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봉공원 아파트개발 민간특례 인.허가,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
상태바
오등봉공원 아파트개발 민간특례 인.허가,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뒤늦게 공개된 민간특례 협약서, 제주시-업자 '짬짜미' 드러나
실시계획 인가 날짜까지 명시..."인가 못하면 시장 귀책사유"
도시숲 파괴 난개발 논란에도 밀어붙이기, 그들만의 '밀약' 때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헤드라인제주

[종합] 제주시내 도시 숲 한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많은 의구심이 표출됐던 제주시 당국과 민간사업자간 '짬짜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도시 숲 파괴 및 난개발 논란이 강하게 분출됐던 환경 이슈였던 만큼 사업 인.허가 과정은 엄격한 검토와 심사가 필요했음에도, 정작 인.허가권자인 제주시당국이 사업자와 인가를 해야 하는 마지노선인 날짜까지 협약서에 명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명시된 날짜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로 삼는다는 조항까지 넣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행정당국이 인.허가 절차를 스스로 무력화시키며 시민들을 철저히 기만했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1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이동 갑)이 공개한 '제주시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협약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 협약서는 지난해 12월 18일 안동우 제주시장과 호반건설 컨소시엄인 '오등봉아트파크 주식회사' 대표이사간에 체결됐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주민설명회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제주시는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이 협약을 체결하고, 민간 업자와 '공동 사업 시행자'로 나서면서 많은 의구심을 샀다.

또 인.허가 절차 진행 과정에서 협약서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됐으나, 제주시는 협약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홍 의원의 요구에 의해 자료를 제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개됐다.

◇ "시장은 8월10일까지 실시계획 인가해야...못하면 귀책사유" 명시

협약서를 확인한 결과, 협약의 내용은 한 마디로 제주시 당국과 사업자간 그들만의 '짬짜미'였다. 협약을 통해 제주시와 민간사업자는 사업 인가 날짜까지 정했고, 해당 기간 내 인가가 이뤄지지 못하면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다.

실제 협약서 제18조(실시계획 인가)의 1항에서는 "민간공원추진자는 지정받은 날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 국토계획법에 의한 실시계획의 인가를 시장에게 신청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협약을 체결한 바로 다음달에 민간사업자로 하여금 인가 신청을 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문제는 이어진 2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인가신청이 있는 경우 시장은 본 협약, 시장과 민간공원 추진자 간에 합의한 결과가 반영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021년 8월 10일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더욱이 협약 제30조(시장의 귀책사유 및 처리)에서는 시장의 귀책사유로 보는 사유 중 하나로 "시장이 제18조 제2항에서 정한 기한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하지 아니한 경우"를 명시했다. 즉, 8월 10일까지 인가를 하지 않으면 시장의 귀책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본격적 인.허가 절차에 돌입하기도 전에, 이미 민간사업자에게 '묻지마 식'으로 인가 처리를 약속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인가의 과정에서는 도의회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심의까지 있었다. 

본격적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문제 없음' 내지 '통과'로 답을 정해 놓고, 인.허가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행정당국 스스로 인.허가 절차를 요식적 절차로 전락시킨 것이다. 또 민간사업자와 비밀리에 '이면 약속'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시민을 기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실시계획 인가' 관련 조항.ⓒ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실시계획 인가' 관련 조항. ⓒ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시장 귀책사유' 관련 조항.ⓒ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시장 귀책사유' 관련 조항. ⓒ헤드라인제주

◇ 초과수익 정산 방법, 왜 비밀에 부쳐왔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협약서에 명시된 '사업비의 정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 함구해 왔다는 점이다. 협약 제36조의 3항에서는 "정산 결과, 실제 수익률이 본 협약에서 정한 수익률(최초 사업제안 당시 수익률)을 초과하였을 경우 민간공원추진자는 초과 수익분을 공공기여금(공적기부금) 등으로 제주시에 무상 기부하기로 하며, 방법, 시기,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협약당사자 간의 협의에 따른다."고 명시했다.

이어 4항에서는 "사업비 정산 시 공원조성사업비는 설계내역서 상 금액에 낙찰률(87%)을 적용한 금액을 적용한다. 본 조항의 낙찰률은 최종 낙찰률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제주시는 그동안 초과 수익분에서 공공기여금 부분을 명시한 점만 추려내어 대단한 성과인 것처럼 홍보해 왔다. 낙찰률 87% 적용 기준 등 초과 수익의 구체적 정산 방법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제주시가 협약서를 통해 '5년간 비밀' 약속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협약의 제44조(비밀유지)에서는 "본 협약 체결일로부터 본 협약의 해지나 종료 이후 5년 동안 본 협약의 조건 및 본 협약을 수행하면서 얻어진 정보를 보관하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자에게도 동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됐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초과이익 정산' 관련 조항.ⓒ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초과이익 정산' 관련 조항. ⓒ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비밀유지' 관련 조항.ⓒ헤드라인제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명시된 '비밀유지' 관련 조항. ⓒ헤드라인제주

홍명환 의원은 초과수익 정산 부분과 관련해, "'낙찰률 87%'의 적용 기준 등은 민간사업자에게 이득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5년간 비밀에 부치며 정산을 한다면 업자들이 보통 지출을 늘려잡는 등의 방법으로 회계를 하기 때문에 이득부분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따라서 시민들에게 돌아갈 초과수익 부분을 정확히 하려 한다면, 매달 공사원가 산정을 통해 회계 운영을 투명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또 다른 방법은 현재 이 아파트 개발로 약 4700억 이상, 5000억원 가까운 이익이 예상되는데, 이중 최소 몇천억원은 확정적으로 공공기여금으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제주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한다는 민간특례사업이 이처럼 비밀리에 추진이 되면, 초과수익이 과연 제대로 파악이 되고, 시민들에게 환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아파트 개발 수익으로 한 채를 팔아 3억에서 4억원을 버는데, 지금의 구조는 업자에게 특혜, 이익을 주는 구조다. 초과이익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주시당국은 이미 협약서를 통해 초과수익 정산방식을 일반적으로 관급공사에서 사용하는 '낙찰률 87%'로 명시하면서 번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과 단 한번의 제대로운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동우 시장은 지난 15일 열린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행정사무감사 답변에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만든 부분을 강조하며 "법률적인 자문 검토들도 몇 번 받으면서 우려하는 사항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과이익 부분은 반드시 공공의 목적으로 회수한다는 내용들을 협약서에 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과이익 정산방법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공사비까지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입장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구체적 내용은 답하지 않았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사업제안서 검토 및 검증 절차에서 한 심사위원이 중복적으로 참여하며 '셀프 검증'을 한 문제가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오등봉 공원 민간특례사업 제안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분이 사업계획서를 심사하고, 나중에 다시 검증용역에 들어가 검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것은 셀프검증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나"라고 분을 냈다.

15일 제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의하고 있는 홍명환 의원.ⓒ헤드라인제주
지난 15일 열린 제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오등봉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의하고 있는 홍명환 의원. ⓒ헤드라인제주
15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는 안동우 제주시장.ⓒ헤드라인제주
지난 15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는 안동우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 많은 논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속전속결 비결은?

한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숲 환경생태계 파괴 논란에도 제대로 된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강행되면서 '문제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이 시행하는 이 사업은 전체 공원면적 76만 4863㎡ 중 12.4%인 9만 5426㎡ 면적을 비공원지역으로 지정해 총 1429세대 규모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도시숲 한 복판에 1400세대가 넘는 대단위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건설되면 학교 및 도로 신설, 새로운 주거지에 따른 추가적 인프라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난개발 논란이 분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돈 상황 속에서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데다, 개발사업의 인.허가 절차도 제주시와 민간개발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실상 '셀프 승인'이라는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이 민간특례사업은 5년 전 제주시 관계부서 검토에서 이미 '불가'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실제 2016년 9월 제주시에서 시장 결재까지 이뤄진 사전 검토서를 보면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민간특례사업이 추진되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주택 및 상업지역을 개발할 경우 전체적인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대규모 교통량 유발에 따른 교통혼잡 가중, 지역주민 반대 등을 불수용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철저히 숨기고 사업을 재추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민간업자가 한 통속으로 작당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 환경영향평가심의 부서 관계관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도시계획위원회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인.허가 절차를 단 1회에 통과시키거나 약식으로 밟는 것으로 사전 모의한 사실이 회의결과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할 도정이 도시계획위원회나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낱 요식적 절차에 다름 없도록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시민들을 속이고 농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협약서를 통해 나타난 '8월10일까지 인가' 등의 짬짜미 논란은 이 밀실 작당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도 제주도의회도 '한 통속'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내용에 대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졸속적 심사로 의결했다. 

본회의에서도 다수 의원들의 찬성 표결로 그대로 통과됐다.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개발사업의 '지원군'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실시계획인가 취소를 위한 공익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실상 도정과 도의회의 '비호' 아래 추진되고 있는 이 개발사업과 관련한 의혹은 앞으로 대선 및 지방선거 정국에서 큰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런 2021-10-17 23:25:11 | 175.***.***.228
이거 참 길수록 태산이다
이러함에도 도의회가한통속이었다니 누구에게
조사를 의뢰해야 하나
이 사업 통과에 도움을 준 도의원들 내년 선거에서 싹 바꾸어서 도의회에서 행정사무조사권 발동하도록 해야한다

황당무개 2021-10-18 15:42:48 | 39.***.***.196
제주시장도 어이없지만 도의원넘들도 황당하다. 도민세금으로 움직이는 너희들이말로 제주도 말아먿고 있구나. 민주당이 80%임 도의회가 이렇게까지 썩을 줄이냐

1타강사 2021-10-19 13:47:59 | 223.***.***.138
대가리는 서울도망가고~
언능 잡아들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