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육의원 폐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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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교육의원 폐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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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교육의원 폐지 법안 발의와 절차적 민주성
선거 앞두고 일방적 추진 문제...공론화.사회적 합의가 우선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전격 발의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교육의원들은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입법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참에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교육의원 존폐 논란이 다시 불 붙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원 존폐 여부를 떠나, 폐지 법안이 발의된 그 과정에 대해서는 한결 같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유는 입법 추진 결정 과정에 도민은 빠져 있고, 몇몇 중앙정치인 그들만의 일방적 발의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를 추진하게 된 정확한 배경 설명도 없다. 한 마디로 '절차적 민주성 결여'다.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은 지난 11일자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서울 강동구을)이 대표 발의했고, 모두 10명이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다. 그 중에는 제주시 갑 선거구의 송재호 의원도 있다.
 
발의안에서는 현행 특별법 제63조의 '교육위원회 설치' 조항을 비롯해 제64조 '교육위원회 구성',  제65조 '교육의원 선거', 제66조 '교육의원의 피선거자격', 그리고 제67조 '교육의원의 겸직 금지' 제68조 '교육위원회 의결사항', 제69조 '의안의 발의 및 이송' 등 교육의원 제도 관련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제주도의원 정수(현행 43명) 관련 조항에서도 '교육의원 5명' 부분은 사라졌다. 
 
부칙에서는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라 도의회에 설치되어 있는 교육위원회는 2022년 6월30일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는 경과규정이 명시됐다. 현재의 교육위원회는 6월말까지로 임기를 존속시키되, 오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교육의원 선거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의안에서는 교육의원 제도 폐지 이유로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육의원제도는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지적되는 등 존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위원회는 지방자치가 부활하던 1991년 만들어졌다. 당시는 교육청 소속의 심의.의결기관으로 돼 있었다. 그러다가 2006년 지방교육자치 법률 개정으로 광역지방의회 상임위원회(교육위원회)로 소속기관 및 지위가 변경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얼마가지 못했다. 2010년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 자격 폐지와 교육의원 일몰제를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일몰제 규정에 따라 다른 시.도의 경우 2014년 6월30일을 기점으로 해 교육의원 제도는 모두 폐지됐다. 

반면,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법 규정에 의해 그대로 존치, 시행되고 있다. 

시행과정에서 존폐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교육계를 중심으로는 교육자치 발전을 위해 존속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 내지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교육의원 역할과 관련한 논란, 그리고 교원 출신 등으로 제한한 피선거 자격과 관련한 논란도 많았다.

출마 후보자가 극히 적어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선거구 획정 논의가 있을 때마다 '무용론'이 대두됐고, 이는 존폐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폐지 법안은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발의안에 담고 있는 내용보다는, 입법을 추진하게 된 과정 내지 절차의 문제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내용이라 하더라도, 주민자치와 관련한 입법은 민의에 근거해야 한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도민사회 공감대 형성은 기본이다. 몇몇이 모여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 발의는 지역민들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추진돼 큰 논란을 사고 있다.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의 권고안에서도 이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도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절차적 민주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여 앞둔 시점이다. 당장 다음달에는 교육의원 선거 출마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지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발의안에서 제시한 개정 이유가 진정이라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작 공론에 부쳤어야 했다. 교육의원 제도를 포함한 선거구 획정 논의를 하는 시점에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예비후보자 등록 한달 전에 불쑥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중앙정치의 횡포에 다름없다. 지역 국회의원까지 발의에 버젓이 참여했는데도, 도민사회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현실은 뭘 말하는가.

도대체 이 법안은 어떤 경로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 일각에서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에 따라 도의원 3명 증원의 '묘수'를 만들기 위해 폐지 법안을 전격 발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교육의원 제도를 '희생양' 삼았다는 것이다.

설령 교육의원 선거제도의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존폐 부분은 도민사회 적법한 공론화 절차 속에 결정돼야 할 부분이다. 도민 자치권의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중앙정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도민공감대 형성 및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따라서 이 법안의 입법절차는 전면 중단돼야 한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공론에 부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존치와 폐지의 내용적 문제가 아니라 절차적 문제 때문이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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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의 논리 2022-01-18 22:32:54 | 223.***.***.153
교육의원 제도 존치 여론이 조사결과 높게 나올때는 도민들이 교육의원 찬성하니까 존치해야 한다고 하던 이들이, 이제 폐지 여론이 우세하니까 다수결의 역설 운운하며, 교육의원 제도개선의 불씨를 키워보려 애를 쓰고 있다. 딱스럽다. 대세는 폐지다. 왜냐? 제도의 폐해를 도민들이 체감했기 때문이다.. 도민의 다수 의견이 우습나? 도민 다수의 판단은 기득권을 키지려는 소수의 아집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게 민주주의다.

민의 2022-01-18 00:41:48 | 122.***.***.100
지역민들도 모르게 전격 추진돼서 문제다? 글쎄.. 선거구획정위 당시 여론조사도 교육의원 조정이 우세였고, 이번 교육청 용역에서도 교육의원 제도 폐지 여론이 높았는데.. 이런 민의는 싸그리 무시하고, 되지도 않을 증원안을 확정해 발표한 획정위나, 교육기득권 심폐소생하려하는 용역이나.. 그것들이 도민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나? 차라리 도민 민의를 더 잘 반영한 건 국회의원의 교육의원 폐지안 아닌가? 국회의원들도 그런 여론추이 반영해서 입법한거 같은데, 그건 민의 반영 아닌가? 결국, 교육의원 제도개선해서 밥그릇 챙겨줘야 그게 민의 반영인거나? 한심한 생각이다.

공론화? 그건 곧 조정안에서 타협하고싶단 수단적 핑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공론화를 그런 핑계거리로 갖다 붙이지 마라!

제주토박이 2022-01-25 11:45:53 | 61.***.***.177
교육의원 존치를 주장했던 사람인데
도민혈세 낭비하는 교육의원 폐지가
정답이네요
도의원 인원줄이고 교육의원 폐지하는 것에
적극 동참합니다

도민 2022-01-19 22:51:24 | 59.***.***.46
교육의원 제도개선해서 도민혈세 줄입시다.

내로남불 2022-01-17 21:37:59 | 110.***.***.129
도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절차적 정당성 확보는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쪽에서 제주도 갈등 문제 있을때마다 내세운 논리가 아니었나.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아무리 선거때라 해도 그렇지, 지켜야 할 일의 순서가 있는거 아닌가.

다수의결의 역설 2022-01-18 10:47:20 | 39.***.***.237
민주주의사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의견수렴의 가장 쉬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단언할 수 있나? 그래서 최소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