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용암동굴'에 펼쳐진, 태초의 제주 그 생생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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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용암동굴'에 펼쳐진, 태초의 제주 그 생생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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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주세계유산축전 팸투어...용암동굴 '비공개' 구간 탐사
전문가 아닌 마을주민이 축전 주도...'지속가능한 제주' 도모
ⓒ헤드라인제주
29일 오전 진행된 '2022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팸투어. 동굴 상층부가 무너져내리고 일부 남아 있는 곳이 다리를 이어 놓은 것처럼 조성된 '용암교'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있는 '웃산전굴' 입구에 들어서자 휘황찬란한 형상의 퇴적암 다층구조가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초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이 흐른 흔적이었는데, 거친 물결이 굽이치는 듯 생생했다. 

비공개 구역인 '만장굴 3입구'는 긴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탓인지 만 년 전 화산섬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지상에서 15m 아래에 있는 동굴 입구에 햇빛이 비칠 때,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태초 제주의 모습을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는 마을을 답사했을 때는 이번 축전의 주제인 'CONNET(연결)'가 의미하는 것처럼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 아름다움을 새삼 실감했다.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29일 세계자연유산 제주섬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찾아 나서는 '2022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개막에 앞서, 사전답사를 위해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개최됐던 축전이 2년 만에 대면으로 돌아온 가운데, 이번 답사는 축전의 핵심 지역과 그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비공개 구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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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팸투어. ⓒ헤드라인제주

이날 팸투어는 △2022 세계유산축전 브리핑 △워킹투어1(웃산전굴 - 웃산전못 - 용암교) △마을프로그램1(덕천리) △워킹투어2(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마을프로그램2(행원리) △특별탐험대(벵뒤굴) 순으로 진행됐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은 이중 워킹투어1.2, 덕천리 마을답사 일정에 참여했으며, 대자연의 내밀한 속살이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을 꼼꼼히 담아냈다.

◇화산섬의 장엄함, 용암동굴 비공개 구간에서 펼쳐지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에 속해 있는 '웃산전굴'은 화산 폭발이 일어날 당시 처음 생성된 동굴 중 하나다. 

웃산전은 '산의 밭'을 의미하는데, 그만큼이나 장엄하고 거대하단 뜻이다. 총 길이 약 2.5km에 이르는 대형 동굴인 웃산전굴은 동굴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2개의 입구가 형성됐다.

동굴 내부에는 다층 구조를 비롯해 용암교, 용암종유, 용암유석, 용암산호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과 지형이 발달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축전 '불의 숨길' 제2구간에 속하는 웃산전굴은 회색빛의 거대한 퇴적암층이 파도 물결처럼 굽이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사람의 손길이 오랜 시간 닿지 않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보존되고 있어 태초의 제주를 상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동굴 천장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수십 년, 수백 년 자라온 나무를 볼 때면 강인한 제주인의 생명력과도 닮았단 생각이 절로 났다.

울릉도와 제주도 내 일부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색고사리도 나무만큼이나 크게 자라 있는 등 신비한 볼거리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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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산전굴' 전경. 퇴적암에 용암이 흐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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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산전굴에 형성된 암반. ⓒ헤드라인제주

동굴 인근에는 한눈에 겨우 담길만한 크기의 호수가 하나 있다. 직경 100m가 살짝 안되는 이 호수를 '웃산전못'이라고 부른다. 

용암이 흐르지 못하고 굳으면서 암반지대가 형성됐는데, 암반들 사이에서 물이 새어 나와 호수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가 와서 형성되는 육지의 호수와 가장 큰 차이점이 이것인데, 그 덕에 이 호수는 가뭄이 들어도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호수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조성돼 있어 한층 더 아늑한 느낌을 준다. 고요함 속에 지저귀는 새소리가 이의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웃산전못을 벗어난다. 조금 멀리까지 걷다 보면 불의 숨길 2구간의 끝이자 3구간의 시작점인 '용암교'가 나타난다.

용암교는 동굴 상층부가 무너져내리고 일부 남아 있는 곳이 다리를 이어 놓은 것처럼 조성된 구조를 말한다.

유명 판타지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할 만큼 신비한 분위기가 한껏 연출됐는데, 자유분방하게 자란 식생물과 곳곳에 남아있는 용암이 흐른 흔적,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비추는 햇살의 조화가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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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천장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라는 나무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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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산전못 전경. ⓒ헤드라인제주

용암교가 동화 같은 신비함을 보인다면 '만장굴 3입구'는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총 길이 8.924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인 만장굴은 제주말로 '아주 깊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출입구가 가려져 있고 굴이 위험해 탐색되지 않다가 20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축전에서는 만장굴 공개 구간인 2구간과 비공개 구간인 1구간과 3구간을 함께 탐험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 '만장굴 전 구간 탐험대'가 운영된다.

탐험대는 어느 곳보다도 '만장굴 3입구'에서 가장 애를 먹을 것이다. 이곳에 접근하기 위해 '로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그 깊이가 무려 15m 이상이기 때문이다.

깊고 어두워 겉에서 볼 땐 그 크기가 잘 상상이 안되는데, 햇살이 동굴을 비추면 그제야 동굴의 장엄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동시에 지구에서 가장 긴 동굴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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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굴 3입구'에 햇살이 비추고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마을주민이 이끌어가는 축전,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빛내다.

이번 축전의 목적은 단순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위용을 체험하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전에 개최된 축전들이 사무국을 별도로 구성해 제주 대자연의 가치를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 축전은 세계자연유산 7개 마을주민들이 직접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와 세계자연유산 7개 마을(선흘1리, 선흘2리, 덕천리, 월정리, 김녕리, 행원리, 성산리)이 협업 관계를 구축한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가 축전의 총괄 책임을 맡았다.

다소 미흡하고 투박할 수는 있으나, 더 진솔하게, 그리고 고장의 내밀한 속살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알린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이를 통해 제주 자연의 지속가능성, 주민이 주도하는 특색 있는 마을문화산업의 개척, 지역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올해 축전에서 덕천리 마을프로그램 사무장직을 맡은 양영선 씨는 이번 팸투어 마을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재진들에게 "아기자기하고 조용하며 친근한 분위기가 마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고장을 소개했다.

양 씨는 학술적인 내용이 아닌 마을의 설화와 전설, 에피소드 등을 재미나게 들려주며 지역의 가치를 전했다. 그곳에 오랜 시간 거주해온 주민들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 경험담을 전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팸투어에 앞서 진행된 축전 브리핑에서 이일형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장은 이번 축전이 전문가가 아닌 민간이, 특히 마을주민이 직접 참여해 주관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각 마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모두가 한뜻으로 이번 축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유산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요즘, 그동안 지나쳤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는 날이었으면 한다"며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 향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자연유산마을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헤드라인제주
세계자연유산마을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헤드라인제주
올해 축전 덕천리 마을프로그램 사무장직을 맡은 양영선 씨가 팸투어 마을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재진들에게 고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올해 축전 덕천리 마을프로그램 사무장직을 맡은 양영선 씨가 팸투어 마을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재진들에게 고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편, '세계유산축전'은 자연.문화유산 활용 복합 축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에서 기획, 국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행사다.

문화재청은 올해 세계유산을 보유한 지자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총 3개의 사업을 선발했으며, 제주는 3년 연속 이에 선정됐다. 국비 19억을 지원받게 됐고 경상북도, 수원화성과 함께 세계유산축전을 이끌어 간다.

올해 제주세계유산축전은 오는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분포하는 '불의숨길' 일원에서 진행된다. 거문오름 구간인 '불의 숨길'은 △1구간 '시원의 길' △2구간 '용암의길' △3구간 '동굴의 길' △4구간 '돌과 새 생명의 길'로 구분된다.

'자생력 확보 및 지속적인 확산을 위한 발전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며, 주제는 'CONNET(연결)'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 자연유산, 문화예술을 결합해 제주의 위상을 확립하고, 제주만의 가치, 브랜드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이를 마을주민의 직접 주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축전 프로그램 유형은 크게 '가치향유', '가치확산'으로 구분된다.

가치향유 프로그램은 △세계유산축전 기념식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만장굴 아트프로젝트로 구성됐으며, 가치확산 프로그램에는 △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 △세계자연유산 특별탐험대 △세계자연유산 순례단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세계자연유산마을을 찾아서 △불의 숨길 페스티벌 사이트가 있다.

현재는 핵심 프로그램인 '세계자연유산 순례단'과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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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투어에 앞서 진행된 브리핑.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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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팸투어.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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