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한 제주학생인권조례 통과...시민사회단체도 "본질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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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한 제주학생인권조례 통과...시민사회단체도 "본질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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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조례제정연대 "교육의원들의 왜곡된 인권의식 민낯 확인"
"수정대안 내용, 처참한 수준...새로운 개정운동 시작할 것"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16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던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됐으나 정작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조속한 조례 제정을 촉구해 온 시민사회단체도 "본질이 왜곡됐다"며 도의회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인권조례안이 통과되기는 했으나, 교육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인권의 가치 및 제정 취지의 본질적 측면을 훼손할 정도의 손질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이 조례안은 제주 고교생 531명을 포함해 총 1002명의 서명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청원이 이뤄지면서 마련됐다. 청원서가 제출된 후 의회 내에서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 6월 정의당 고은실 의원을 대표로 해 원내 과반이 넘는 22명의 의원 서명으로 조례안이 전격 발의됐다.
 
발의안은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근거로 학생의 인권이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인간으로서 존업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총칙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교육에 관한 권리에 관한 사항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에 관한 사항 △폭력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에 관한 사항 △양심․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자치와 참여의 권리에 관한 사항 △복지에 관한 권리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했다.

또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에 관한 사항 △인권교육 및 인권실천계획 등에 관한 사항 △학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구에 관한 사항 △학생인권상담 및 인권침해의 구제에 관한 사항도 포함했다. 

하지만, 교육위원회는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이 조례안의 처리를 보류하면서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제390회 임시회에서는 기존 발의안을 폐기하고 수정 대안으로 가결했다.

과반의 찬성으로 발의한 조례안을 버젓이 놔두고, 교육위 직권으로 손질한 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 교육위원회에 소속된 일반의원들이 강력한 이의 제기하지 않고 사실상 가결에 동조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수정 가결 대안이 인권의 가치와 본질을 크게 훼손했다는데 있다. 이 대안은 기존 과반 의원 서명으로 발의된 안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조례안 8조 1항에서 명시 되었던 포괄적 차별 금지 조항들이 대폭 축소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관한 법적 근거 조항은 삭제됐다. 수정 대안은 ‘성적지향’ 부분만 명시하면서, 이 외 사항에 대한 여러 차별 내용에 의한 차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룰 수밖에 없게 됐다.

또 기존 조례 안에 명시된 학생참여 위원회와 관련된 조항이 전체 삭제됐다. 

최초 발의된 원안에는 학생참여위원회는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참여할 수 있고, 조례 운용에도 있어 실태조사와 인권보장계획 수립 등 전반적 인권 정책에 대한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틀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교육위는 학생들의 외부 활동과 참여를 보장하는 기존 조례안의 내용도 삭제했다. 최종적인 결정권은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위임하도록 했다.

인권옹호관 조항도 삭제했다.

교육위원회는 지난 18일 수정대안을 의결하면서, "학생들의 조례 제정 청원에 대해 도내 교사 2000여명이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며 "찬반 양측과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한 사항을 바탕으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사항들을 삭제하고 수정함으로써 조례 제정 이후 학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수정대안은 교육의원들의 왜곡된 인권의식의 민낯을 그대로 확인시켜줬다"면서 수정 대안 통과에 대한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고교생들로 구성된 제주학생인권조례TF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는 23일 조례안 통과에 따른 입장을 내고, "도의회 통과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면서 "인권을 제한하는 조례가 제정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정된 조례의 내용을 보면 교육 전문가인 교육의원들이 수정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며 "혐오세력에 굴복, 기본적 권리를 근거 없는 기준을 통해 재단하고 제한한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통과된 조례 내용을 뜯어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지니는 의의와 가치에서 한참 벗어난 ‘인권제한조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포괄적 차별 금지 조항들이 대폭 축소된 것과 관련해, "조례안 제1조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조례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원들의 빈약한 인권의식과 보수적 관점을 충족시키기 위한 농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 외부활동 참여 관련 조항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조용히 공부에 열중해야하는 존재로 본다는 교육의원들의 구태의연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학생인권조례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주체성과 인간의 존엄 그리고 평등을 전제로 해야 하나, 제주 학생인권조례는 이를 전면 무시한 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고, 훈육하려는 듯한 교육의원들의 인권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이 스스로 본인들의 인권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하며 의사결정권도 행사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옹호관 조항 삭제에 대해서는, "마땅한 이유 없이 학생들의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인권옹호관 제도를 전적으로 삭제한 것은 제도적으로 학생인권 증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져버린 것"이라며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권력 기구로부터 독립된 전문 단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부서내의 인권센터 운용이라는 수정대안의 내용은 이러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공식적으로 제주교육 체계 내에 인권기구가 설치된다는 부분에서 의의가 있지만 결국 학생인권을 교육행정기관의 장이 좌우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정대안을 통해 교육의원들의 왜곡된 인권인식 민낯을 확인했다"며 "조례 제정 과정에서 보인 여러 혐오세력과 학생 인권에 대한 저항세력에 야합한 교육의원들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그들이 내세우던 교육 분야의 권위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교육전문성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고 힐책했다.

또 "표면적인 이유로 반대 청원을 내세웠지만, 국제적 인권규범의 차별조항을 무시하는 반대청원 의견을 수용한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의원들의 전횡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엉뚱하게 인권제한조례가 되어 버렸다"면서 "앞으로 강력하게 조례개정 운동을 전개하면서 차별 없는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동체를 위해 멈춤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례 제정과 동시에 다시 '개정'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도 성명을 통해 "인권이 제약당한 제주학생인권조례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오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으나, 최초 제안 안이 아닌 교육위원회의 독단적인 수정을 거친 대체안으로 가결됐다"며 "누구를 위한 학생인권조례인지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인권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대를 역행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악을 주도한 교육위원회 부공남, 김창식, 강시백, 강연호, 김장영, 김태석, 오대익, 정민구, 한영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결국 이번 학생인권조례는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제정되는 성과를 이뤘으나, '수정 대안'의 내용적 논란으로 인해 빛을 바랬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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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2021-01-01 17:55:36 | 211.***.***.32
나도 인권이 있다고
내가 1,000만명 집회할 수 있는 것도 인권이다
그러니까 무죄 받은거고

학부모 2020-12-27 09:27:03 | 221.***.***.211
2020년 12월 23일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제주 도민들께 알립니다.


건강한 학생ㆍ가정ㆍ학교를 지키기 위해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타지역에서는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교권이 무너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은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무고한 교사에 대한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부안 상서중학교 고 송경진 교사는 성폭행을 했다는 학생들의 무고로 인해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교육청 인권센터가 계속 조사를 강행하여 결국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자살에 이르게 되었 습니다. 

2020-12-25 02:20:07 | 111.***.***.41
전국최초로 병력,정치적의견,성적지향이 빠진 인권조례안ㅋㅋㅋ 세계어느나라에도 이렇게 후퇴한 조례안은 찾기힘들거다. 기독교,개신교애들 반발이 그렇게 쫄리냐?? 이름은 학생인권조례면서 정치신념다르면 학생 차별가능하고 성소수자면 차별해도 된다는 조례안ㅋㅋㅋㅋㅋ기가막힌다

반인권 2020-12-23 22:58:24 | 175.***.***.227
반대서명한 교사들은 어떤 분들인지
참 실망스럽습니다

인간 2020-12-23 22:49:23 | 223.***.***.203
왜 학생 인권 침해 하지 말라는 조례가... 종교세력 눈치봐서 수정한 조례가 되버린거야...