시의 행태와 해명은 시민단체의 의의와 가치 그리고 협업과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시민단체가 바닥부터 일궈온 수년의 노력은 무시한 채 협력과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서울시에 우려를 표한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공식 사과에 나서는 동시에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기획 및 운영 전반에 대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식적으로 해명하라"라고 요구했다.

'지구별약수터' 매장에서 식수를 무료로 받은 관광객들. ⓒ헤드라인제주
지난 2019년 칠성거리에서 진행된 '지구별약수터' 캠페인 홍보ⓒ헤드라인제주
지난 2019년 제주시 칠성로 거리에서 진행된 '지구별약수터' 홍보. ⓒ헤드라인제주

이에 맞춰 JAGA, 디프다제주, 플로빙코리아, 오션케어, 요술콩어드벤쳐, 공정여행기획자 협동조합 위드 등 총 6개의 제주 해양 환경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에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지구별약수터'와 매우 흡사한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에 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고 프로젝트 기획 및 세부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영국에서 진행된 환경 캠페인을 참고했을 뿐 지방 캠페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 ‘두 사업 다 좋은 활동인데 이런 불미스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는 답을 내놓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의 캠페인에 없는 내용까지 '지구별약수터' 캠페인과 닮아있는 점을 근거로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명확한 해명 없이 '그러한 세부 내용들은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만들어 냈다'고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전적인 해결을 위해 두 캠페인의 연계 및 지역 환경단체와의 협력 관계 구축 및 협업을 제안했으나, 서울시는 '계획 없음'과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답을 줄 수 없음'이라고 말하며 소통과 협력에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이런 서울시의 대응은 풀뿌리 시민단체의 활동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영향을 줌과 동시에 사회구성원 간 존중과 배려, 소통, 협력을 저해한다"며 "건강한 시민사회 만들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익 이전에 시민 활동가들의 아이디어는 지적 재산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환경 캠페인이 공익적인 활동이므로 더 큰 단체, 더 큰 기관이 쉽게 가져다 써버린다면 이러한 작은 시민단체들이 활동을 지속할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라고 토로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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