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저항' 제주해녀들의 숭고한 정신, 특별전시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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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저항' 제주해녀들의 숭고한 정신, 특별전시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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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항일운동 90주년 기념展 '빗창 들고 호미 들고, 불꽃 바다로'
'최대 규모' 여성 항일투쟁 재조명...생생하고 다채로운 연출로 담아내
부용식 제주해녀박물관장 "특별전, 제주해녀 투쟁기 발굴의 시작되길"
제주해녀항일운동 재연 행사 모습. 이번 전시와 무관함. ⓒ헤드라인제주
제주해녀항일운동 재연 행사 모습. 이번 전시와 무관함. ⓒ헤드라인제주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과 민족적 차별에 항거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주도 항일투쟁으로 알려진 '제주해녀항일운동.'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과 뜨거웠던 투쟁의 흔적, 그리고 제주해녀항일운동의 전반적인 상황과 심층적인 부분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시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빗창 들고 호미 들고, 불꽃 바다로'가 그것인데, 제주해녀박물관(관장 부용식)이 제주해녀항일운동 90주년을 기념해 1년 전부터 공들여 기획한 뜻깊은 특별전시회다. 전시는 오는 8월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해녀박물관 2~3층 특별전시 공간에서 진행된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은 지난 29일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부용식 제주해녀박물관장과 권미선 학예연구사를 만나, 전시를 마련하게 된 계기와 추진방향, 그리고 제주해녀항일운동이 대한민국 항일운동사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여성 주도 '제주해녀항일운동', 다각도로 재조명

제주해녀항일운동은 1930년 11월부터 1932년 1월까지 구좌, 성산, 우도 지역의 제주해녀들이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과 민족적 차별에 항거 일으킨 민중항쟁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운동으로, 연 동원 인원수는 1만 7136명, 집회 및 시위 횟수는 248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녀항일운동 핵심 인물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흉상. ⓒ헤드라인제주

이번 전시는 제주해녀항일운동 90주년을 맞아 제주여성 특히 해녀들이 중심이 돼 일제에 맞섰던 순간을 조명하고자 마련됐다.

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여성들의 강인함과 진취적인 모습을 알리는 한편,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적 효과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항일운동사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던 제주해녀들의 투쟁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시에서는 1920년부터 1930년대까지의 제주도 사회상을 바탕으로 해녀항일운동 중심사건을 다룬다. 

주요 시위 장소인 세화리 주요 지점을 지도로 표기하고, 당시 시위의 원동력이 됐던 '해녀노래'를 다각도로 재조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당시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기록했던 현상호(1914~1971)의 기록을 바탕으로 전시를 꾸렸다. 그는 구좌읍 하도리 출신으로, 1950년 '제주도 해녀 투쟁의 사실 기록'의 저자다.

ⓒ헤드라인제주
1920년대 후반 하도야학강습소 졸업사진에 남은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헤드라인제주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제주도의 사회적 상황 및 제주해녀항일운동의 발단과 계기를 다루며, 2부에서는 해녀항일운동의 일정별 주요 사건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간다.

3부에서는 해녀항일운동의 배후세력인 혁우동맹과의 관계 및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인물인 현상호를 조명하는 한편, 해녀들을 단합시켰던 '해녀노래'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전시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도 마련됐다. 근현대 제주도와 제주해녀,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소개한 자료 18건과, 해녀항일운동 관련 출판물, 영상 자료 20건 등이 준비됐다.

문헌 기록 외에는 관련 유물이 없어, 해녀항일운동의 시기적 중요 사건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식으로 전시가 전개된다. 

삽화, 애니메이션, 영상 등 다채로운 연출기법이 선보일 예정인데, 해녀의 노래(강관순 작사) 음원 및 대표적인 항일운동 해녀로 알려진 부춘화·김옥련 증언 영상 및 음성 등을 활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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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호 책에 기록된 제주해녀투쟁의 사실. ⓒ헤드라인제주

이번 전시를 위해 제주해녀박물관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에 걸쳐, 제주해녀항일운동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번역, 분석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특별전시계획을 수립, 전시업체를 선정했으며, 3월부터 4월까지는 전시 구성과 연출 방법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 현재는 전시장 공사와 전시물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부용식 관장 "특별전, 제주해녀 투쟁기 발굴의 시작...오래 기억돼야"

이번 전시회를 최일선에서 기획하고 준비한 부용식 제주해녀박물관장은 '빗창 들고 호미 들고, 불꽃 바다로' 특별전시회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성 전시가 아닌, 제주해녀 투쟁기 발굴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 관장은 "제주해녀항일운동은 전국에서도 규모가 큰 항일운동 중 하나였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스스로를 의식화했다는 점, 지식인 집단이 아닌 착취의 대상이 자신들을 조직화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큰 투쟁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역사를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도민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그래서 제주해녀항일운동 90주년을 맞아 1년 전부터 이를 알리고자 차근차근 기획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간단한 개요를 설명하는 정도가 아닌, 이들의 삶과 투쟁사, 제주에서의 영향력을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했다"며 "관련 유물이 전무해 애를 먹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직원들이 힘을 모아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하고 분석해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 관장은 "오늘날 제주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노동에 참여해 경제를 일궈내고 그러면서도 국가까지 지켜낸 제주해녀들의 투쟁정신과 강인함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제주해녀의 숭고함을 기릴 뿐만 아니라, 해녀 정신, 투쟁기를 발굴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29일 오후 취재진과 만난 부용식 제주해녀박물관장(오른쪽)과 권미선 학예연구사(왼쪽)가 제주해녀항일운동 특별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권미선 제주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제주해녀항쟁을 단순히 어느 시점에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강인한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사는 "제주해녀항쟁이었지만 단순히 그들만의 항쟁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사건이 계기가 돼 이후 다양한 싸움들과 투쟁들로 이어졌다"며 "우리는 그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 기억되고 있는 제주해녀항일운동가는 겨우 3인뿐"이라며 "그 외 알려져 있지 않은 해녀항일운동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이후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분들이 특히 우리 아이들이 이번 특별전시회에 와서 당시 해녀들의 숭고한 정신과 뜨거운 외침을 느껴보길 바란다"며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전시회 준비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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