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한 가운데 방치된 '피사의 사탑'...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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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 한 가운데 방치된 '피사의 사탑'...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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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동방파제 인근 부표, 훼손 3년째 방치
부표 소유사 B랜드 "자금 조달 난항...복구 일정 미지수"
제주시 이호동부락방파제 인근 부표들. 부표 하나가 눈에 띄게 기울어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이호동부락방파제 인근 부표들. 부표 하나가 눈에 띄게 기울어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부표. 바위로 고정돼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헤드라인제주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부표. 바위로 고정돼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헤드라인제주

어두운 밤바다를 밝게 비추며 낚시배들의 이정표가 되어야 할 부표. 하지만 제주시 이호동 바닷가의 어느 부표는 부표라고 부르기 무색하게 희미한 빛을 겨우 내뿜고 있었다. 더욱이 그 부표는 마치 피사의 사탑보다도 더 심하게 기울어져 있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부표 특성상 일정 정도 기울고 흔들릴 수 있지만 정도가 심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은 지난 31일 오후 9시께 제주시 이호동부락방파제 인근 바닷가에 위치한 부표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 곳에는 야간 시간 어업활동을 하는 배들의 항로 안내 등을 위해 부표 네대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꼿꼿하게 서있는 다른 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달리, 끄트머리의 부표 하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기울어져 있었다. 강풍이나 태풍이 불면 언제라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우려를 낳기 충분했다.  

더욱이 부표에서 나오는 빛 또한 매우 희미했다. 근처에서 보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부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는데 안개가 자욱히 낀 날에는 먼 바다의 낚시배들에게는 충분히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두개의 부표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첫번째 부표(오른쪽에서 네번째)는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고 두번째 부표(오른쪽에서 세번째) 역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방파제에서 야경을 구경하던 시민들은 "피사의 사탑 같다", "둥둥 떠다니는 부표인 줄 알았는데 저 상태로 고정됐나 보다"는 등 마냥 웃지못할 농담들을 했다.

해당 등대의 문제는 어업인들의 위험한 상황에만 있지 않다. 등대의 광원으로 사용되는 전력의 누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바위로 고정되어 있는 부표.ⓒ헤드라인제주
바위로 고정되어 있는 부표.ⓒ헤드라인제주

취재 결과 해당 부표들은 중국회사 이호B랜드의 소유물로 지난 2018년 태풍 '솔릭'으로 인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B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부표들을 복구하기 위해선 중국으로부터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중국에서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다. 

B랜드 관계자는 "자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부표 복구사업을 진행하기로 얘기가 됐다"며 "견적은 이미 받은 상태다. 2억에서 3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자금이 언제 들어올지는 미지수"라며 "사장님이 6월 중순되면 한국으로 돌아와 전체적으로 점검하기로 했으니 조금만 기달려달라"고 말했다.
 
이를 관리하는 제주도 관계자는 "상황은 진작 파악했으나 국가에서 관리하는 부표와 달리 해당 부표들은 개인 소유물이라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부표 상태가 위험한 상황이라 점검이 필요한 것 맞다"며 "하지만 너무 심하게 기울어져 있어 점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태료도 발부하고 지난달까지 수차례 연락도 했다. 해경에 고발까지 한 상황"이라면서 "사장이 입국 할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많지 않다"고 했다.

해경 관계자는 "부표는 해상의 교통을 설명하고 위험을 안내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며 "불빛이라도 제대로 나오면 위험하진 않겠지만 지금 상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울어져 있는 부표가 나중에 큰 바람이 불어 무너졌을 때는 인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순찰을 강화해서 상황을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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