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뒤덮인 제주도 수월봉..."천연기념물 관리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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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뒤덮인 제주도 수월봉..."천연기념물 관리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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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동굴 등에 쓰레기 무더기 방치...부패.악취 심각
자연훼손 우려...시민들 "천연기념물 관리하나" 질타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에 방치된 해양쓰레기. ⓒ헤드라인제주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부에 조성된 동굴입구에 대형 쓰레기와 어망, 태왁 등 어업물품들이 잔뜩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대규모 화산쇄설층(화산 폭발에 의해 발출될 크고 작은 암편)이 조성돼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소재 수월봉.

천연기념물 제513호이자 제주의 세계지질공원을 대표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이곳이 현재 뒤덮인 쓰레기와 이를 방관하는 행정의 무책임한 태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4시 30분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살펴본 수월봉 해안절벽 화산쇄설층 일부 구간 하단부에 조성된 여러 개의 동굴 입구에는, 나무합판 등 대형 쓰레기들과 어망, 태왁 등 어업 물품들이 잔뜩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는 대부분 썩고 부패해 있어 유적지가 훼손될 우려가 굉장히 커 보였다.  

행정에서 동굴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가림막도 상당수가 뽑혀있었지만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곳곳이 썩고 때가 낀 것을 보니 상당 시간 이 상태로 버려져 있었던 것으로 추측됐다.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부에 조성된 동굴에 해양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행정에서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가림막도 파손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수월봉은 약 260만 년 전에 화쇄난류라고 불리는 독특한 화산재 운반작용으로 형성됐다. 그 규모가 워낙 크면서도 빼어난 외관을 자랑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12월 천연기념물 제51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주 세계지질공원 11곳 중 가장 핵심적인 장소로 뽑혀 매년 트레킹 행사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면서도, 도민들에게는 단순 관광지 그 이상의 장소이기도 하다. 제주의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 전설이 이곳에서 태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수월봉은 그 명성과는 대조적으로 초라하고 쓸쓸한 모습을 자아냈다. 파도를 타고 밀려온 해양쓰레기들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수월봉 해안절경 일부 구간에는 아래쪽으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동굴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 성인 키만한 나무 합판 수십 개가 버려져 있었다. 

어망, 태왁, 스티로폼 등 어민 용품들도 셀 수 없이 동굴 입구에 난잡하게 버려져 있었고, 플라스틱 생수병, 음료캔 등 생활 쓰레기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쓰레기들은 부패하고 썩어 근처에 가면 심각한 악취가 났고, 쓰레기가 있는 곳에 고인 물은 녹조로 인해 매우 끈적끈적했다. 오염 정도가 심각한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굴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행정에서 설치한 가림막들도 전부 뽑혀있는 등 파손된 상태였다.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는지 부패 정도가 심했고 악취도 났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쓰레기들이 크고 날카로운 물건들이라 유적지의 훼손 우려가 굉장히 커 보였다. 이날 수월봉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천연기념물을 대하는 시민들의 몰지각한 태도와 행정의 무관심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에 방치된 해양쓰레기. ⓒ헤드라인제주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에 방치된 해양쓰레기. ⓒ헤드라인제주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에 방치된 해양쓰레기. ⓒ헤드라인제주
수월봉 해안절벽 하단에 방치된 해양쓰레기. ⓒ헤드라인제주

경기도에서 한달살이를 하러 내려왔다던 ㄱ씨는 "행정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길래 기대하고 왔는데 깜짝 놀랐다. 천연기념물을 이렇게 안일하게 관리하면서, 어떻게 자랑스럽게 홍보를 하는 건지 부끄럽다"며 "쓰레기를 버린 사람도, 관계자도 그 누구도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제주도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사랑해서 오는 것인데, 이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빨리 정비하고 훼손 정도를 파악했으면 좋겠다. 경고문과 안내문도 제대로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쓰레기 수거팀이 쓰레기를 말리기 위해 잠시 두었을 뿐"이라며 여전히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쓰레기를 동굴 입구에 두면 유적지 훼손 우려가 크지 않은가, 악취가 진동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쓰레기가 이미 부패한 상태라는 취재진의 지적에, 해당 관계자는 "현장을 살펴보고 빠른 시일 내로 수거하겠다"고 답했다.

최근까지 대규모 트레킹 행사를 개최하는 등 수월봉을 제주도의 핵심 자연관광지로 내세우던 행정당국이, 정작 유적지 관리와 보존에 있어서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비판받을 대목이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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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2-05-20 13:10:36 | 223.***.***.251
19일 낮에 전부 청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