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그들이 차도로 내몰리는 이유는?
상태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그들이 차도로 내몰리는 이유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인권이야기] 강준태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강준태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헤드라인제주
강준태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헤드라인제주

길을 가다 보면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이하 ‘전동보장구’)를 타고 차도와 인도를 넘나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차도를 오가며 차량 사이를 지나가는 전동휠체어를 볼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왜 저렇게 위험하게 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서귀포시 장애인 보조기기 대여센터에서 근무하며, 전동보장구를 이용하는 분들은 왜 그렇게 위험하게 다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실제로 전동보장구 이용자 중 35.5%(102명)가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한국소비자원이 3년 이상 전동휠체어를 이용 중인 장애인 또는 보호자 28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이다.

사고유형별로 살펴보면 ‘턱·장애물 등에 의한 걸림’ 사고가 41.2%(42명)로 가장 많았으며, ‘간판 등과 같은 외부장애물과의 충돌’ 36.3%(37명), ‘운행 중 정지’ 32.4%(33명), ‘차량과의 충돌’ 24.5%(25명), ‘보행자와의 충돌’ 22.5%(23명) 등의 순이었다.

전동보장구 이용자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보행자로서 보도를 이용해야 하나, 조사대상자의 45.6%(131명)가 차도나 자전거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노면이 비교적 더 안정적이어서’라고 답했고, 이어 ‘장애물이 비교적 적어서’, ‘비교적 안전해서’, ‘비교적 덜 혼잡해서’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전동보장구 이용에 적합하지 않은 보도환경으로 인해 보도 외 도로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고경험률은 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전동보장구 이용자(43.5%, 57명)가 보도를 주로 이용하는 경우(28.8%, 45명)보다 14.7% 더 높게 나타났다.

위 조사내용처럼 전동보장구를 타고 인도에서 이동하기가 힘들어서 인도와 근접한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업무상 장애인 보조기기 수리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각 가정에 방문 시 야광 반사지 부착이나 야간 안전표시등 고장 여부를 확인하며, 운전자의 시야에 최대한 노출이 되도록 이야기하고 다닌다. 현재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노력이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이동 약자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더불어 전동보장구 이용자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보도 정비를 해야 한다. 기본적인 보행 안전망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하게 늘어나는 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전동보장구 이용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자체에서는 전동보장구 이용자가 전동보장구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안전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들은 전동보장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 고령자와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운전 중 차도로 이동하는 전동보장구를 발견하면, 속도를 줄이고 경적을 울리지 않는 등의 세심한 배려와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준태 / 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