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제주해녀의 '불면증', 주름살에 새겨온 말 못할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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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제주해녀의 '불면증', 주름살에 새겨온 말 못할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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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출판사, 여성으로서 해녀 삶 다룬 '은퇴 해녀의 불면증' 출간

어느 날, 80대의 은퇴 해녀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굿을 청했다. 심방들은 그 원인을 선앙이나 일월조상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 굿을 보던 한 젊은 연구자는 거기에 숨겨진 다른 원인을 더듬어 보았다. 

"할머니의 불면증은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 제주 여성이기에 강요당한 무엇과 닿아 있는 게 아닐까"

한그루 출판사는 이제는 몸이 아파 더이상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는 해녀할망이 오랜 시간 남몰래 견뎌내왔던 여성으로서의 삶을 다룬 '은퇴 해녀의 불면증'을 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문봉순 작가가 글을, 박정근 작가가 사진을 맡았다. 

'은퇴 해녀의 불면증'은 저자가 굿청에서 우연히 만난 은퇴 해녀처럼, 온 생을 바다에 뛰어들어 가족에게 바쳤던 해녀할망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그 사연을 묻고 듣고 기록한 책이다. 

각각의 개인사를 말하지만 그 이야기는 근대 제주의 모습과 마을의 원풍경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고, 마침내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1부에서는 제주의 부속섬인 우도 해녀 11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해녀가 된 과정과 물질 작업, 출가 물질 등을 통해 해녀로서의 일생을 들려주고, 그 삶으로 이룬 것과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한다. 

2부에서는 제주의 동쪽 마을 해녀 8명의 인터뷰를 통해 해녀 공동체의 신앙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해녀들이 삶을 바친 바다밭, 그중에서도 온평리 바다밭을 통해 해녀할망들이 보낸 세월만큼이나 변해버린 바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책에는 제주해녀이기에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기쁨도 슬픔도 같이 나누며 물숨의 세월을 건너온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늙어버린 바다를 보며 한숨을 짓는다. 

문 작가는 존경과 애정을 담아 이 책을 불면증의 처방전으로 내놓고 있다. 박 작가의 영혼 어린 사진도 힘을 더한다.

한편, 이 책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발간됐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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