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의원, 합의서 찢어버리며 "합의는 왜 했나" 발끈
홍명환 의원 "민의 역행"...원희룡 "그건 프레임...소신 존중해달라"
[종합]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음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상 추진'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격한 설전과 공방이 이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394회 임시회 사흘째인 이날 원희룡 지사를 출석시킨 가운데 이틀째 도정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도정질문에서는 제주 제2공항 갈등문제 중 제주도정의 '민의 외면' 논란이 쟁점이 됐다.
이는 제주도와 도의회의 합의에 따라 '공정관리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도민의견 수렴 방법으로서 여론조사가 실시됐으나, 이 결과가 철저히 무시된데 따른 것이다.
2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된 제주도민 각 2000명을 표본으로 하는 전체 도민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 51.1%, 찬성 43.8%,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반대 47.0%, 찬성 44.1%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도민조사와 병행해 부차적으로 이뤄진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전체 도민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으면서, 성산읍 주민 조사 결과 찬성이 우세한 점을 근거로 해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민의 왜곡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이날 도정질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격한 성토가 이어졌다.
오후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봉 의원은 원 지사가 지난 2014년 첫 도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발표했던 출마선언문을 낭독하며, 원 지사가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고 도민 통합을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했던 내용을 상기시켰다.
이어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와 도의회간 합의서까지 채택했고, 원 지사 또한 '조사결과를 가감없이 국토부에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정상 추진' 의견서를 제출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찬반을 떠나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해 2020년 11월20일 도민의견수렴 합의문에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께서 7가지 조항들에 합의했다"며 "(합의문) 4번째 조항에 '도민의견수렴 후 제주도와 도의회는 갈등유발행위 하면 안된다'고 했고, 5번째로는 제주도와 도의회는 앞으로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제주도나 도의회는) 제2공항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럴거면 (여론조사 결과의 취지와 다른 의견서를 제출) 왜 합의했나. 합의서를 찢어버려도 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의원은 급기야 원 지사에게 '합의문 불이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인쇄하고 나온 제2공항 관련 합의서를 찢어버리는 강한 액션까지 보였다.
그러자 원 지사는 "도민의견 수렴 절차 마쳐서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했고, 이후 절차에 대해서는 도지사로서의 책임을 하는 것"이라며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이 왜 갈등인가. 침묵해야 하나"라고 응수했다.
이에 이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 꿈꾸는 지사님께서 도지사로서 어떤 말 할수 있어도, 갈등 해결 대안을 제시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언성은 크게 높아졌다.
원 지사도 크게 흥분해 하며, "제2공항, 무산시킬것이라면 도민.국토부가 무산시킬 것이다"면서 "제 소신과 약속에 이야기 하지 말라. 민주주의라는건 프레임이다. 도지사 소신도 존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장 분위기가 크게 격앙되자, 의장 단상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강연호 부의장(국민의힘)은 "상호 존중 속에 도정질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진정시켰다.
그러나 설전은 계속 이어졌다.
이 의원은 "갈등이 있으면 숙의과정 거치고 찬반의견 잘 듣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걸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갈등해결에 대해, 도지사로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 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어렵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원 지사는 "갈등해소는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의원님은 제2공항 추진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고 다시 응수했다.
원 지사는 또 "발언 자체를 못하게 하나. 의사 억압이다. 비판은 얼마든 수용하겠다"고 전제, "제가 잘못 생각하는게 있나 돌아볼수 있지만, 발언하지 말라고 하나. 표현의 자유가 있고 생각이 있다"며 국토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정상추진 의견 피력은 자신의 소신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이 "그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하자, "다른 의견 이야기 하면 갈등 유발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제 막잡았나"면서 "갈등이 있으면, 오죽하면 합의문 읽어주나"라고 힐책했다.
원 지사는 "의견 표현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정상) 추진 전제로 한 의사표지 하지 말라면서요. 개인적인 부분 존중하지만..."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 "왜 민의 역행?" vs "그게 어떻게 민의인가?"
앞서 오전 질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홍명환 의원이 나서 원 지사의 '민의 역행'을 지적해 공방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먼저 제주도와 도의회간 합의를 통해 도민의견 수렴 방법으로서 여론조사가 실시됐음에도, 제주도가 전체 도민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데 대해 비판을 가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의 의견이 나와 있고, 민의는 아무튼 '제2공항 반대'로 나왔다"면서 "그런데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지사께서 민의에 역행하는 개인의 의견을 밝혀서 실망하는 도민들이 많다. 민의를 그렇게 역행하는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원 지사는 "그건(민의역행 비판은) 하나의 프레임이라 본다"면서 "그게 어떻게 민의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민의'가 될 수 없고, 이를 민의로 해석하는 것은 자신을 비판하기 위해 설정된 프레임이라는 주장이다.
원 지사는 "성산읍 주민 여론조사 있었고 전체 여론조사 있었다"면서 "성산주민들조차 반대가 컸다면 문제가 심각했겠지만, 그대로 제출하기로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도지사로서 의견이 뭔가 했을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제출할 수도 없고..."라며 "(제2공항 건설은 제가) 2014년 제주도 왔을때부터 도민들에 약속한 것이다. (차기 도정으로) 넘기는게 마음이 무겁다. 다음 지사에게 넘길수도 있어 무겁지만, 민의라는 프레임은 안씌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마디 더 하면, 제주의 미래세대와 경제 생각해 보시라"라며 "역사적으로 돌아볼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와 도의회간 합의한 '여론조사' 방식에서는 1차적으로 전체 도민조사를 실시하되 성산읍 주민 조사를 추가적으로 병행해 실시하는 것이었으나, 이날 원 지사의 발언에서는 전체 도민조사 결과를 '민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두 기관의 합의 발표 후 여론조사 실시방침이 발표된 후 제주도 전역에서 찬.반 홍보전이 펼쳐졌고, 실제 조사에서는 많은 도민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나, 이 조사에서 나타난 도민의견은 '민의'로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매주 촛불집회를 열고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도민들의 '반대' 선택을 존중해 제2공항 계획을 철회하라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원 지사의 '민의 아니다' 발언은 도민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