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분홍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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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분홍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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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현수 /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헤드라인제주
강현수 /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헤드라인제주

2012년 3월에 출간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인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기묘한 공간인 ‘나미야 잡화점’을 배경으로 고민과 상담 놀이가 편지를 통해서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내용이다.  

한국어판 출간에 앞서 작가가 보내온 메시지에는“여러분이라면 어떤 고민을 상담하시겠습니까? 나라면 이웃과의 사이를 좋게 하는 방법을 상담하겠습니다”였다. 익명의 편지를 받은 주인공 나미야가 상담자를 위해 진지하게 답장을 쓰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하고 고민이 많은 요즘 나미야 잡화점 같은 소통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분홍 우체통 '서귀포시 여성고민상담 우체통'이다. 

지난 4월, 분홍 우체통 시범운영 계획을 마련하고 5월과 6월에는 나미야 역할을 해 줄 지역자원을 모아 연계하고, 관련 부서 협의와 장소선정, 그리고 7월에는 우체통과 고민 엽서, 홍보물 제작 등 4개월간 준비를 거쳐 천지연 새섬공원, 동홍동 솔오름 입구, 시청 1청사 별관에 3개의 우체통을 마련했다. 

올해는 욕심 없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서귀포시 여성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해 볼 생각이다. 11월에는 만족도 조사와 사업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은 어떻게 확대 운영해 나갈지 고민할 생각이다. 주위에서 내게 물었다. “여성만? 남녀 차별 아냐? 그냥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우체통으로 하지”맞는 말이다. 그래서 시범운영을 하는 거다. 여러 가지 예측이 어려우니까 일단 여성가족과에서 지원하는 전문기관과 지역자원, 여성단체를 연계시켜 부족하지만 용기있게 시작을 했다.       

고민은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해결된다고 말한다. 친한 친구,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고민으로 가슴앓이를 오래 하다 몸도 마음도 병이 들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름이나 주소 등 불필요한 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되고, 문자, 이메일, 엽서 등 원하는 방식으로 전문가가 무료상담을 해 주는 방식이니까 혹시 고민이 있다면 고민만 하지 말고 분홍 우체통을 이용해 보시길 적극 권한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라고 나미야는 말했는데 정말 공감한다. 메타버스가 대세인 요즘이지만 말없이 고민을 받아주는 우체통이 삭막한 이 도시 어딘가에 존재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분홍 우체통이 여러분께 전하는 메시지는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도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예요. 힘내세요!”입니다. <강현수 /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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