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잠수함에 문섬 훼손, 5년간 점검 '전무'...제주도 끝까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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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잠수함에 문섬 훼손, 5년간 점검 '전무'...제주도 끝까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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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운항 규정에 '제주도 현장지도' 명시됐지만, 5년간 점검 없어
제주도 "문화재청이 감독해야"...문화재청 "제주도 관리 전제로 허가"
행정당국 서로 네 일 떠넘기기...녹색연합 "무책임한 모습 가관"
승객수송선(대국25호)이 해상바지선에 접안한 관광잠수함으로 관광객을 인도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승객수송선이 해상바지선에 접안한 관광잠수함으로 관광객을 인도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관광잠수함 운항에 따른 천연기념물 서귀포 문섬 일대 암반 및 산호들의 훼손이 환경단체의 연구조사로 알려진 가운데,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는 제주 행정당국의 잠수함 운항 구역 정기점검이 최근 5년간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취재진은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한 이 일대의 훼손을 문화재청이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는데, 최상위 관리 기관인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현장을 직접 책임지는 제주도와 서귀포까지도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은 12일 녹색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의 2개월에 1회 정기현장점검 기록, 문화재청에 대한 보고 사항'을 살펴본 결과, '청구인의 청구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생산 또는 접수하지 않아 정보 부존재 결정'이란 답변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업체 측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고, 잠수함 운항 감독권은 최고 허가권자인 문화재청에 있다"며 "제주도는 이를 관리할 의무도 권한도 없다"고 일축했다.

'문섬 천연보호구역 내 잠수정 운항 규정'을 살펴보면,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의 현장 지도 감독 결과 문화재의 훼손 등이 발생하였을 경우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는 문화재청에 즉시 보고토록 한다'는 등 제주도의 책무가 명시돼 있다.

문화재청은 이를 이행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잠수함운항 허가를 내줬다는 입장이다. 즉, 관련 규정은 상급기관의 구속력 있는 규정으로, 제주도는 잠수함 운항구역 정기점검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5년간 점검 전무...제주도 "감독권 문화재청에", 문화재청은 제주도 감독 전제로 운항 허가

녹색연합은 지난달 8일 서귀포 문섬 일대 암반과 이곳에 서식하는 산호들이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크게 훼손됐다는 기자회견을 발표했다.

중간 기착지의 지형은 의도적으로 훼손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으며, 특히 운항 구역 내에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해송, 긴가지해송 등 법정보호종 산호 9종이 서식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 위협 상황에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제주도와 문화재청은 지난달 17일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했고, 이의 주장들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최고 관리기관인 문화재청이 이러한 사실들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무책임하게 방관했다는 것까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또 제대로 된 현장 점검 없이 업체 측의 보고서와 특정 전제를 조건으로 허가를 계속 내준 것이 밝혀졌다.

문섬 일대 조사 결과.<사진=녹색연합><br>
녹색연합이 진행한 관광잠수함에 의한 문섬 훼손 수중조사. <사진=녹색연합>

그런데 이에 더해, '문섬 천연보호구역 내 잠수정 운항 규정'에 따라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제주도와 서귀포까지도 이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연합은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지난 2018년 이후 단 한차례도 현장 점검에 나선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섬 천연보호구역내 잠수정 운항 규정'은 지난 2007년 11월 제정, 5번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규정은 2019년 개정된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된 문섬지역 잠수정 운영에 관한 운항규정을 정함으로써, 자연유산의 훼손 예방 및 안전사고 방지 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통해지속 가능한 활용이 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에는 명시돼 있다.

해당 규정의 제9조을 보면, △운항규정을 준수하는지에 대하여 2개월에 1회의 정기현장점검을 수검한다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의 현장 지도 감독 결과 문화재의 훼손 등이 발생하였을 경우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는 문화재청에 즉시 보고토록 한다는 의무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2018년 이후로 이러한 사안들을 준수했는지를 요청하는 정보공개청구의 답변으로, '청구인의 청구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생산 또는 접수하지 않아 정보 부존재 결정'한다고 말했다. 즉 5년 동안 관리 감독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업체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문화재청에 보고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관리 감독권은 허가권자인 문화재청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이 행정적 조치를 해야 우리가 나설 수 있다"며 "따라서 조사를 하지 않았고 관련 자료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잠수함 업체가 해당 규정을 이행할 것을 전제부 조건으로 지속적인 운항 허가를 내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잠수함 운항 관련 정기점검에 대한 규정이 상급기관의 구속력 있는 규정이란 것이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사이에서 이에 대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규정에 대한 해석이 서로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녹색연합 관계자는 "제주도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은 보호구역으로 된 곳이며 개발하기 가장 어려운 관문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라며 "그런데도 문화재청, 제주도, 서귀포가 보여주는 태도는 가관이다. 규정과 관련한 맥락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책임감도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힐난했다.

◇"무책임한 행정당국...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절차 점검하고, 훼손 현황 정밀조사 해야"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녹색연합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잠수함 운항을 시급히 중단하고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절차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12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천연기념물 서귀포 문섬 연산호 군락 훼손 정밀조사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연산호 훼손에 대한 현장 정밀조사에 하루빨리 나설 것을 요구했다.

ⓒ헤드라인제주
녹색연합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천연기념물 서귀포 문섬 연산호 군락 훼손 정밀조사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들은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한 문섬은 다양한 식생과 연산호 군락이 확인되고, 신종·미기록종 해양생물들이 다수 출현하는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재청, 해양수산부, 유네스코에서 중복지정한 보호구역"이라며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1호으로 지정되었으며, 관광잠수함 업체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현상변경허가를 받아 잠수함을 운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6월 8일 녹색연합은 관광잠수함 운항 구역인 문섬 북쪽 면의 암반과 산호 군락 훼손이 심각하고, 법정보호종 산호 9종이 위협에 방치되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며 "이어 17일, 전용기 국회의원은 녹색연합, 담당부처.기관인 문화재청,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등과 함께 문섬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장조사 및 자료 검토 등을 통해 추가로 확인된 문제점들이 있다"며 "절대보존지역, 제2 중간기착지의 훼손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구간은 잠수함 운항 최초 승인이 된 2001년 이후 단 한 번도 운항 허가가 난 곳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이곳 역시 잠수함 운항으로 인한 암반 훼손이 확인됐다. 특히 기존의 중간기착지에서 서쪽으로 15미터 떨어진 지점에 제2 중간기착지로 추정되는 추가 훼손지를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헤드라인제주
<자료제공=녹색연합> ⓒ헤드라인제주

또한 이들은 문섬천연보호구역 내 잠수함 운항규정 준수 여부 및 이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지 않은 제주도의 무책임함도 힐난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은 문섬 내 잠수함 운항에 대한 최초 신청(2001년)부터 최근(2020년) 허가 기간 연장 신청까지 10차례에 걸쳐 ‘(조건부) 허가’를 내린 바 있다"며 "특히 허가조건으로 ‘문섬천연보호구역 내 잠수함 운항규정 준수’가 수차례 언급되었으나 해당 규정을 준수하는지 관리 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항규정 제9조에 지도·감독 항목이 있으나, 관리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서귀포시)’는 해당 자료가 없다고 밝혀 정기현장점검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부실한 모니터링 보고서 근거로 잠수함 운항 허가 기간 연장한 것과 관광잠수함 업체의 도덕적 해이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과 정 의원은 "관광잠수함 업체가 최근 3년간 제출한 '서귀포 문섬 잠수함 운항구역의 해양저서군집 비교 모니터링 분석'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해당 보고서는 잠수함 운항구역 내 암반 및 산호 훼손 면적과 실태 전반을 조사하지 않았으며, 수심 10m-15m-20m 구간만 조사했다"고 했다.

또한 "수심 30m 구간이 누락되면서 산호서식지의 수직분포의 변화 패턴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방형구를 랜덤으로 설치했다고도 밝혔지만, 훼손 부분에 대한 방형구 조사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잠수함 운항을 중단하고, 현재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절차에 대한 점검과 연산호 훼손에 대한 현장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계기로 개발과 이용으로 위협받는 법정 보호종과 보호구역의 관 리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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