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옥의 시선: 삶과 경제] (27) 노동의 몫과 최저임금 논란 그리고 사회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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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옥의 시선: 삶과 경제] (27) 노동의 몫과 최저임금 논란 그리고 사회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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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어느 유력정치인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창출한 총소득 중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은 63%(2017년)인데 반하여 일본은 68.7%(2016년)이다.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는 토론을 피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는 토론을 잘하기로 유명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왜 그가 토론을 회피했을까? 필자의 짐작으로는, 그는 우리나라가 총소득 중에서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소득의 불평등 문제로 토론이 진전할 가능성이 있어서 토론을 회피한 것 같다. 아마도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현격한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보수적 지지세력의 표를 잃을 것을 의식하여 토론을 회피한 것 같다. 이렇다면 적어도 그는 최소한 양심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가 품고 있는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이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정치인들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에, 보수적 정치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것을 경제 이론적으로 논하기 전에 두 식자(Pundit)의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견해를 살펴보자.

KDI 국정 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경기하강기에 최저임금을 올려 “임금 쇼크”를 주었다고 주장하자, 홍장표 원장은 “경기하강기에 이런 정책이 시행되다 보니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졌다”라고 말하고 있다.

경기하강기에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아야 하는가? 경기변동에 관한 경험적 사실(Empirical Fact)에 의하면, 경기가 호황을 보일 때 실질임금이 상승한다. 따라서 경기 상승기에는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여 임금을 상승시키는 유인이 낮게 작동한다. 경기가 하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리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은 언제 올릴 수 있다는 말인가?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기 전에? 누가 경기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은 저숙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저 숙련 노동자들은 레스토랑 호텔 유통 산업 등에 더 많이 고용되어 있다. 이러한 산업들은 그들이 각각 생산하는 재화 또는 용역 시장이 독점적 경쟁 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으로 경쟁이 심하지만, 각 기업이 고용하고자 하는 노동시장은 요소 독점적 시장이다. 따라서 기업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임금협상에 있어 교섭력을 크게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임금을 낮게 설정하고 고용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노동시장의 시장실패(Market Failure)이다. 이러한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교정하기 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기업의 노동수요를 감소시켜 실업을 증대시키는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데비드 카드(David Card)는 알란 크루거(Alan Krueger)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적어도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경험적 사실을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을 이용하여, 창의적이고 정교한 계량경제 모형을 가지고 보여주었다. 윤창현 의원과 홍장표 원장의 토론에서 필자가 아쉬워 한 부분은 그들의 토론이 정교한 이론적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켰는가? 이것에 대한 치열한 학문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래 <그림 1>은 대미 균형환율을 적용하여 미국 달러로 계산한 영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연간 최저 실질임금(Annual Real Minimum Wage)이다. 여기서 실질임금이란 물가를 반영한 임금의 실질 구매력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최저 실질임금을 영국 또는 일본에 견주어 비교하는 이유는 대미 달러 균형환율로 계산한 국민소득이 세 나라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균형환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본 칼럼의 하단에 정리하였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 실질임금은 영국의 수준으로 일본보다 높다. 2015년 이후 우리나라의 최저 실질임금은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체되었던 최저임금이 이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2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문재인 정부에서 조금 더 증가하였다는 사실이다. 여하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의 증가로, 이것이 적용되는 가계의 경우, 일본보다 생계(후생)가 더 나아졌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와 그 이전 정부의 차이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타 보수 정권에 비교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림 1: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의 최저임금* 주1. 경제협력기구(OECD) 웹페이지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필자가 파이산(Python) 소프트웨어로 그리 것이다.* 주 2. 그림의 종축(縱軸)은 미국 달러로 표현한 최저 실질임금이다.
그림 1: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의 최저임금
*주1. 경제협력기구(OECD) 웹페이지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필자가 파이산(Python) 소프트웨어로 그리 것이다.
*주 2. 그림의 종축(縱軸)은 미국 달러로 표현한 최저 실질임금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올라갔다고 해서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이 커졌다는 것을 함축하지 않는다. 노동의 분배 몫은 최저 임금수준과 노동조합의 결성 정도 그리고 재화와 노동 그리고 용역 시장의 독과점 그리고 기업집단(재벌)의 지배력 등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몫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독과점 규제의 강화와 재벌의 해체, 노동조합의 강화,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의 참여 등을 유도하는 제도적 개혁이 절실하다.

최저임금 수준이 일본보다 높아졌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가계들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후생이 일본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래에 주어진 <그림 2>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가 선택한 일부 국가들의 국민소득 대비 사회적 지출수준 비율이다. 사회적 보장수준을 나타내는 우리나라의 총 국내소득(Gross Domestic Product(GDP)) 대비 사회적 지출비율은 2019년 12.3%이다. 일본보다 10%가 낮고, 프랑스보다는 20%가 낮다. 이 데이터는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현저하게 열악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은 부자들이 떨구어 주는 자선 프로젝트가 아니다. 국가의 번영은 개인이나 특정 기업집단만이 이룩할 수 있는 성취가 아니고, 모든 경제주체가 집합하여 함께 이룩할 수 있는 성취이다. 이것이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대미 달러 균형환율로 계산한 1인당 GDP 수준이 영국 또는 일본과 엇비슷한 상황에서, 영국과 일본 수준으로 사회복지를 강화할 수 없다는 주장은 누구를 위한 궤변인가? 아직도 기업 친화적 부자 친화적 보수적 경제관에 사로잡혀 있는 식자들과 여야 정치인들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다.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가? 서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고자 정치를 하는가? 사회적 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진정한 정권교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것이 필자가 칼럼을 본지에 게재하는 이유이다.

그림 2: OECD에서 선택된 국가들의 GDP 대비 사회적 지출비율​​​​​​​* 주 1. 그림의 출처는 WORLD ECONOMICS FORUM( https://www.weforum.org/agenda/2021/02/social-spending-highest-lowest-country-comparison-oecd-france-economics-politics-welfare)
그림 2: OECD에서 선택된 국가들의 GDP 대비 사회적 지출비율. 출처= WORLD ECONOMICS FORUM( https://www.weforum.org/agenda/2021/02/social-spending-highest-lowest-country-comparison-oecd-france-economics-politics-welfare)

** 대미 달러 균형환율이란 두 나라(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 간 화폐의 구매력을 동등하게 만드는 데 적용되는 환율이다.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의 값이 5,000원이라고 하자. 우리 나라 돈 10,000원으로 맥도날드 햄버거 2개를 살 수 있다. 우리 나라 돈 10,000원으로 미국에서 맥도날드를 사기 위해서는 10,000원을 달러로 교환해야 한다. 원화로 표시한 달러의 가치 즉 환율을 E라고 하자. 우리나라 돈 10,000원으로 살 수 있는 달러는 10,000/E가 된다. 미국에서 맥도날드의 값은 5달러라고 하자. 원화 10,000원으로 미국에서 맥도날드 몇 개 살 수 있는가? 그것은 (10,000/E)/5이다.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맥도날드 개수는 환율 E에 달려 있다. 원화 10,000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맥도날드를 사든지 미국에서 사든지 그 구매력을 동등하게 하기 위해서는 (10,000/E)/5=2가 되어야 한다. 즉 E=1,000. 이러한 방식으로 구한 환율을 우리는 구매력 평가환율 또는 균형환율이라고 부른다. 이 균형환율은 시시각각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과 다르다. <김진옥 /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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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ㅎ 2021-10-19 09:19:44 | 211.***.***.86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가? 서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고자 정치를 하는가? 사회적 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진정한 정권교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
격하게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