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엄수...제주섬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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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엄수...제주섬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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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4.3 진실규명.명예회복, 국가책임 다할 것"
국방장관.경찰청장 사상 첫 참석...유족사연 소개 '눈시울'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헤드라인제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헤드라인제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73주기를 맞는 3일 제주섬에서는 진혼곡이 울려퍼졌다.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엄수됐다.

행정안전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한 이날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참석해 4.3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추념식 참석은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다.

이날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년만에 참석해 4.3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추념식은 비 날씨로 실내에서 열리게 된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4.3유족 및 4.3관련 단체 대표 등 역대 최소 규모인 100명 이내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올해 추념식장에는 4.3특별법 전부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 추념식 최초로 제주어로 따뜻한 봄이 찾아왔음을 의미하는 ‘돔박꼿이 활짝 피엇수다’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이번 추념식에는 사상 최초로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국방부 차관과 경찰청장이 2019년 광화문 시민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유감을 표명한 일은 있었으나, 군경 최고 책임자가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또 지난해 경찰 의장대가 참석한데 이어, 올해에는 국방부 의장대와 군악대가 최초로 참석해 행사를 지원해 화해 상생의 의미를 더했다.   

여.야 정당 대표와 박범계 법무부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헤드라인제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헤드라인제주
실내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헤드라인제주
실내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헤드라인제주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린 후, △오프닝 영상 상영 △국민의례(묵념사) △추모영상 ‘기록의 흔적들’ 상영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 △유족사연 소개 △추모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추념식 첫 순서로, 제주의 아름다운 장소로 알려진 정방폭포 등 주요 관광지가 관광지 등이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한 유적지라는 내용이 담긴 오프닝 영상이 상영됐다.

애국가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선창을 생략하고, 대신 4절 영상에 제주 4·3평화공원, 주정공장 옛터 등을 편집해 TV를 시청하는 전 국민에게 제주 4·3유적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영상이 상영됐다.

국민의례 묵념에서는 4·3유족회 오임종 회장이 제주 출신 김수열 시인이 집필한 ‘우리의 4·3이 따뜻한 봄으로 기억되는 그날까지’라는 제목의 추모글을 낭독했다.

추모영상 ‘기록의 흔적들’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애도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현재 제주4·3연구소장인 허영선 작가의 글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 씨가 낭송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4·3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준 여야 정당 관계자와 4·3단체, 4·3유족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번 특별법 개정은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뜻깊은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4·3특별법이 희생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머물지 않고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주4.3특별법 개정법률의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며,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가형 양이 유족사연을 낭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가형 양이 유족사연을 낭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유족 사연으로 소개된 손민규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유족 사연으로 소개된 손민규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어진 올해 추념식 유족 사연은 4·3당시 부모와 오빠를 잃은 손민규 어르신(여, 87)의 사연을 외손녀 고가형 양(17, 대정여자고등학교 1학년)이 읽었다. 

손민규 어르신의 오빠는 지난 3월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4·3 행방불명 희생자다. 

손민규 어르신은 4·3 당시 15세였으며 당시 19세였던 오빠는 4월 3일 조천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출근했다가 행방불명됐다. 당시 체포된 후 주정공장으로 옮겨져 군사재판을 받고 대구형무소로 이감됐다가 6·25 전쟁 발발 후 다시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손민규 어르신의 아버지는 집을 지키다 총살당했고, 어머니도 함덕초등학교에 잡혀간 뒤 희생됐다. 손민규 어르신은 지난 재심 법정에서 오빠 손돈규의 무죄를 기대하며 “우리 오빠 명예회복만 해줍써”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유족사연이 낭독되는 동안 손민규 어르신은 연신 뜨거운 눈물을 흘려 장내를 숙연케 했다. 

마지막 추모 공연은 ‘나는 가수다3’와 ‘불후의 명곡’ 등의 음악 프로그램에 참여한 남성 3인조 ‘스윗소로우’(인호진, 김영우, 송우진)가 부르는 '푸르른 날'(송창식 원곡)로 꾸몄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제주 4·3사건 희생자 1만 4000여 명의 이름이 다양한 모양의 동백꽃과 함께 배경을 이뤘다.  

실내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가수 스윗소로우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실내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가수 스윗소로우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문 대통령은 추념식을 마친 뒤 김정숙 여사와 함께 4·3평화공원 위령제단으로 이동해 국방부 의장대의 지원을 받으며 4·3 영령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제주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 및 분향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헌화·분향하는 동안 싱어송라이터 하림 씨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이하은(제주동중학교 1학년) 학생이 '제주의 봄'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또 헌화·분향 이후 위패봉안관으로 이동해 4·3특별법 개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서명식을 진행했다. 4·3특별법은 2000년 제정되어 7차에 걸쳐 개정됐는데, 그동안의 모든 법률과 시행령을 묶어 책자를 만들고, 문 대통령이 그 책자에 서명했다. 

서명식 행사에는 오임종 유족회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서욱 국방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서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상황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65세 이상 유족들의 경우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참석하지 못한 유족과 도민, 국민들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 추모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제주도내 관공서와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는 4.3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조기(弔旗)를 게양했다. <헤드라인제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끝나고 위패봉안당을 방문해 서욱 국방부장관, 김창룡 경찰청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끝나고 헌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끝나고 헌화한 뒤 희생자들에게 묵념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끝나고 헌화한 뒤 희생자들에게 묵념하고 있다.<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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