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의 영웅' 된 아빠, 강영식씨가 말하는 봉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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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의 영웅' 된 아빠, 강영식씨가 말하는 봉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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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제 41회 장애인의 날, 장애인복지특별상 수상자 강영식씨
봄 나들이와 체육대회를 하는날이면, 해맑은 웃음꽃이 핀다
장애인들과 나들이에 나선 강영식씨.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들과 나들이에 나선 강영식씨. ⓒ헤드라인제주

때는 2006년, 서귀포시 중앙동청년회장이었던 강영식씨는 쳥년회원들과 정혜재활원에 봉사를 하러 간 첫 날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건 해드리자"며 방충망을 수리하고, 잡초를 제거했으며,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

이것이 그의 첫 봉사활동이였다.

그렇게 흘러온 15년이라는 세월 속 행해왔던 봉사활동은 오늘날 강영식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적힌 제 41회 장애인의 날 기념 '장애인복지특별상'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다시 2006년으로 돌아가자면, 중앙동청년회장 강영식씨는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강씨는 "정혜재활원에 있는 직원들이 장애인 분들을 도와주는 것에는 능숙했지만 전기 시설을 다루거나 수풀을 제거하는 활동에는 미약한 부분이 있더라"며 "그래서 청년회원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눈 후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도와주자고 해서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봉사활동을 하는데 한 분이 저를 보더니 대뜸 악수를 건넸다"며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사회성과 소통하려는 마음이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구나를 느꼈다"고 말하며 지난 날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갖게 됐다고 전했다.

갖가지 기술들이 모인 청년회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들이 보유한 비공식 기술들을 발휘했다.

예초기를 이용해 잡초를 제거하는 사람, 오랜 시간 얼룩진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사람, 군데군데 뜷려있는 방충망을 손보는 사람 등 제각각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강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장애인 분들의 생활이나 환경들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봉사를 하는데 있어서 위대한 활동이나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활동들 또한 봉사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제주도연합청년회장을 역임한 강영식씨는 보다 나아진 여건 속에서 '사랑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는 해마다 한번씩 장애인복지시설과 아동복지센터 등을 초청해 이른바 '콧바람 쐬러간다'는 말처럼 봄나들이를 하러 떠나는 행사였다.

2014년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나들이 행사 사진

강씨는 이 날을 떠올리며 "제가 봉사도 하러가고 명절때도 가봤는데, 시설에 계신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게 놀러나가는 것이었다"며 "매년 봄이 되면 갔는데, 들판에서 아이들이 신나서 막 이리저리 뛰놀고, 장애인 분들도 해맑은 웃음을 지었는데, 생전 그렇게 순수한 웃음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 당시 추억을 떠올렸다.

한편으로는 "정말 순박한 분들이구나를 느끼면서도 외로움도 함께 보였다"며 "주로 시설에 계시는 시간이 많다보니 야외활동이나 자유로운 일상들이 흔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런 생각들이 가슴 속에 늘 자리잡고 있어 기회가 되면 다양한 행사에도 초청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나들이는 봄에만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21세기제주한중교류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씨는 협회 창립식에도 복지시설 직원들과 장애인들을 행사장인 특급 호텔로 초청했다.

강 씨는 이날 "장애인복지시설이 호텔이나 석상에 초청받는 일은 드물기도 해서 새로운 경험도 하고 호텔 음식들도 괜찮은 음식들이 많아 제공해드리고 싶었다"며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뿌듯했다, 행사때 마다 자리를 따로 만들어서 복지시설 원장님한테 전화를 했다"고 말하며 기회가 될때마다 다양한 행사에 초청했다.

특히 가을이 되면 한중화합 한마음체육대회 행사를 개최했다.

체육대회는 크게 중국총영사관 관계자들과 가족들, 교류협회 회원들, 장애인복지시설 등이 참여했다.

강씨는 "스포츠나 레크레이션, 노래자랑 등을 한자리에서 진행하면서 다양한 놀이를 가졌다"며 "장애인 분들도 행사 참여를 위해서 노래 연습도 하고, 스포츠도 열심히 노력해서 끝까지 해냈다"고 말하며 가을 나들이의 추억을 곱씹었다.

봉사활동을 진행해온 강영식씨는 어느 날 생각치도 못하게 보람을 느꼈던 일화를 소개했다.

강씨는 "중학생인 막내아들의 참관수업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교실 뒷편에 게시판이 있었다"며 "반 아이들이 존경하는 사람과 그 이유를 적어 놨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부분 이순신이나 노벨처럼 위인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내이름 석자를 써놨더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정혜재활원에 봉사 활동을 갈때마다 아들을 데리고 갔었는데, 아들이 우리아빠는 사업을 하시면서 장애인 시설에 가서 봉사도 하고, 그래서 나는 아빠를 존경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하며 멋쩍은 미소를 띄웠다.

또한, 가끔 고민이나 문제들을 막내한테 조언을 구한다는 강영식씨는 주변에서 정치에 입문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자 강씨는 막내아들에게 "아빠가 정치를 했으면 좋겠니"라고 물었고 막내아들은 "봉사활동 열심히 하시고, 사업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지, 정치인이 되면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을 건데 지금 그대로 아빠 모습이 좋다"고 답했다.

강영식씨는 그 당시 아들이 그렇게 말하니 정치쪽으로는 과감하게 포기했다"며 "차라리 맘 편하게 봉사할 수 있는게 심적으로 부담도 덜되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 당시 일화를 소개하며 "그 후로 딴생각 않고 일과 봉사에 전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영식씨의 바람도 코로나19의 습격에선 어찌할 수 없었다.

강씨는 코로나팬데믹 상황에서 "회원들이랑 대면하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이번 가을에 여건이 되면 체육대회를 진행하고 싶다"며 "체육대회가 다시 추진된다면 복지시설 분들에게 연락 먼저 할 것이다"고 말하며 희망에 찬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제주도에 있는 장애인들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어떤 제도나 인프라가 필요할 지 묻자 강씨는 "제도나 시설이 확충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며 " 장애인 분들이 원하는 것은 일반인과 장애인을 구분하지 말고 똑같은 시선과 대우를 받기 원한다"고 의견을 내세웠다.

이어 "장애인 분들이 시설에서 지내다 서너명 씩 아파트 같은 곳으로 거쳐를 옮기면서 독립 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하는데, 이웃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럴 사람드링 아닌데, 맹목적으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면서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실제 접해보면 해맑고 순수한 사람들이다"며 "그런 편견을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도민들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당부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향후 장애인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행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강씨는 "제주21세기한중국제교류협회장을 역임하며 중국총영사관 관계자들과 논의해 우리 시설에 있는 장애인 분들과 중국에 있는 장애인 분들을 만나게 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며 "우리의 노래인 아리랑을 전파시키고 중국에 문화를 접해보며 서로가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가져보고 싶다"고 말하며 밝은 미래가 오기를 희망했다.

막내아들의 영웅이자 청년회장 강영식은 방충망 설비와 벽지 누수, 페인트칠 등 젊은 날 호기롭게 시작했던 봉사활동들과 '콧바람 나들이', 체육행사 등 행사를 진행하며 지난날의 추억들을 켜켜이 쌓아왔다.

이처럼 소중한 경험들은 오늘 날 강영식으로 하여금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의 이웃들과 문화를 교류하는 글로벌 나들이를 꿈꾸게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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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녕 2021-04-18 13:47:25 | 223.***.***.166
강영식 회장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글로벌 나들이 꿈, 꼭 성취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