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문화유산 '알작지', 중장비 투입작업에 몽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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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문화유산 '알작지', 중장비 투입작업에 몽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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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반 수거한다며 대형 포클레인 투입해 수거 작업
"손으로 수거할 수 없었다"지만...다른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달 23일쯤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변에서 모자반 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 몽돌 위에 포클레인이 올라가 있다. <사진=외도동> ⓒ헤드라인제주

'몽돌'로 유명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변 훼손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 쌓인 모자반을 처리하는 방식을 두고 논란이다.

수거해야 할 양이 많아 수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외도동은 대형 중장비(포클레인)를 동원했는데, 그 작업이 몽돌이 있는 해변 위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반 모래 해변과 달리 알작지 해변은 '몽돌' 그 자체가 보존 대상이고, 특히 개발바람에 날이 갈수록 유실, 훼손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대형장비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수거작업을 한 외도동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에, 유실이나 훼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거작업이 이뤄진 당시 사진을 보면, 포클레인은 몽돌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13일 오후 1시쯤 살펴본 내도동 알작지 해변 곳곳에는 모자반을 처리하기 위해 동원된 중장비 작업 흔적이 보였는데, 몽돌과 해변의 원형 훼손 우려가 굉장히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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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으로 모자반 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외도동>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외도동은 약 3주 전인 지난달 23일쯤, 강풍과 폭우로 인해 알작지 해변에 밀려든 모자반 및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모자반은 성인 여성 허리 높이까지 쌓였을 정도로 그 양이 상당했는데, 외도동은 수작업으로 이를 처리하기엔 역부족하다고 판단해, 집게차와 포클레인 등 대형장비를 동원했다. 

바로 이 부분, 포클레인 작업을 해변, 몽돌 위에서 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 해변과 달리 알작지 해변은 해변에 쌓인 몽돌 그 자체가 보존 대상이기 때문이다.

알작지의 자갈들은 아주 오래전 한라산 계곡에서부터 운반돼 퇴적된 것으로, 파도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파도를 만나면 악기를 연주하 듯 신비한 소리가 나기도 해,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찾기도 하는데, 이러한 독특함을 인정받아 지난 2003년 12월 제주시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대에 여러 건물이 들어서고, 방파제와 해안도로가 만들어지는 등 개발바람에 그 원형 훼손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존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해변 위에서 서스럼없이 대형 장비로 작업을 진행한 것은 매우 신중치 못했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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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1시 포클레인 자국이 남아있는 알작지 해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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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작업이 이뤄진 알작지 해변 모습. ⓒ헤드라인제주

외도동 관계자는 몽돌을 건드리지 않고, 현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현장에는 크고 작은 몽돌이 군데군데 갈라지고 부서져 있는가 하면, 포클레인에 밟혀 깊이 박혀있기도 했다.

또 포클레인이 해변을 긁은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기도 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훼손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충분히 다른 방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으나, 그런 고민도 해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가령, 해변이 아닌 도로 위에 집게차를 세워두고 모자반을 수거할 수도 있었고, 구간별로 나눠서 작업할 수도 있었다. 관계 부서, 기관에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쉬운 대목이다.

외도동 관계자는 "상급기관 또는 관계 부서에 수거를 위한 별도의 협의를 한 적은 없다"며 "모자반과 쓰레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쌓였는데, 인력으로는 감당이 안돼 불가피하게 장비를 투입해 작업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퇴적물 위쪽으로만 긁어내서 몽돌 유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럽게 작업을 수행했다"며 "작업 과정에서 훼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개발 등의 사업이 아닌 단순 모자반 처리 때문이라면, 포클레인 동원에 대해 특별히 협의를 해야 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

다만, 특유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경관적 가치 등을 인정해 제주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놓고, 정작 행정이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는 점은 비판받을 대목이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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