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는 임대아파트라고 해놓고는" vs "통상 임대후 분양"
회의록까지 남긴 행정-업자 '사전 회의'..."전혀 모른다"
제주시내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안동우 제주시장이 21일 이 사업관련 협약서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의 제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최근 내용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대한 질문을 이어지자, "협약서는 이미 법률적 검토를 받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현수 의원은 "(협약서에서는) 수익율이 8.9% 보장돼 있는데, 이 부분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수익이 없으면 어느 민간업체가 뛰어들겠나"라며 "이 부분은 문제제기 안한다. 그런데 협약서 내용도 그렇고, 토지주와 협상 시작하는데, 이 상황에서 분양가가 충분히 올라갈 수 있고, 협약서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안 시장은 "협약서를 제가 전부 세밀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내용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협약서는 지난해 12월 18일 안동우 시장과 호반건설 컨소시엄인 '오등봉아트파크 주식회사' 대표이사간에 체결된 것인데, 안 시장의 "세밀하게 보지는 못했지만..."이라는 발언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명을 했다는 뉘앙스로도 전해졌다.
고 의원은 "협약서 내용에는 초과수익 발생했을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내용이 있었느냐"면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부한다 수준으로 한 것 같은데, 이것은 문제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 시장은 "협약서 내용을 보면 초과수익 부분은 반드시 우리가 공공의 목적으로 회수한다고 됐다"면서 "최고수익이 날수도 있고 안날수도 있다. 분양이 안되면 초과수익 안 나는 것이다. 만약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8.9% 이상에 대해서는 제주시가 환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 의원은 "협약서에 그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업이 종료되면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그것을 100% 기부받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사업이 종료되면, 분양가도 사실 부풀릴 수 있는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안 시장은 "우려하시는 내용에 대해 검토해서 우려사항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고 답하자, 고 의원은 "사업이 종료되기 전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면서 "결론은 협약서 내용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대로 간다면 초과수익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면 협약서를 그대로 두고 별도의 서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의원의 주장은 협약서를 수정하든지, 아니면 초과수익 등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별도 서류를 통해 명시해 둬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안 시장은 협약서 수정 부분에 난색을 표했다.
안 시장은 "협약서 체결 전에도 여러번의 법률검토를 했고, 최근 다시한번 협약서 내에서 전반적으로 법률검토를 받았다"면서 "협약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지만, 외부 법률전문가들은 오히려 행정이 민간사업자들에 대해 과도하게 체결했다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보다 행정기관이 과도한 혜택을 보는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했음을 역설적으로 어필한 것이다.
안 시장은 "민간이 너무 을이고 행정이 갑으로 가는 협약서라고 한다"며 "외부의 기관에서 나름대로 법률 자문했더니 그런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해주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 "왜 처음엔 10%는 임대라고 해놓고는...임대후 분양?"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계획에서 제시된 건립 아파트 세대 중 10%를 '임대'로 했으나, 실제적으로는 5년, 10년 후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것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고 의원은 "처음에는 저에게 임대라고 하셨다. 청년이나, 장애인, 저소득층이나 어려운 분들에 대한 임대아파트로 알았었다. 당시 분양하는 것이라고는 이야기 안했다"면서 "분양에 방점을 둔 임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질문에 안 시장은 담당국장으로 하여금 대신 답변하도록 했고, 고성대 도시건설국장은 "통상적으로 영구임대가 아니다. 민간사업자도 통상 10% 임대하기 때문에..."라며 사실상 '임대후 분양 아파트'임을 인정했다.
◇ "제주도-제주시-업자 회의, 왜?"...안 시장 "회의 한적 없다"
이상봉 위원장은 제주도가 지난해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일에 대해 추궁했다.
이 내용은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6월 회의결과를 담은 공문서 사본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알려져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최초 제주시는 이 사업에 대한 사전검토 결과 도시숲 훼손 및 환경문제 등을 들어 민간특례사업 기준에는 부적합하다는 '불수용'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2019년 돌연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했다.
또 지난해 3월 사전 회의를 통해 모든 인.허가 절차, 심지어 도의회 환경영향평가 동의안까지 단 1회 심의로 속전속결로 진행하자는 계획 논의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했다.
그러나 회의록까지 공개됐음에도, 안동우 시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상봉 위원장이 "작년 3월 도시국장실에서 관계자, 제주도, 제주시, 사업자 모두 참여해서 오등봉 특례 사업을 도시계획위원회 1회 통과라든지, 도의회 상임위도 1회 심의로 통과 지원, 구체적인 계획 있었는데, 시장은 알고 있었나"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안 시장은 "사업자하고 회의 한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이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최종적으로 부서별 협조사항까지 하면서 회의를 했다. 공개된 자료 못봤나"라며 재차 묻자, 안 시장은 "전혀 못봤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사업 내용들에 대해 살펴보라. 나왔던 자료가 다 있는데..."라며 안 시장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