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은 선도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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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선도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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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예술가들이 외로운 선도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1년 11월 6일 토요일 오후 네시, 돌문화공원 오백장군 겔러리는 ‘처음’, ‘자연’, ‘독립과 앙상블’, ‘환호’, ‘오래간만’, ‘아름다움’, ‘교외’라는 단어들로 가득찼다. “Armonia Musicales in Jeju 아르모니아 뮤지칼레스 인 제주” 라는 앙상블 팀이 창단연주회를 한 것이다. 생각, 모음, 창단, 연주회의 길에 고혜영 선생이 기획봉사가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컨셉들 중에는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새로운 장르의 시도, 기존틀 깨고 자유찾기가 있었다. 지역예술의 발전을 위해 제주지역의 전문 자유예술가들을 모아냈다. 장르별 소수! 성악, 피아노, 퍼크션(타악), 바이올린, 첼로, 섹소폰 등이다. 쉽지않은 앙상블팀이지만 즐거웠다. 피아노와 퍼크션의 만남부터 시작으로 “‘참 밝다.’ ‘리듬틱하다.’ 절제의 하모니와 맘껏 드러내기의 관용”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가들의 환경에 대한 책임성”이라는 걷지 않았던 길(untrodden walkway)을 걸으며 안내하는 선배 언니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지로 만든 초대장 리턴봉투 → 기부금봉투로 활용 → 기부금 모집 → 지역 혹은 세계 환경단체에 기부 → 예술가들의 환경에 대한 책임성 갖기 시작이었다. 팜플렛 대신 실용적인 L자 파일에 레파토리를 인쇄하고, 구체적인 아르모니아의 정보는 L자 파일에 있는 큐알코드를 보고 접근해올 수 있도록 하였다. 제주와 아르모니아의 상징이 들어가있는 에코벡을 선물로 나누었다. 가지고온 쓰레기, 만들어질 쓰레기 하나 빠짐없이 다시 가지고 가시자고 나눠드린 듯 하였다. 물론 사용하면서 항시 아르모니아를 기억해달라는 엮기 위한 도구였는지도. 호호호.
   
‘한’과 ‘화합’의 메시지가 있었다. 창단연주회를 위해 편곡한 ‘너양나영’이라는 곡이다. 다양한 선율로 아주 느리게 연주함으로써 ‘한’을 표현했다. 제주민들의 슬픔의 한, 고통의 한, 참음의 한, 마음 아픔의 한, 외로움의 한, 힘없음의 한 등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배서영 선생의 성악 목소리는 마지막 남은 용의 눈동자에 점을 찍어내는 화합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너영나영’에서 곡 중 혼자 부르는 짦은 부분에서 제주인근 심해의 ‘한’이 올라왔다. 그 ‘한’은 서양의 탱고와 만난 ‘아리랑 선율과 노래’에서도 다시 나타난다. 텡고의 선율사이에서 삐집고 올라오는 바이올린의 연주에서이다. 탱고의 밝음과 화려함, 대중성 등의 사이에서 올라온 ‘한’이 서린 아리랑의 선율은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한스럼이었다. 이주영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무대 자체가 자연이었다. 투명 유리로 밖을 볼 수 있다.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밖에는 제주 자연석으로 만든, 그냥 돌을 얹힌 돌 사람들 모습들이 있다. 바이올린과 섹소폰의 소리에 나뭇잎이 움직이고, 두 분이 하나의 피아노에 앉아 연주하여 멈추게하였다. 돌문화 공원에는 조용한 가을이 와 있었다. 음악도 듣고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유리 배경이 자연스럽다이? 자연을 그대로 봐졈쪄이?!” 옆에 앉았던 관객들의 목소리였다. 관중 들의 목소리도 듣기 좋았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돌문화공원은 친절했다. 그분들이 음악회의 하우스메니저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다. 오백장군 겔러리에서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내팀들은 연주회 기획팀과도 협의가 잘 되어 있었다. 안내도 여러 명이 도와주셨다. 조금 일찍 와서 돌문화공원까지 만끽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르모니아의 창단연주회는 열렸다. 자연을 느끼게해주는 돌문화공원에서 환경에 대한 예술가의 책임성을 드러내면서, 서로 다른 장르들끼리의 어울림을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에게는 음악의 즐거움을 선물했다. 객석에서는 가슴 깊은 곳에서의 환호와 박수가 있었다. 제주의 예술가들은 외롭지 않았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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