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일상이야기] (2) 무지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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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일상이야기] (2) 무지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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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일요일이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사연은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귀여운 치와와 한 마리와 서로 의지하며 사는 할머니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웠다.

동네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할머니는 돌돌이를 늘 곁에서 보물인 냥 애지중지 했다. 밖에 잠깐 나갈 때는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잘 때는 품에 살포시 안고 자는 것이다.

올해 3살이지만 몸집이 워낙 작아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다. 할머니는 "사람들은 정 주지 말라고 말 하지만 어떻게 정을 주지 않겠느냐.”반문했다.

"사람들은 내가 개를 안고 다니는 거 보고 칠푼이라고 수근 거리는 데, 내가 팔푼이가 되었다"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걷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는데, 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세 번의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어 기적 같다고 말했다.

돌돌이의 건강상태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뇌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을 앓고 있어 걷는 것도, 숨 쉬는 것도 어려워 크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다. 길어야 1, 2년 정도 밖에 못 살고 죽는다."는 수의사의 말에 할머니는 돌돌이의 귀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막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돌돌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을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변함없이 더 큰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말에 줄 거라는 말에 울컥했다

이후 돌돌이는 오랫동안 할머니 곁에 머물다가 지난해 이별했다. 할머니는 가까이 다가가 양손으로 귀를 막고, 얼굴을 옆으로 돌려 한동안 울고 계셨다.

“내가 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편안하게 떠나지 못할 것 같아 참으려고 해도 잘 안 된다.”는 말이 먹먹하게 했다,

오늘따라 더빙 하는 성우의 목소리 떨림이 고스란히 나에게 느껴졌다.

아마도 돌돌이는 할머니의 정성과 따뜻한 기억 가득안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것이라 생각한다.

잠깐이지만 예전에 우리 집에 함께 생활했던 두 마리의 반려견 사진을 보면서 잠깐이지만 그때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수필가 이성복>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지체장애 2급)으로,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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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2022-03-22 21:29:41 | 121.***.***.137
소소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