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과 미국...기자가 쓴 '4.3, 미국에 묻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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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과 미국...기자가 쓴 '4.3, 미국에 묻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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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준 기자, 제주4.3 미국개입 조명 연구서 펴내

제주4.3 73주년에 즈음해 4.3학살과 관련해 미국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가  4‧3과 미국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연구서인 '4‧3, 미국에 묻다'(도서출판 선인)를 펴내 주목된다.

제주4‧3평화재단의 ‘2020년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구의 결과로 펴낸 이 책은 미국은 제주4‧3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4‧3의 전개과정에 있어 미국의 직‧간접적 개입 수준을 밝히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미국은 왜 4‧3을 주목하고 관심을 가졌는가. 미국의 직‧간접적 개입의 정도는 어떠했는가. 1970년대 중반 처음으로 4‧3을 주제로 하버드대 석사학위 논문을 썼던 미국 국무부 관리 출신 존 메릴(John R. Merrill)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점령 지역에서 제주도에서와 같은 폭력적 민중 저항이 일어난 곳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역으로 “왜 이러한 민중 저항이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에서 일어났으며, 미국은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저자는 세계적 냉전이 제주도에까지 영향을 끼쳤고, 이는 미군정과 미군사고문단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이 4‧3의 전개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된 이유로 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료를 발굴하거나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4‧3의 전개과정에서 미국의 개입 수준을 규명하려고 시도했다. 해방 직후 패망 일본군의 제주도 자치기구 결성운동을 경고하는 문서, 제주도에서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체결된 영문과 일문으로 된 항복문서 등도 발굴했다.

특히 1948년 5월 5일 제주도에서 군정장관 딘 소장 등이 참석한 제주도 현지 회의에 대한 당시 9연대장 김익렬의 회고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도 발굴해 분석했다. 그의 회고록을 보면 이 회의에서 강경진압이 결정됐다고 하지만, 이의 신빙성 여부가 관심을 끌어왔다. 필자는 이 회의와 관련해 당시 제11연대장 작전참모가 군정장관 딘 소장과 조병옥 경무부장이 ‘무차별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신문기사를 발굴했다. 당시 이런 명령을 내린 사실은 두 군데 이상의 신문사에서 발견된다.

1949년 1월 이승만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주도 사태는 미 해군이 기항하여 호결과를 냈다”고 한 발언 이면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으며,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인 미해군 함정이 3시간 남짓 기항한 사실도 밝혀냈다.

유엔에서의 미국의 제주도 군사기지설에 대한 미‧소 대표의 논란과 제주도 5‧10 선거에 대한 소련 대표의 발언이 담긴 자료, 미국 대통령 트루먼과 미의회 지도자들이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사실을 인지했으며, 이에 대해 무관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찾아냈다. 또 평화협상 이전 무장봉기 초기 경비대가 무장대를 우호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시각, 평화협상이 이른바 ‘오라리 방화사건’으로 깨진 것이 아니라 미군정의 전략 속에서 추진됐고, 깨졌다는 해석을 시도했다.

이 책에는 또 저자가 4‧3 당시 제주도에 주둔했던 미군 고문관들의 소재를 찾아내 미국에서 직접 인터뷰한 내용도 들어있다. 이들 가운데 초토화 시기 고문관은 “제주도민들에게 유감스럽다”고 하면서도 9연대장 송요찬에게 무기 수와 희생자 수의 불일치를 지적했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허수아비’였다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저자는 “미국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는 미군정의 형태로 직접 개입을, 그 이후에는 군사고문단이나 미사절단 등의 이름으로 직‧간접 개입을 통해 토벌을 조장했다. 미국의 개입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 동안의 취재와 석‧박사 학위 논문, 각종 사료 분석을 바탕으로 펴낸 ‘4‧3과 미국’의 관계를 조명하고 분석했다. 이번에 출간된 '4‧3, 미국에 묻다'는 제주4‧3연구소의 미국자료집 출간(2000)을 주도했고, 그동안 미국의 역할에 천착해 온 저자의 치열한 자료 추적의 결과물을 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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