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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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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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 진나래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진나래 / 제주장애인야간학교ⓒ헤드라인제주
진나래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헤드라인제주

2017년 초가을 무렵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이 화두에 오른 적이 있다. 설립 예정지 인근의 주민들은 특수학교는 기피시설이고 들어서면 주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반대했다.

장애학생을 둔 부모들은 무릎까지 꿇으며 주민들에게 학교 설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도 부산광역시 교육청에서 연구한 정책연구에 따르면 ‘특수학교가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역주민들은 장애인이 많으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보여준 사례다.

시각장애인 수영이가 경사진 길을 걸어가기 위해 지팡이를 꺼내는 모습을 본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시고 수영의 팔을 붙잡는다. 수영이 놀라 소리를 지르자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딱하다고 수영의 얼굴을 만지며 ‘이렇게 예쁜데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말한다. 수영은 그냥 자신을 놔두는 것이 도와주는 거라고 괜찮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수영에게 쥐어주며 말했다. ‘힘들어도 딴마음 먹지 말고 잘 살아. 아이고 불쌍해라.’

위 상황은 시각장애인을 그린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누(빛을 되돌려주다)’의 한 장면이다. 할머니는 장애인은 도와줘야하고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보통의 비장애인의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최근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편스토랑’에서는 배우 오윤아씨가 발달장애 자녀 민이를 소개했다. 뉴스나 다큐가 아닌 일반예능에서 가족의 이야기와 발달장애인의 모든 면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방영 이후 시청자들은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기존의 잘못된 시각과 편견이 해소되었다는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방송과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우리나라의 대중매체들을 살펴보면 장애인을 슬픔의 도구로만 묘사되어 왔다. 영화주인공을 장애인으로 설정하여 큰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더 불쌍하게 보이도록 하거나 장애를 극복하여 성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서두에서 언급했던 영화에서처럼 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 몇 개월 전 마트에서 안내견 입장을 거부하여 논란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식당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이 상습적으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뉴스 내용이 가득하다.

2019년 국가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 심각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3.7%가 '매우 심각', 55.4%가 '다소 심각'이라고 답했다. 69.1%가 차별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 제25조 제2항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의2에 1항에 따라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지정되어 모든 직장과 유·초·중·고등학교에서 장애 이해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 방식이 동영상 시청이 주를 이루고 간접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 여전히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비장애인이 도움을 줘야하는 사람으로서 잘못된 인식으로 비춰지고 있다.

장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 활동을 해야한다.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학생과의 직접적인 경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32.2%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장애학생은 특수학교 또는 장애인시설에서만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을 멋대로 속단하지 않고 알아가며 장애인을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본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진나래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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