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드러난 장애인 당사자들이 처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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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드러난 장애인 당사자들이 처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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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이지혁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지혁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이지혁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어느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접어든 지 3년째, 바라왔던 종식은커녕 제주도에서는 일일 1200여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이며 동료 장애인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로서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가 처한 현실을 말하고자 한다.

▶ 장애인에게 코로나19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증장애인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신체적인 증상보다 두려운 것은 자가격리다. 물론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일상생활에 많은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자가격리는 활동지원 서비스 공백을 유발하며 당장 밥을 못 먹고 화장실을 못 가고 씻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두려움이다.

▶ 정부의 미흡한 대처

2020년 6월 보건복지부에서 장애 유형별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제작, 보급했고 2021년 4월에 보완 및 개편을 했으나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하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국립재활원이 2021년 6월 발표한 「장애인의 코로나19 경험과 문제점」 연구결과에 의하면 장애인의 22.4%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정보를 찾는 방법을 알지 못함’(46%), ‘이해하기 쉬운 그림, 영상 등을 통한 안내서비스 부족’(35%), ‘수어 통역 미비 및 화면해설 서비스 부족’(23%)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당사자에겐 정보를 찾기도 힘들고,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알아보기도 힘든 탁상행정의 결과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또 배제된 장애인

거듭 강조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에게 코로나19 검사와 치료의 문턱은 매우 높다. 최근 2월 11일에 내놓은 재택치료 개편안을 봐도 알 수 있다. 중증 증상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개편안에서는 대상을 집중 관리군과 일반 관리군으로 나눴는데 두 그룹의 지원 차이는 너무도 극명했으며 그 가운데 장애인은 집중 관리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반 관리군에 속한다는 것인데, 일반 관리군은 쉽게 말하자면 스스로 관리하고 상태가 악화하였을 때 집중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의사소통과 이동,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장애인과 독거 장애인이 코로나19 확진 후 증상이 악화할 경우 스스로 연락을 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생각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싶다.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인의 특수성은 확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감염병 대책 및 정책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또 누군가 이 배제된 구조에 의해 피해를 봐야 거들떠볼 것인가, 과연 우리 사회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당사자에게 사건 사고가 터져야 조치를 할것인가 의문이 남는다.

▶ 환경과 구조의 벽

백신접종부터 PCR검사까지 당사자가 직접 진료소, 검사소에 방문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은 코로나19 감염증상이 있으면 타인과의 접촉을 제한하면서 독립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2월 3일부터 보건소·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광장 등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만 받을 수 있던 검사를 동네 병·의원까지 확대하였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 당사자로서 주변에 동네를 돌아보면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병·의원은 찾기가 힘들며 시내가 아닌 외곽지역으로 갈수록 접근성은 더욱 저하된다. 이에 지역사회 환경개선과 개별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화 상담 및 방문 서비스 지원이 시급함을 느끼고 있다.

갑작스러운 감염병 대유행에 처음부터 100%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포괄적이지 못하며 실효성 없는 정부의 정책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동권을 비롯한 사회참여, 문화예술 등에서 지속해서 나타난 문제점이다. 지난 2월 7일에는 최혜영 의원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장애인복지정책과 대책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하였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필요성은 느끼지만,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요인을 제공했지만, 이번에도 우리 사회가 임신부, 아이를 포함하여 사회적 약자의 특수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모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흡한 대처와 방치, 배제가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비로소 대한민국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보내고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하루빨리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각 계층의 당사자를 포함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당사자의 욕구와 필요성을 반영한 포괄적인 정책 및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로서 가장 시급한 것을 제언하자면 자가격리 중인 장애인 전담 활동지원사 확충 및 배치, 사회활동 중단에 대응한 생활비 지원,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제작 및 안내, 재택치료 개편을 통한 집중 관리군 대상 확대 및 개인별 맞춤형 치료 서비스 지원, 병·의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지역사회 환경개선 등 대대적으로 정책을 개편하고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밑에 그림에 빗대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모두에게 같은 크기의 상자를 하나씩 주어 평등을 유지했다. 가장 키가 작은 사람은 상자를 밟고 올라서도 야구를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운데 그림에서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상자를 제공해 세 사람의 균형을 맞추고 모두 함께 야구를 관람할 수 있었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자원을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조건이 다를 경우 형평성을 바탕으로 균형을 맞추고 모든 사람이 야구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며 그것이 진정한 평등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벽을 없애 더 작은 사람도 공정하게 야구를 볼 수 있는 창의적 대안을 마련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지혁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진출처 : Morgan Marks. 'A Discussion on Equity and Equailty.(Powerhouse Montana)
사진출처 : Morgan Marks. 'A Discussion on Equity and Equailty.(Powerhouse Montana)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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