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휘청거리는 감귤산업, 수주대토(守株待兎)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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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휘청거리는 감귤산업, 수주대토(守株待兎)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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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제주감귤 이야기] 한비자 오두(五蠹)를 통해 본 위기의 제주감귤산업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감귤원에 가도 감귤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감귤이 달려야 감귤에 관한 이야기꽃도 필 것이고, 선생도 있을 법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컨설팅은 관행방식으로 계속 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새로워진 것이 아니라 반복된 진부한 내용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고 대책도 없는 모양이다.

당연하다.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아열대로 환경이 변하게 되면 감귤의 생태는 완전히 변해버린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대책도 수립되어 있지 못하다.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전략을 짜느라 부산떨고 정상적인 궤도는 요원한 일이라 생각되어 걱정이 앞선다.

필자가 1990년 중반에 일본 유학시절 주된 관심이 기후 변화였는데 그 원인이 구체적으로 구명되지 못하고 적도 부근 해수면에서 발생하는 이상 고온현상인 엘리뇨 현상이니,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은 평년보다 상승하게 되고, 찬 해수의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화되어 엘니뇨의 반대현상이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다 라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했었다. 기후변화는 산업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발생량 증가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하기 시작하고 국민생활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1997년에 감귤 전략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감귤에서는 품종. 생산과 유통에 관해 대대적인 혁신을 하여 품종육성방향을 정하고 생산과 유통이 연계된 기술을 개발하여 선진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산업별로 많은 유학생를 파견하여 이에 관한 지식을 습득토록 하였고 감귤에서는 2003년도에 정부주도로 품종별로 4대 권역 거점산지를 조성하여 최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할 수 있는 산지 기반을 마련하였다. 선진지 견학차원에서 각 농협별로 많은 농업인들을 인솔하여 일본과 중국의 산지를 견학케 하여 경각심을 고취시키려고 하였으나 그때뿐이고 이후 크게 달라지고 있지 못하다.

필자가 2006년도에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특강에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 감귤이 북상된다고 발표하여 제주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다. 2007년도에는 8월에 구름 한 점이 없는데도 주룩주룩 비가 내려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선배들에 의해 월남에서 경험했던 기후와 비슷하다고 하여 인정함으로써 구전으로나마 제주에도 지구온난화가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것을 뒷받침 해주었다. 그 해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 병문천이 범람하는 등 거대 태풍의 출현으로 경고음이 울렸다. 2009년에 한라봉에 자근이 발생하여 농업인들을 잔뜩 긴장시켰고, 이후 폭염환경에 대비하여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폭염농법이 제시되었으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르려고 하지 않는 실정으로 관행 영농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지구온난화에 대응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동일 품종이라고는 하지만 외국에서는 20년 단위로 품종갱신을 하고 있는 데 제주에서는 4~50년 이상이 된 고목이 많은데다 간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세가 매우 약하여 경쟁력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제초제 사용량이 증가되면서 뿌리환경이 극도로 악회 되어 잔뿌리라고는 전부 고사되어 그 기능이 상실된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온갖 생리장해가 발생되고 있고, 수세가 쇠약해지고 있음에도 그 원인이 토양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막걸리니, 생선액비니 바닷물이니 하면서 온갖 농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나무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병들게 하는 것이 제주감귤의 현 주소이다.

밭떼기 거래에 의해 수확기가 지연되어 수세가 쇠약해지고 해거리가 조장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설상가상으로 나무의 노령화와 토양환경의 악화가 생산능력이 없는 나무로 전략시키고 있다.

만감류는 원래 경제수령이 10~15년밖에 되지 않는데 고접생신이 주가 된데다 품종에 알맞은 기술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나무의 자람새가 품종별 본래 모습이 아니다. 생산수령이 온주밀감에 비해 짧기 때문에 만감류의 수명도 거의 다되어 품종갱신을 할 시점에 이르렀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의해 착화불량과 생리낙과가 심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감귤나무의 생육환경의 악화, 노령화, 수세약화도 이에 가세했으리라 생각된다. 지구온난화가 더욱 진행된다면 감귤 열매가 없는 감귤나무만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작년 가을 기온의 상승으로 인해 가을 순의 자람새가 왕성하여 열매에 집적되어야 할 당류가 가을 순에 전류됨으로 인해 품질이 낮아지고 이듬해 착화불량으로 이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어 감귤의 운명은 풍전등화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송나라에 밭을 갈아먹고 사는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토끼가 튀어 나오더니 밭 가운데에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졸지에 토끼를 얻은 농부는 다음 날부터 농사를 팽개치고 그루터기만 지켜보며 또 그런 토끼가 나오기만 기다렸다는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말로, 하지만 한 마리도 얻지 못하고 결국에는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꼬리를 달고 돌아다닌다는 한비자(韓非子)의 「오두(五蠹)」 편에 나온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옛날의 관습만 고수하여 변통할 줄 몰라 발전이 없는 것을 예로 들어 이 농부처럼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송나라는 은나라의 유민들이 세운 나라로, 고대 유가적(儒家的) 기풍이 강했다. 고대 유가적 성왕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나라였다. 그래서 시선은 줄곧 과거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와 전쟁을 하면서도 송나라의 양공은 과도한 명분과 고대 성왕들이 제시한 기준만 지키다가 대패하기도 한다. 나라가 망하려면 논의가 미래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과거의 주체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을 한비자는 말하고자 싶어 했다. 바보는 과거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한다. 세계는 계속 변하고 있는데도, 가만히 멈춰 서서 변해가는 세상만 탓하고 있다면 누가 그 사람에게 창의적 번영을 가져다주겠는가. 잘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옛것을 제대로 익힌 다음에 다음 새것을 알아야 한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들어 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 보통 사람들은 지신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욕을 먹든 말든 이미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 기득권을 만들어 준 과거가 더 찬란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온고의 중력을 이길 내공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내게는 온고만 하다가 세월 다 보낸다. 그래서 이 말은 순서를 바꾸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지신온고(知新溫故)로 바꾸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몸을 새로운 곳을 향해 기울여 놓고 과거를 알려고 해야 된다. 과거는 목적이 아니라 가벼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

과거의 논리로 현재를 채우고, 과거의 방법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려고 하면 ‘수주대토’한 농부처럼 웃음거리가 된다. 그런데 바보들은 언제나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도 계속 같은 방법을 쓴다. 새로워지는 일이 왜 그리 중요한가.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생존의 터전인 세계가 계속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세계가 새로운 곳으로 계속 이행하는 운동은 우리는 변화라고 한다. 면화에 적응하면 살아남아 번성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인간이나 동물에게 모두 맞는 말이다. 심지어는 역사나 사상 혹은 이념이나 가치관에도 모두 해당되는 원칙이다. 사람이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세포가 계속 교체되기 때문이다.

옛 세포가 새 세포로 바뀌어 새로워지지 않으면 병들고 죽는다. 뱀도 허물을 벗어야 산다. 허물은 옛집이다. 어떤 이유로든 옛집에 안주하고 남아 있으면 죽는다. 뱀만 그러하랴. 세계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이념이나 가치관도 바뀌지 않으면, 그 이념의 주인도 따라서 도태된다. 새로워지는 일에 관해서는 오래된 중국의 『대학』에 아주 잘 나와 있다. “날로 새로워지고, 날이면 날마다 새로워지며, 또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오랜 이론, 지식과 이념에서 탈피하고, 보고 싶고 봐야하는 세계가 아니라 보이는 세계를 관찰할 수 있을 적에 저절로 변화를 감지하면서 변화하는 나의 모습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세계는 동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타에 의해 이루어진 새로운 세계를 보고 감탄하고 다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 보다는 자기 앞에 직면해 있는 제주 감귤 세계를 새로워지게 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 스스로 관찰하려고 노력할 적에 반지성에서 벗어나 지성이 넘치는 감귤 세계로 변화하는데 주도자가 될 것이다.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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