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업이 지닌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는 미래가치인 녹색 성장에 있어서 농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기여도가 크다는 사실이다. 그 중 하나는 지구 온난화 속도를 완화시키는 완충 지대로서의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작물을 재배함으로서 광합성을 통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정시키고 산소를 배출 시킴은 물론 농경지에 퇴비와 같은 유기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유기탄소를 저장하는 기능이다. 이를 연구하는 분야가 요즘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러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더불어 어떻게 하면 농경지의 유기탄소 저장 기능을 증대시킬 수 있을까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숨막히는 마스크와 얼어붙은 마음들처럼 세상이 삭막해져 가는 요즘이다.
코로나 19 전파 이후 유례 없이 본능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의 정국이 단순한 사태로 끝나지 않을 전망을 두고 있어서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모든 것이 위기인 시대였고 지속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는 위기로 치닫는 시대에서 전환점을 촉진했을 뿐 지금 위기의 본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위기의 본질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했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하여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지금의 문제의 원인을 지구온난화, 도시과밀화,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얘기들을 하지만 농업농촌 부분을 중심으로 그 가치를 찾아보려 한다.
지난 5천 년 우리 역사를 지탱한 산업은 농업이었다. 상업 및 공업의 비중이 커왔던 1960년대까지도 우리나라는 농업 사회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농업 인구가 줄어들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내외로 줄어들었고 식량 자급률도 20% 내외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고령화된 농촌에서 이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계속되면 농촌사회가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제주는 화산섬으로 자갈이 많아 심경과 김매기가 매우 힘들었으며 물을 가둘 수 있는 수리시설 확보가 어려워 보리, 조 등 밭작물 위주로 작물이 재배되었다.
척박한 자연환경의 극복을 위해 밭에서 골라낸 돌로 밭담을 쌓아 바람과 토양유실을 막는 등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생계형 농업’이 이전의 제주농업역사의 근간이었다. 근대화 물결과 함께 ‘환금형 농업’이 더욱 발전했다. 자급자족 체계에 대한 노력 및 부족 농산물의 수입 등 생계형 농업에서 환금형 농업으로 급속하게 발전한다. 이 시기에 제주에는 온주감귤이 도입되었고 마늘, 감자, 양파, 당근, 무, 양배추 등 주요 작물이 주산지를 이뤄 환금형 농업이 정착되었다. 환금형 농업의 정착 결과 시장경제 속에 농업이 편입되어 농업소득을 올리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잉생산문제에 직면하게 되어 미래 농업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농업이 ‘생계형 농업’, ‘환금형 농업’이라면 미래의 농업은 ‘가치형 농업’이 더해질 것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첨단농업, 농업을 통한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적 농업, 한반도의 균형 있는 농업발전을 위한 통일 농업, 제주관광과 연계한 관광농업, 도시민에게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도시농업 등 미래 시대에는 1차 산업 외적인 부분까지 확장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가치형 농업’이 미래 제주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우선, 제주 농업 미래 가치는 지속 가능한 농업 이어야 한다. 농업 행위가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는 기능이 되어야 한다. 환금형 농업이 행해지면서 대량 생산을 위한 비료와 농약이 많이 사용되어졌고 생태계가 파손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 순환적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생산의 정착이 필요하다. 최근 이상기후로 다변화하는 기후의 영향으로 농업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 발생은 겨울철의 한파, 폭설, 봄·가을철의 이상 저온, 일조량 부족, 우박, 서리, 그리고 여름철의 집중호우, 태풍, 강풍, 폭염, 가뭄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다음은 첨단 농업이다. 첨단 농업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시대를 앞서가는 농업을 말한다. 200년 전 1차 산업혁명에 접어들었던 인류는 어느 새 4차 산업혁명의 흐름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보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농사를 짓고, 로봇이 농촌을 거니는 일상도 충분히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농업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나라가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고 있다.
세 번째는 농업을 통한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적 농업이다. 사회적 농업이란 장애인, 노인, 아동, 귀농·귀촌인, 범죄피해 가족 등 사회적 약자에게 농업 생활 활동 교육과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돌봄·교육·고용·힐링 등의 효과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제 농업은 더 이상 식량 생산을 위한 1차 산업이 아니다. 네덜란드, 일본 등 선진 농업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농업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사회적 농업을 주요 산업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사회적 농업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농업 그리고 농촌 자원 따뜻한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사회적 농업은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 농촌 사회에 큰 희망일 것이다.
네 번째는 한반도의 균형 있는 농업발전을 위한 통일 농업이다. 산악지대가 대부분이며 비교적 추운 북한과 평야지대가 많고 따뜻한 남한으로 한반도의 농업 환경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한반도는 남북의 자연적, 지리적 조건을 서로 잘 활용하면 자연분업을 통한 한반도의 균형 있는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통일농업은 이제 우리의 염원을 넘어 현실에서 실현해야 할 구체적 과제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개방농정의 구호가 수출농업이었다면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농업으로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나가야 한다.
다섯 번째는 제주관광과 연계한 관광농업이다. 관광농업은 상품화 농업의 변형으로 파는 농업이 아닌 사는 농업이며, 농업과 관광이 결합 된 형태의 농업이다. 지역 농산물을 재배하는 과정을 관광객과 함께하여 도시 소비자들의 소득과 여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는 따뜻한 기후로 감귤을 비롯한 아열대 작물, 한라산 산상방목 등 농업분야에 다양한 관광자원의 가치가 매우 높다. 농업 자체가 관광대상이 되는 현 단계에서 도시의 소비시장 기능을 연장시킨 다양한 방면의 관광 농업의 발굴이 필요하다.
최근 4차산업 혁명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4차산업 혁명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목적인 생명의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4차산업 혁명의 예로 신재생에너지를 둘수 있다.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여 지역순환을 염두에 둔 에너지자립과 생태보존을 원칙으로 해야만 대안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연을 훼손하는 대체에너지라면 어떠한 것도 무한한 것이 없다. 생명을 근본으로하는 농업이야말로 '코로나 이후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일차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 생명에 대한 집단적 위협을 당하는 지금이야말로 생명을 자연과 함께 체화하여 사회를 지속해온 농업의 가치를 다시금 인식하고 이에 공공성을 부여하여 그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AI)·드론·빅데이터·무인자동차·스마트시설 등은 농업부문에서 먼저 상용화됐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에도 농업의 가치가 진리인데, 우리나라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의 최상위 규범인 헌법에 식량안보, 인구의 지역분산, 생태학적 요건 충족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담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먹을거리 중심의 전통적 생산농업을 넘어 생태농업, 기능성농업, 치료농업, 관광농업, 신소재농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농업 생산기술에 정보기술·생명공학기술·나노기술 등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융복합해야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생명을 근본으로하는 농업농촌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일차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고 싶다. 농업을 단순히 하나의 직업으로만 생각하기에는 그 가치가 너무나 크다. 우리시대의 공동의 가치는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형성된 철학과 생활양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생명의 문제를 그 중심에 두고 있고 이것은 농경에서 비롯된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모체로 태동한 것이다. 전 생명에 대한 집단적 위협을 당하는 지금이야말로 생명을 자연과 함께 체화하여 사람사회를 지속해온 농업의 가치를 다시금 인식하고 이에 공공성을 부여하여 그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