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실의 문학산책] (7) 얼굴 속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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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실의 문학산책] (7) 얼굴 속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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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 되고 싶어서가 아닌, 어떻게 살고 싶어서 글을 쓴다.

글을 통해 내가 몰랐던 내 얼굴을 보기도 하고, 그려 내기도 한다. 그래야 좀 더 따뜻하고, 성숙 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제주에서의 풋풋한 삶을 사랑스런 언어로 그려내는 글을 쓰고 싶다." <수필가 최연실>

지인이 보내온 책을 펼쳐보니 ‘모나리자의 미소 최 연실 선생님께.’라고 쓰여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검은 피부에 쌍까풀이 깊고 부리부리한 눈, 두툼한 입술, 매부리코를 지닌 얼굴입니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백옥처럼 하얀 피부, 초승달처럼 새초롬한 옴팡눈, 근원을 의심케 하는 높은 코를 지니고 계셨지요. 완벽한 어머니의 얼굴에 흠이 있다면 뽀뽀가 어려운 치아였지요. 두 분이 연애하던 어느 날 아버지의 농이 어머니의 인생을 바꿔 놓았지요. ‘창희 씨는 옥수수를 잘 드시겠어요.’라고 하는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멀쩡한 생니를 뽑고 젊은 나이에 틀니를 하셨습니다. 그 오래전에는 흔한 일도 아닌데 얼마나 아버지를 좋아했으면 그리하셨을까요.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열성 유전자만 받아서 태어났습니다. 내 외모는 오 남매 중에서도 제일 빠진답니다. 내 이마는 검지 두 마디에 불과했고, 한쪽에만 진한 도장이 있는 짝눈에, 어정쩡한 각도의 코를 가지고 있답니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것 중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은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어머니처럼 나는 뻐드렁니가 아니랍니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아니었기에 주목받는 일은 거의 없었답니다.

어느 해 여름,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지요. 남편도 잘생긴 얼굴은 아니랍니다. 주위 사람들은 딱히 해 줄 말이 없으니 ‘남자답다.’라는 말로 얼버무린답니다. 남편도 아버지와 같은 검은 피부지만, 쌍까풀 없는 처진 눈꼬리가 고집스러운 남편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 보였습니다. 남편의 도톰하지 못한 얄팍한 입술은 차갑고 원칙주의자라는 것을 은연중에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남편과의 만남도 한 번으로 끝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첫 만남보다는 두 번째가 좋았고, 만남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웃는 모습에 반했다고…. 남편은 가끔 말한답니다. 당신의 비밀이 얼굴에 있었다고.

나는 요즘 구순이 되신 어머니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막내딸이 해 주는 세 끼를 맛있게 잡수며 ‘좋아라.’하며 웃으시고 있답니다. 어머니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한없이 나를 기쁘게 한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지인의 말처럼 어머니의 웃는 모습도 모나리자의 미소를 닮아 보이는 것 같더군요. 어머니의 눈은 인자하고 깊고 평안해 보입니다. 어머니의 코는 적당한 기울기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지요. 다물고 있는 입은 삶의 이치에 조심스러워하는 듯합니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구순의 인생 이야기가 있었지요. 그 얼굴에는 자식 몰래 흘린 눈물이 있었기에 희로애락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이 언뜻 보입니다.

얼굴은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거짓말을 못 하지요. 아무리 애써 치장해도 은연중에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거울 앞에 선 나는, 즐거운 일이 생길 때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를 보고 있답니다. 아직은 그 보조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곧 그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수필가 최연실>

최연실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최연실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최연실 수필가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학생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어느 날, 미국으로 이민 간 언니를 대신해서 시상식에 갔다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생활수필반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2018년 수필가로 등단했다.

- 2018년 수필과 비평 등단
- 한국 언론인 총 연대 편집기자
- 서울 서부지부 원석문학회 회원
- 제주 백록수필 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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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녀 2022-06-15 12:50:21 | 112.***.***.220
살아온 삶이 얼굴에 담기니 좋은 마음으로 잘 살아야지 하다가도 금새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는 내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